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KT ENS 루마니아 태양광 미스테리] (3) 1% 마진율로 내 몬 KT, ENS 흑자부도 책임 어디까지

입력 2014-05-19 11:24   수정 2014-05-19 14:35

KT 계열사의 비애 '1% 마진율'...고위험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어
KT시너지실이 KT ENS 신재생에너지 사업 '컨트롤'



이 기사는 05월15일(05:2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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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ENS(이하 이엔에스)가 지난 3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기 며칠 전, 모기업인 KT 실사팀은 외국계 로펌과 함께 루마니아에 있는 이엔에스의 태양광 발전소 사업장을 비밀리에 방문했다. ‘대출 사기’ 여파로 태양광 발전소 투자를 위해 발행한 ABCP(자산담보부기업어음)의 차환 발행이 막혀 있던 때였다. KT의 실사 결과는 단호했다. ‘지원 불가’.

◆KT 책임 여부 어떻게 되나
이엔에스의 태양광 사업 투자와 관련한 ‘미스테리’ 중 하나는 KT의 관여 및 책임 여부다. 이엔에스 지분 100%를 들고 있는 KT의 개입이 어느 정도였느냐에 따라 채무 변제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흑자 도산’한 이엔에스가 ‘독박’을 쓰느냐, KT도 일부 책임을 지느냐가 결정될 것이란 얘기다.

이와 관련, KT가 이엔에스의 태양광 투자를 진두지휘했을 것이라는 정황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법원 조사위원 및 삼덕회계법인, ABCP 판매 은행으로 구성된 실사팀 관계자는 “실사에 대한 대응을 KT시너지실에서 나온 사람들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엔에스는 KT의 100%로 자회사다. KT 뜻대로 이엔에스를 움직일 수 있다. 이엔에스의 태양광 사업은 이석채 회장 시절 KT가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는 차원에서 진행됐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자본시장 업계 관계자는 “KT는 KT캐피탈이라는 금융 회사를 갖고 있어 자본 시장의 생리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이엔에스가 국내 태양광 발전 사업을 할 때 KT캐피탈과 공동으로 움직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마진율 1%'의 덫이 이엔에스가 리스크 높은 사업에 뛰어들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KT에만 의존하는 사업 구조로는 근근히 생존하는데 그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루마니아 태양광 발전소 투자 건만해도 이익률이 18%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KT ENS는 지급보증에 따른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1000억원을 조달해 공사 발주하는데 820억원을 쓰고, 나머지 180억원은 이익으로 선취한 셈이다. 이엔에스의 작년 영업이익이 급증한 배경이다.

◆흑자 도산한 KT ENS
그렇다면 지난달 이엔에스가 갚아야 할 491억원 규모의 ABCP가 돌아왔을 때 KT는 왜 지원을 거부한 것일까. 이와 관련, 지난달 13일 강석 KT ENS 대표는 해명을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KT가 사업성을 충분히 검토하고 지원해 주기에 시간이 촉박했으며 사업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주관사가 담보 설정 등을 잘못해 놓은 부분이 드러났다”며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CP 규모가 1500억원인데 KT에 그 정도 규모의 자금을 요청할 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로 인해 이엔에스는 지난해 이익잉여금이 542억원에 달하고, 5723억원의 매출과 16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음에도 법정관리를 신청해야했다. ‘흑자 도산’을 하게 된 셈이다.

강 대표의 해명과 관련, 전문가들은 KT가 이엔에스의 태양광 발전 사업에 대해 시간을 이유로 검토하지 못했다는 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엔에스가 회생절차를 신청하며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이엔에스는 이미 몇 차례 국내에서 태양광 발전 사업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09년부터 태양광 사업을 시작해 국내 30개소 26M를 완공했고, 4개소 5M는 공사 진행 중이다.

태양광 발전업계 관계자는 “루마니아 태양광 발전소는 이엔에스가 전력구매계약(PPA)을 누구와 맺었는지, 기간은 얼마인 지 등 투자금 회수 전략을 어떻게 짰느냐가 관건”이라며 “KT가 사전에 루마니아 실사를 갔을 때 이 부분을 확인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엔에스 관계자는 "루마니아 정부에서 그린에너지 인증서(GC-Green Certificate)제도를 통해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력에 대해 일정량(1mw/h당 6장의 GC발급, 1GC당 27~55유로로 거래)을 전력공급자(우리나라의 경우 한전)가 구입하도록 유도하고 정부에서 강제 할당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며 "루마니아는 일조량이 좋아 태양광 발전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엔에스의 설명에 따르면 사업성이 충분한 셈이다. ABCP 발행을 주관한 NH농협증권도 "통상 유럽의 태양광 발전소 투자는 준공 후 1~2년 간 시험 가동을 하고, 이를 통해 사업성을 입증하면 정부가 약속했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라며 "KT ENS의 루마니아 투자 건도 준공 후 4년 정도 후에 리파이낸싱 또는 매각을 통해 원금 및 이자를 회수하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대출 사기'가 문제였지 사업성엔 문제가 없다는 반론이다.

자본시장 업계 관계자는 “만일 KT 자체 실사 결과 투자금 회수 계획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면 이엔에스와 ABCP 발행 주관사인 HN농협증권이 국내 투자자들을 속여 부실 투자를 한 셈이고, 반대로 투자금 회수 계획이 잘 돼 있음에도 KT가 지원을 포기한 것이라면 꼬리 자르기 의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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