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는 유병언…금수원에 있나, 잠적했나

입력 2014-05-16 20:48   수정 2014-12-03 15:54

검찰 소환에 불응…수사팀 "구원파 신도 방해 땐 엄정 대응"


[ 정소람 기자 ]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청해진해운 회장)이 16일 끝내 검찰출석을 거부했다. 23년 전인 1991년 오대양 사건 재수사 당시 검찰에 자진 출석했다가 구속된 유 전 회장이 이번에는 다른 선택을 하며 쫓기는 신세가 됐다.

유 전 회장은 사기 혐의로 구속된 1990년대 초반 이후 사진작가로 활동하면서 대중 앞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소환을 하루 앞둔 전날 밤까지도 유 전 회장이 검찰 소환에 응할 것인지 입장을 밝히지 않아 검찰과 취재진은 그의 출석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검찰 관계자는 소환을 앞두고 “유 전 회장은 예수를 믿는 분 아닌가. 잘 모르지만 성경에도 예수님이 도망갔다는 내용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혀 유 전 회장의 자진 출석을 기대했다.

유 전 회장은 1991년 오대양 사건 재수사가 진행되면서 공예품 제조업체 오대양의 박모씨 등으로부터 사채 자금을 받아 회사 운영자금으로 사용한 혐의(상습사기)를 받았다. 그는 당시 검찰과 사전 협의한 예정시각보다 1시간30분가량 늦게 출석했다. 유 전 회장은 이후 검찰 조사에서 관련 혐의를 부인했지만 결국 구속돼 징역 4년형을 받았다.

검찰은 공권력을 무시한 유 전 회장 일가에 대해 앞으로 보다 엄격하게 대처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들의 소재가 불분명한 데다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들의 집단적인 저지 움직임까지 본격화되면서 수사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유 전 회장 측에 이날 오전 10시까지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으나 그는 별다른 입장을 알리지 않은 채 불응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23년 전(오대양 사건 당시)에도 1시간 반 늦게 나왔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며 오전까지 차분한 기조를 유지했으나 그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오후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체포영장 청구 대신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검찰의 잇단 조치를 유 전 회장 일가가 철저히 무시해 온 만큼 법원에 공을 넘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해외 체류 중인 차남 혁기씨는 세 차례에 걸친 검찰의 소환 통보에 불응했으며, 장남 대균씨도 조사에 불응해 체포영장이 발부됐으나 도주해 지명수배가 내려진 상태다.

법원은 20일 유 전 회장의 영장실질심사가 잡힘에 따라 이날 유 전 회장에 대한 구인장을 발부했다. 구인장이 발부된 만큼 당사자가 도주할 우려가 있으면 구인장을 근거로 강제 구인이 가능하다.

그러나 유 전 회장이 영장실질심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큰 만큼 유 전 회장이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경기 안성시에 있는 금수원에 강제 진입하는 방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팀은 “경찰 등 유관기관과 함께 유병언 회장 일가에 대한 수사 방해 동향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수사에 지장을 초래하는 일체의 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원파 신도들은 이미 이곳에 집결한 채 검찰 수사에 정면 반발하고 있다. 구원파 측은 그동안 검찰의 수사를 종교탄압이라며 공권력 투입시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검찰 수사가 길어지면서 유 전 회장이 신도들의 도움을 받아 이미 금수원을 빠져나가 다른 곳에 잠적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만약 유 전 회장이 밀항하거나 도피할 경우 수사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해외 체류 중인 유 전 회장의 자녀들에 대해 미국 FBI와 공조하며 신병 확보를 추진 중이지만 아직까지 성과는 없는 상태다. 국내에서 도주한 대균씨에 대해서는 검찰 요청에 따라 경찰이 전담팀을 꾸려 전국에서 검문에 들어갔다.

인천=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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