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만연한 보험범죄 차단입법 필요하다

입력 2014-05-02 20:33   수정 2014-05-03 04:58

"최근 3년간 보험사기범 23만명
인명손실과 사회적비용 눈덩이
형사처벌 강화 등 특단대책 절실"

김선정 < 동국대 교수·법학 kimsj@dongguk.edu >



금융감독원이 최근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11~2013년 사이 보험사기로 적발된 사람이 23만명을 넘었다. 현행법 체계 아래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는 보험사기범을 잡아내는 일이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23만명은 범죄자들이 흔히 쓰는 “운이 없어서 걸려든”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 이런 추세라면 보험사기는 절도나 폭행처럼 최다범죄유형에 속할 날이 멀지 않았다. 남의 생명은 절대 뺏을 수 없고 푼돈도 땀 흘려 벌어야 하는 공동사회의 원칙이 무참히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보험사기는 독특하다. 첫째, 누구나 쉽사리 범죄자가 될 수 있고 동시에 범죄대상이 된다. 보험가입자가 자동차정비공장에 간 김에 낡은 부품 하나 더 갈고, 병원에 간 김에 며칠 더 누워있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별다른 죄의식 없이 범죄의 경계를 넘어선다. 지난 3년간 10대와 20대 4만명, 70대 2500명 등 나이를 가리지 않고 이 범죄를 저질렀다. 성직자가 종교별로 골고루 포함됐고, 의사 등 전문직이 가담했다. 교육 관련 종사자와 학생이 1만여명에 육박했다. 아예 ‘한 동네’가 나선 일도 있다. 둘째, 보험범죄는 귀중한 인명을 훼손하는 반인륜적 범죄를 수단삼아 행해지기 일쑤다. 셋째, 범행대상도 가리지 않는다. 불특정다수를 겨냥하는가 하면 가장 믿는 가족이나 지인의 목숨을 앗는 일도 반복된다. 심지어 스스로를 해치기도 한다.

보험범죄자들은 몸과 머리를 다 써가며 기상천외한 범행을 되풀이한다. 예측하지 못한 위험에 처한 이들에게 따사로운 도움의 손길이 돼야 할 보험제도가 위험촉발의 온상이 되고, 음습한 범죄자의 사업장이 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의 반응은 매우 느려, 이유 없이 희생되는 인명손실과 알지도 못하고 떠안는 사회적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보험범죄에 대처하는 일은 이미 보험사업자의 영업손실을 줄여주는 문제를 떠났다. 사회 안전망을 복구하는 화급한 일임을 강조하고 싶다. 누구나 사소한 도덕적 해이로 보험범죄자가 될 수 있는 동시에 알지 못하는 사이에 보험범죄의 대상이 될 위험이 부쩍 높아진 만큼 우리 사회는 이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보험범죄자의 손에 사람이 죽고 서민이 평생 모으기 힘든 거액의 보험금이 범죄자의 손에 넘어간 사건에서 법원은 공범자가 죽은 피해자인 양 위장해 보험에 가입한 것만으로는 사기 실행의 착수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요컨대 현행법으로 보험범죄를 막기는 역부족이다. 특별법으로 막아야 한다. 법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기승을 부리는 이 범죄를 꺾는 데 필요하다. 학계와 업계의 오랜 요구에도 불구하고 2010년 보험업법은 선언적 규정을 두는데 그쳐 범죄방지에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

올 1월 보험업법 개정에서 보험 관련 업무 종사자의 의무가 추가된 것은 진전이라고 하겠지만 범죄주체는 놔두고 시키거나 돕는 정도의 행위를 금하는 것이어서 충분하지 않다. 2월의 상법 개정에서도 그동안 논의되던 보험사기 부분이 빠진 채 개정이 마무리됐다. 이런 중에도 마침 지난해 8월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제정법률안이 눈에 띈다.

이 법률안은 법익침해가 심각한 특정행위 유형에 대해서는 미수, 가중처벌 등 형사적 제재를 강화하는 동시에,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기범의 손에 선량한 가입자의 돈이 넘어가지 않도록 민·형사대책을 연계시키고 있어 주목된다. 법 제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특정범죄에 대응해 자꾸 법을 만들다보면 끝이 없다거나 형벌의 오·남용이 걱정된다고 한다. 그러나 두려운 것은 국회는 일손을 놓고 있지만 범죄자는 쉬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선정 < 동국대 교수·법학 kimsj@dongguk.ed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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