[사설] 공정거래는 착한 규제라는 말장난을 방패삼을 텐가

입력 2014-04-04 01:08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금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금지 등은 경쟁촉진 규제라며 규제개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부적으로 정리했다고 한다. 이런 규제는 시장경쟁 유지에 필요한 일종의 룰이요 규범이지, 혁파하거나 철폐해야 할 규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이 안되는 주장이다. 어떻게든 규제개혁에서 빠져나가려는 구실에 불과하다. 공정위처럼 주장하면 당장 박근혜 대통령 임기 중 경제규제 20% 감축도 공염불이다. 공정위 소관 경제규제만도 394건이다. 총리실 지침에 따르면 이 중 79건을 2017년까지 폐지 또는 완화해야 할 처지다. 공정위가 이들 규제를 한사코 시장경제 규범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룰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어떤 규제든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문제는 적절성이요 적시성이다.

담합을 비롯한 공정위의 시장규제야말로 시장의 광역화, 세계화와 더불어 존폐위기에 직면해 있다. 담합에 부과되는 과징금에 대해 소송이 급증하는 데다 공정위 패소 판결이 적지 않게 내려지는 중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와 관련한 10% 룰이며 50%, 75% 등의 규제는 이미 낙후된 것이다. 이런 규제는 뷔페에 빵을 공급할 때는 5㎞ 이내 빵집에서만 구매하도록 한 낡은 규제와 다를 게 없다. 화장품을 제조하거나 팔려면 정신이상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규제조차 이유가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난해 경제민주화 구호 속에서 하도급법 개정으로 새로 만들어진 덩어리 규제가 한둘이 아니었다. 이런 규제가 경쟁을 촉진한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다.

목적이 좋으면 수단도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궤변이다. 부처마다 유사한 규제를 놓고 아전인수식으로 좋은 규제, 나쁜 규제를 달리 부르고, 없애야 할 규제와 지켜야 할 규제를 멋대로 해석하는 것은 개혁에 대한 교묘한 저항과 다름없다. 내 것은 정당하고, 남의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은 로맨스와 불륜을 입맛대로 구분하는 말장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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