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고'로 나라 곳간 지키자] '페이고 원칙' 예산 짜려해도…'수조원 법안' 쏟아내는 국회에 막혀

입력 2014-04-08 20:43  

(3) 재정당국의 좌절

국회 열리면 불안한 기재부
기존예산 삭감 '뒷감당'해야
지역 '선심성 법안'도 부담

의원입법 국회 통과율 17%
美 2%보다 월등히 높아



[ 조진형/주용석 기자 ]
지난달 17일 대전·충남, 대구·경북 등 4개 지방자치단체의 시·도지사가 서울에 모였다. 2012~2013년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도청 이전 지원 특별법 개정안’의 조기 처리를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국회는 앞서 2008년에 충남도청을 대전에서 홍성·예산군으로, 경북도청을 대구에서 안동·예천으로 옮기는 데 드는 비용 일부를 중앙정부가 대도록 하는 ‘도청 이전 지원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그 결과 중앙정부는 5000억원가량을 부담해야 했다.

선심성 입법 “돈은 누가 내나”

개정안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기존 도청 부지를 중앙정부가 매입해 개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청이 떠나면 해당 지역이 공동화될 수 있다는 게 시·도지사들의 논리지만 전문가들은 “표심을 노린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지적한다. 정부는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3조~5조원의 예산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구 의원들이 무차별적으로 발의한 법안 중에는 지자체의 재원 부담을 중앙정부에 떠넘기는 법안이 적지 않다. ‘도로법 개정안’도 그런 사례다. 박기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낸 이 개정안은 현재 지자체(시청)가 관리하고 있는 시 관내 도로까지 국가가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정부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가가 부담해야 할 돈이 얼마나 될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며 “의원입법을 추진할 때도 재원대책을 첨부하는 ‘페이고(pay-go)’ 법안 도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복지 법안도 ‘돈 먹는 하마’다. 복지 예산이 이미 연간 1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기초연금법안과 기초생활보장수급자 확대 법안(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또는 완화)이 어떻게 처리되느냐에 따라 정부의 예산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예컨대 지난해 135만명인 기초생활보장수급자는 자녀, 사위, 며느리 등 가족이 있으면 수급을 제한하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될 경우 그 숫자가 지금보다 100만명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른 재정부담만 연간 6조~7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이같이 막대한 재정 투입이 불가피한 법안들이 통과될까봐 국회가 열릴 때마다 좌불안석이다.

비용통제 없는 의원입법

정부 재정은 이미 위험 수준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한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법률에 따라 무조건 지출해야 하는 ‘의무지출’은 지난해 158조8000억원에서 박근혜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인 2017년에는 207조2000억원으로 연평균 6.9% 늘어난다.

특히 복지 분야 의무지출만 따지면 증가율이 연평균 9.1%에 달한다. 반면 국세 수입 증가율은 6.5%에 그친다.

그나마 정부 예상대로 세수가 걷힐지도 불투명하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국세 수입을 210조4000억원으로 예상했지만 경기 침체 여파로 201조9000억원을 걷는 데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을 지키려면 결국 적극적인 지출 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미 예산 편성 때 ‘총지출 증가율을 총수입 증가율보다 1.5%포인트 낮게 유지한다’는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또 정부 발의법안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페이고 원칙’을 준수한다.

문제는 의원입법이다. 의원입법은 정부 입법에 비해 ‘비용 통제’가 제대로 안되지만 국회 통과율은 17%(2008~2012년 18대 국회 기준)로 미국(2%)보다 월등히 높다.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 법안이 별다른 제지 없이 국회를 통과할 확률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재정건전성을 지키려면 의원입법에도 페이고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원식 한국재정학회 회장(건국대 교수)은 “현실적으로 세수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의원들이 막대한 예산이 드는 법안을 양산하면 재정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진형/주용석 기자 u2@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