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쇼크 서민 일자리 삼켰다] 황금연휴 골프장 예약 '반토막'…"외환위기 때도 이런 적 없어"

입력 2014-05-01 20:49   수정 2014-05-03 11:30

"월급도 못 줄판"…관련 종사자 생계 위협

한성·88CC 등 수도권, 5월1일 부킹 남는 건 처음
전남선 보름간 340팀 취소

식당 '썰렁' 캐디 일감 '뚝'
'사치성 운동' 편견에 손님 줄어도 판촉 못해



[ 한은구 기자 ]
골프장 사장으로 17년간 근무해 온 경기도 포천 A골프장 L사장은 1일 예약 상황을 보고 한숨이 절로 터져 나왔다. 그는 “근로자의 날인 5월1일은 1년 중 예약이 가장 많이 몰리는 날로 보통 2주 전에 마감된다”며 “하지만 이날 부킹을 못 채워보기는 17년 만에 처음이다. 외환위기 때도 이런 적은 없었다”고 털어놨다.

A골프장 근처에 있는 B골프장의 전문경영인인 K사장도 5월 골프 시즌에 황금 연휴까지 겹친 3~6일 골프장 예약률이 평균 54%에 머물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골프장 앞 식당 주인들이 ‘손님이 없어 직원 월급도 주지 못한다’며 울상”이라고 말했다.

인기 골프장도 예약률 절반 그쳐

골프장들이 ‘세월호 참사’ 이후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수도권 인기 골프장들마저 연휴 예약률이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휴일 예약률이 50%를 밑돈 것은 골프장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다.

한국경제신문이 이날 각 골프장의 3~6일 연휴 기간 예약률을 조사한 결과 경기도 용인의 한성CC와 수원CC의 예약률은 50~60%에 그쳤다. 의정부의 레이크우드CC, 양주CC 등도 나흘간 평균 예약률은 50% 안팎이다. 경기도 포천의 포천힐스CC 역시 이틀 정도는 70% 정도 예약이 찼으나 나머지 이틀은 50%밖에 안 된다. 용인 레이크사이드CC는 80% 안팎이어서 그나마 나은 편이다. 군산CC는 연휴기간 중 3~5일은 80% 이상 예약을 채웠지만 마지막 날인 6일은 50%에 그치고 있다.

롯데스카이힐 김해, 부여, 성주 골프장의 총괄책임자인 명노훈 이사는 “공무원 골프 금지령이 내려진 상태고 대기업들도 골프를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본격 시즌에 연휴까지 겹쳤으나 골프장 예약률이 평소보다 20% 이상 감소했다”며 “특히 단체팀 취소가 많아 부여리조트의 경우 전년 대비 30% 이상 예약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경기도 파주 서원밸리CC는 연휴 첫날과 마지막 날은 대부분 예약이 끝났으나 4일과 5일은 하루 72팀 가운데 48팀(67%) 정도만 예약이 완료된 상태다. 서원밸리 관계자는 “지난달 말 주말에 갑자기 10팀이 예약을 취소하는 일이 있었다”며 “이번 연휴기간 예약률을 높이기 위해 주중 회원들까지 부킹이 가능하도록 해 예약률을 그나마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골프장 관련 종사자들 생계 위협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에서 50㎞ 떨어진 한 골프장은 사고 이후 보름간 총 340팀이 예약을 취소했다. 이번 연휴기간에도 원래 매일 80팀 정도 예약이 돼 있었으나 현재는 하루 30팀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이 골프장의 O대표는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감안해 판촉 활동도 안 하고 조용히 있는 상황”이라며 “지방 골프장은 외부에서 최소한 30% 이상의 손님이 와야 적자를 면할 수 있는데 암담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로 인해 골프장 관련 종사자들과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전남 해남의 파인비치골프장에는 65명의 캐디가 근무하고 있으나 최근 하루에 30팀 정도밖에 오지 않으면서 캐디들이 이틀에 한 번도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수입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이 골프장 근처에 있는 금강산횟집과 화원면의 별암횟집 주인들은 “손님이 전무한 상태”라고 울먹였다.

골프장 관계자들은 골프를 사치성 운동으로 보는 분위기가 아직도 팽배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경기 가평의 크리스탈밸리CC와 충북 진천의 크리스탈카운티CC를 운영하고 있는 홍광표 세란병원 원장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소비가 위축돼 서민 경제가 위협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골프를 치는 사람들은 경제력이 있어 문제가 없지만 골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영세민이라 이들의 생계가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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