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총장도 '이공계' 대세, 고대 이대 서강대… 서울대 새 총장 '주목'

입력 2014-05-14 15:21   수정 2014-05-14 21:14

고려대·서강대도 '첫 이공계 총장'… 산학협력, 대학평가에 강점



[ 김봉구 기자 ] 대학 캠퍼스에 이공계 총장 바람이 거세다.

14일 대학가에 따르면 산학협력과 대학평가에 강한 이공계 총장이 뚜렷한 트렌드가 됐다. 그동안 총장직은 인문계 교수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2000년 대 들어 대학운영을 책임지는 최고경영자(CEO)형 총장이 각광받았다. 최근엔 대학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요구에 맞춰 이공계 총장으로 한 단계 더 진화하고 있다.

지난달 선임된 이화여대 최경희 신임 총장(과학교육과 교수)은 보기 드문 이공계 여대 총장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다음달 확정되는 서울대 총장 최종후보 3명 중 2명도 이공계 인사로 채워졌다. 고려대 김병철 총장, 서강대 유기풍 총장 역시 이공계 교수다. 모두 ‘개교 첫 이공계 총장’이란 타이틀을 갖고 있다.

◆ 상아탑 색깔 지우고 산학협력 강화

최 총장의 선임은 학교 분위기와 궤를 같이 한다. 이화여대는 최근 산학협력에 부쩍 힘을 쏟고 있다. 벨기에의 글로벌 화학기업 솔베이그룹과 손잡고 대규모 공동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산학협력관과 창업보육센터 건립도 이어졌다. 오는 8월 임기를 시작하는 최 총장은 산학협력단장, 연구처장 등의 학내 보직을 역임했다.

이공계 총장 선임으로 ‘과학 이화’ 기조가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학교 관계자는 “1990년대 여대 가운데 최초로 공대를 설립할 때부터 이화여대의 이공계 강화 흐름은 계속돼 왔다” 며 “이공계 출신 총장이 선임돼 더욱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올 7월 말 취임하는 서울대의 새 수장도 이공계 인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최종후보 3명 중 2명이 이공계 교수다. 현재 이사회에 추천된 오세정·강태진·성낙인 후보 가운데 오 교수는 서울대 자연과학대 학장(물리천문학부), 강 교수는 공대 학장(재료공학부) 출신. 특히 기초과학연구원(IBS) 초대 원장을 지낸 오 교수는 명망 있는 이공계 인사로 꼽힌다.

이공계의 특성을 살린 연구 관련 공약이 눈길을 끈다. 강 후보는 산학협력단과 기술지주회사 통합관리를 위한 ‘SNU 글로벌 C&D(Connect&Development)’ 신설을 약속했다. 교수 개개인의 연구를 연계해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복안이다. 오 후보도 “서울대가 정책·지식 생산의 거점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정책지식연구원 설립을 내세웠다.

◆ 이공계 강해야 대학평가 성적 좋다

이런 흐름은 서울 주요 대학으로 확산되고 있다. 체질 변화가 화두다. 외부 대학평가 결과 등이 중요해진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논문 특허 기술이전 등 연구 성과와 산학협력 지표를 주요 평가잣대로 삼는 대학평가의 특성상 이공계 실적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고려대 김병철 총장은 지난 2011년 학교 역사상 첫 이공계 총장으로 취임했다. 식품공학부 교수인 그는 취임 일성으로 “자연과학 분야에서 획기적 성과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과학 고대’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법대와 정경대 등 인문계 색채가 짙은 고려대의 체질을 개선한다는 취지였다.

김 총장 취임 후 고려대는 융복합 정책과 연구 인프라 확충에 초점을 맞췄다. 자연히 대학평가 순위 상승 효과를 봤다. 고려대는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 ‘2014년 전공분야별 평가’에서 화학·구조·전자·기계·컴퓨터공학과 화학, 약학, 농학 및 임학 등 이공계 8개 분야가 세계 100위권에 들었다. 학교 관계자는 “이공계와 인문계가 고르게 성장했다. 다른 국내 대학들과 차별화된 성과”라고 설명했다.

서강대 유기풍 총장 역시 개교 이래 첫 이공계 총장이다. 산학부총장, 공대 학장 등을 거쳐 지난해 총장에 취임했다. ‘서강학파’ 등 전통적으로 상경계가 강세인 서강대를 기업가형 대학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 대학 이인실 대외교류처장은 “직접 학내 벤처창업을 성공시킨 이공계 총장의 특성이 잘 드러난다”고 귀띔했다.

◆ 이공계 특성 살려 연구·창업 활성화

총장 취임 전 ‘서강라면’ ‘서강홍삼정’ 등을 개발한 유 총장은 발상의 전환을 강조한다. 기술창업이 핵심이다. 대학 재정을 동문 기부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해 수익 창출에 힘쓰고 있다. 자체 창업투자회사 ‘서강 알바트로스 인베스트먼트’가 윤활유 역할을 한다. 산학협력단 기술지주회사를 임기 내 50개까지 늘리는 게 목표다.

△홍익대 임해철 총장 △숭실대 한헌수 총장 △세종대 신구 총장 △단국대 장호성 총장 △광운대 천장호 총장 등도 이공계 총장이다. 세부 전공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공학·이학 분야 교수 출신으로 학교를 이끌고 있다.

요즘 이공계 총장이 각광받는 것은 대학의 산학협력과 기술창업이 중시되는 경향 때문이다. 대학이 상아탑을 벗어나 ‘창조경제 전진기지’가 돼야 한다는 새로운 역할론이 득세했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예전엔 비(非)인문계 총장이 나온다 해도 같은 단과대 교수들이 많아 총장선거에서 유리한 의대 교수가 총장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지금은 확실히 공대나 자연대 교수가 총장이 되는 사례가 늘었다” 며 “실리콘밸리와 스탠퍼드대의 사례가 대학의 롤모델로 자주 언급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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