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푸드트럭 합법화는 옳을까요?

입력 2014-04-11 17:20  


정부는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여러 가지 규제개혁 요구가 이어졌고 그중 대표적인 것이 푸드트럭 허용 건이었다. 한 푸드트럭 개조업체 대표는 이날 대통령에게 푸드트럭 합법화를 요청했고 정부는 며칠 뒤 합법화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상으로는 푸드트럭이 불법이지만 자동차관리법과 식품위생법의 시행규칙을 개정해 이를 허용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국토교통부와 식약처가 범정부 차원에서 협업해 푸드트럭을 금지하고 있는 규제를 단기간 내에 철폐하는 모범적인 케이스로도 부각됐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서는 진작 없어져야 할 규제를 잘 풀었다는 견해도 있지만 앞뒤 따져보지도 않고 무작정 풀어버려 부작용이 커지고 실효성도 없을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있다. 정부의 푸드트럭 합법화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일자리 창출·다양한 창업기회 유발”

푸드트럭 합법화를 요구했던 배영기 두리원에프앤에프 사장은 “현행 자동차관리법상으로는 특수용도형의 경형화물차는 바닥 면적이 1㎡ 이상이어야 하지만 이제는 0.5㎡만 넘으면 소형 트럭의 개조도 가능하게 됐다”며 환영했다. 그는 푸드트럭 창업자의 80%가량이 20~30대 청년이라며 이들이 소규모 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의 견인차 역할과 젊은 층의 참신한 아이디어 접목으로 개성 있는 창업 아이템이 많이 나오리라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준권 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과 사무관은 “자동차 개조사업 활성화와 내수시장 확대, 청년 일자리 창출의 1석3조 효과까지 거둘 수 있는데 진작 규제를 없애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지에서는 이미 푸드트럭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유독 불법으로 묶어 놓은 것은 문제였다며 환영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동식 떡볶이 푸드트럭을 운영 중인 떡모푸드트럭 대표 김관훈 씨는 “이번 규제 완화로 청년 창업자들의 푸드트럭 시장이 활성화될 것 같다”며 “푸드트럭이 생계를 넘어선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 완화로 푸드트럭이 합법화되면 푸드트럭 자체가 하나의 관광문화로도 정착할 수 있어 한국을 알리는 국위선양 문화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푸드트럭으로 카페를 운영 중인 김은혜 씨는 “이제 단속에 걸릴까봐 마음 졸일 일은 없을 테니 한시름 놨다”며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 반대 “기존 노점상·포장마차와 형평성 문제”

가장 큰 반대 목소리는 형평성 차원에서 제기된다. 푸드트럭이 허용될 경우 인근 가게들이 반발할 것은 뻔하다는 지적이다. 월세와 보증금 세금까지 내고 영업하는 사업자 입장에서 푸드트럭이 손님을 빼앗아 간다면 가만히 있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각종 노점상이나 포장마차 등과의 형평성도 문제다. 현행법상 길거리에서 음식을 파는 경우 대부분 불법이다. 그런데 유독 푸드트럭만 합법으로 허용해주는 것에 대해 이들은 말이 안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한균 전국노점상총연합 선전국장은 “트럭에서 과일을 팔면 불법이고 트럭에서 음식을 조리하면 합법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정부는 350여개 놀이공원과 유원지에서만 푸드트럭을 허용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놀이공원 등에는 이미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간이식 음식점 등이 있어 푸드트럭이 추가로 들어갈 여지는 거의 없다는 견해가 많다. 결국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비용 측면에서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주장도 있다. 유원지 등에 들어가려면 자릿세 등을 내야 하고 여기에 화물차 구입비용과 개조비용도 수천만원에 달하는데 청년 창업가나 자영업자가 선뜻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영평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특정 사업자 민원을 해결해주는 이벤트 식으로 규제 개혁을 추진해선 안 된다”며 “진정한 의미의 규제 개혁이 되려면 범정부 차원의 규제 개혁 로드맵 하에 전략적이고 끈기 있게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생각하기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는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 규제를 반드시 없애겠다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로 성사된 행사였다. 정부로서는 이런 행사를 통해 뭔가 가시적이고 상징적인 성과를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그 결과 규제개혁의 아이콘처럼 떠오른 것이 바로 푸드트럭이었다. 외국의 푸드트럭을 소개하는 기사나 방송이 최근 자주 눈에 띄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가 허용키로 한 푸드트럭은 그야말로 조그만 소형 화물차에 간이음식점을 차리는 정도다. 바닥면적 0.5㎡만 넘으면 된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가장 작은 화물차로도 푸드트럭 창업이 가능하다. 반면 미국 등지의 푸드트럭은 거의 버스만한 크기의 차량에서 각종 음식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규모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문제는 외국과 같은 대형 푸드트럭을 하기 위해서는 적잖은 돈이 들어간다는 데 있다. 이럴 경우 청년 창업이니 서민들의 생계지원이라는 구호가 무색해진다. 반면 작은 화물차를 개조해 하는 영세형 푸드트럭은 식품위생법상 휴게음식점에 요구되는 각종 시설기준을 충족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조리시설 세척시설 폐기물용기 및 손 씻는 시설이나 냉장 및 냉동시설 등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포장마차가 불법인 이유도 바로 이 시설기준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푸드트럭은 구호는 그럴듯하지만 이번에 합법화된 푸드트럭을 할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구석이 많다. 규제 개혁은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이렇게 이벤트 식으로 단기에 뭘 보여주려는 유혹에 빠지다 보면 유명무실한 대책이 남발될 수도 있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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