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심장' 자그레브, '천년의 역사' 자그레브 대성당과 스톤게이트 순례를

입력 2014-05-19 07:02  

어감이 아름다운 도시에 입성하면 딱히 특별할 것이 없다 해도
막연한 기대치가 생기게 마련이다.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에 도착했다.
소리 내어 여러 번 도시의 이름을 말하면,
다른 차원으로 빨려 들어가는 마법 같은 일이 펼쳐질 것 같았다.

시작, 옐라치치 광장

광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호텔에 짐을 푼 여행자의 모든 여정은 광장을 중심으로 시작된다. 자그레브의 심장이라 불리는 옐라치치 광장은 도시의 랜드마크다. 시민들의 미팅 포인트이자, 축제의 장이자, 여행객에는 길을 안내하는 좌표가 되기도 하는 광장은 길이 4㎞의 거대한 규모다. 해질녘, 광장 중앙에 우뚝 솟은 옐라치치 장군의 동상이 붉게 물들면 광장은 술렁이기 시작한다. 압축된 자극과 반응의 과정을 한눈에 보는 듯, 모든 일이 순식간에 일어난다. 가로등이 켜지면 차량 진입이 금지된 광장 안으로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차 활기를 더한다.

기도하는 도시

시계판을 빗대어 설명하자면 광장을 기점으로 9와 3의 숫자판 사이로 도시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것들이 곳곳에 있다. 첫 목적지는 자그레브 대성당이다. 광장에서 2시 방향으로, 도보로 5분 거리의 대성당은 도심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높이 100여m의 쌍둥이 첨탑과 성당 입구의 황금 마리아 상으로 유명하다.

성 스테판 성당이라고도 불리는 자그레브 대성당은 1102년 완공된 이래 1000년이 넘는 동안 전쟁, 지진, 화재 등으로 여러 번의 수난을 겪었고, 지금도 오른쪽 첨탑은 복원공사 중이다. 첨탑은 네오고딕양식, 성당의 전반적인 외관은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졌으며 내부는 화려하고 규모도 웅장해 보는 이를 압도한다.

성당을 나와 그라덱(lower town) 방향으로 향했다. 파스텔톤의 외벽에 붉은 지붕의 건물이 늘어선 라디체바 거리를 따라가다 길 끝에 이르면 투구를 벗고 묵념하는 작은 기마상이 보인다. 그 곁으로 아치형의 돌문이 있는 곳이 바로 스톤게이트다.

13세기, 그라덱 지역을 방어하기 위해 세운 성문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건 1731년부터다. 1731년 대화재로 모든 것이 불탄 가운데 이곳에 걸려 있던 성모 마리아 그림만이 온전히 남게 됐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스톤게이트는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의 성지 순례지가 됐다. 그림이 모셔진 제단 앞에 촛불을 밝히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의 기도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경건하고 엄숙한 마음으로 게이트를 지나 오르막길을 올랐다. 두둥! 오른쪽으로 꺾으면 자그레브 기념엽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성 마르코 성당이 나타날 참이다.

자그레브 대성당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지붕을 덮은 아름다운 색감의 정교한 타일 장식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성당은 13세기에 건축됐지만 지붕의 타일 장식은 19세기에 만들어졌다. 왼편 휘장은 당시 분리돼 있던 달마티아, 슬라보니아, 크로아티아 지역을, 오른편의 휘장은 자그레브를 상징하는 문장으로 주변 강국의 억압에 맞선, 네 지역의 통합 의지를 상징한다.

도시의 정취를 온전히 느끼자

자그레브 대성당에서 스톤게이트로 가는 길목에 있는 트칼치체바 거리는 자그레브의 힙스터(독특한 문화적 코드를 공유하는 젊은이들)가 모이는 곳이다. 이곳에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알록달록하고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길게 늘어섰다. 마치 놀이공원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건물들 안에는 개성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 펍 등이 둥지를 틀었다. 현지의 멋진 청춘들과 세계 각국에서 날아온 배낭 여행객에게 인기가 많은 골목이다.

고색 창연한 도시의 전경을 한눈에 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코스는 스트로스메이어 산책로를 따라 언덕을 오르는 것이다. 19세기 크로아티아 정치가이자 주교였던 요셉 스트로스메이어가 사재로 조성한 산책로는 일몰 즈음에 가는 것이 좋다. 높게 자란 밤나무의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 사이로, 주홍빛으로 물든 산책로가 반짝이는 장면을 마주하면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느낌이다.

어느 나라를 가든 가장 재미지는 구경거리는 모두 시장에 있다. 돌락은 자그레브에서 가장 큰 규모로 열리는 재래시장이다. 푸른 하늘 아래로 활기 가득한 붉은 파라솔의 자판이 가득 펼쳐지면 치즈, 고기, 과일, 채소, 그 외 수제품 등 다양한 상품이 얼굴을 내민다. 특히 과일은 특유의 단 향과 신선한 향을 공기 가득 퍼뜨려 배고픈 여행자를 홀린다.

여행팁

전세기를 제외하고 크로아티아까지 직항으로 가는 방법은 없다. 인천에서 출발해 유럽 주요 도시를 거쳐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언어는 크로아티아어를, 화폐는 쿠나를 사용한다. 국내에선 환전할 수 없으므로 현지에서 환전해야 한다. 자그레브에서는 기본적인 영어 소통엔 큰 불편함은 없다. 하지만 때때로 소통이 쉽지 않아 답답한 경우도 있으니 기본적인 크로아티아어를 숙지하고 간다면 더 알찬 여행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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