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사별후 생계 위해 시작
한국인 체형에 맞춰 25년째 생활한복 만들어
매일 일기쓰며 하루 돌아봐
올해는 매출 20억 목표
[ 민지혜 기자 ]

“한여름에도 입을 수 있도록 얇은 소재를 썼고 색깔과 윤기가 다른 소재로 일일이 이어붙였습니다. 아주 고급스러우면서도 실용적이기 때문에 요즘 이 옷이 제일 잘 나간답니다.”
김영자 새영세계 사장은 서울 회현동 본사 매장에서 조각조각 천을 이어붙인 브라운 계열의 신제품을 들고 이같이 설명했다. “여느 해외브랜드 옷 부럽지 않다”며 “입어본 사람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전통 옷의 장점 살린 생활한복
1990년 새영세계를 창업해 ‘씨실과날실’을 만든 김 사장은 ‘생활한복 마니아’다. ‘어떻게 하면 전통 복식의 아름다움과 장점을 현대 생활방식에 맞게 풀어낼까’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는 “시대가 변하면서 생활한복이 마니아들만 입는 옷처럼 여겨지는 게 안타깝다”며 “생활한복을 명품으로 키워서 전통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이 새영세계를 차린 것은 생계를 위해서였다. 란제리 공장을 운영하던 남편이 심장마비로 갑자기 별세하자 그는 뭐든 해야 했다. “1986년에 남편을 먼저 보내고 참 황망했지만 20세, 19세, 16세인 아이들을 책임져야 했습니다. 평소 한복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전통 복식과 자수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혼자 디자인을 하면서 동대문 시장에 원단을 사러 뛰어다녔다. 당시 자수를 놓는 기계도 있었지만 옷의 마무리는 손끝으로 완성했다. 김 사장은 “자수를 놓은 전통 한복은 많았지만 모시 같은 소재 위에 자수를 놓은 건 씨실과날실이 처음이었다”며 “다행히 일본 상인들이 한 번에 100장, 200장씩 사가면서 매출이 났고 입소문을 듣고 백화점 바이어가 찾아왔다”고 회고했다.
◆한국인 체형에 맞아
씨실과날실은 블라우스, 치마, 재킷 등 양장 디자인에 한복 소재와 문양 등을 접목했다. 당시로선 획기적인 디자인이었다. 김 사장은 “200명이 근무하던 란제리 공장을 정리하면서 직원 급여와 재고 등 빚이 꽤 됐는데 모시 한복이 잘 팔린 덕분에 5년 뒤에 빚을 다 갚게 됐다”며 “그동안 아이들 유학도 보내고 사무실을 점차 늘려나갔다”고 말했다.
씨실과날실의 강점은 무엇보다 한국인 체형에 딱 맞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김 사장은 “대략적인 수치로 사이즈를 만드는 게 아니라 일일이 체형에 맞게 늘리고 줄이면서 거의 맞춤복처럼 만든다”고 말했다. 기성복 사이즈로는 44부터 99까지 나오는데 누가 입어도 맞춤복처럼 꼭 맞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AK백화점과 대구·마산의 지역 백화점 매장, 대리점 등 9개 매장을 운영 중인데 단골손님들이 멀리서도 찾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창업 때부터 매일 일기
올해로 25년째 옷을 만들고 있는 김 사장은 “아름다운 옷을 만드는 일 자체가 매우 즐겁다”며 “한때는 남들과 비교하면서 부러워하기도 했지만 비교하기 시작하면 불행해진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창업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기를 쓰고 있다. 매일 결정해야 하는 수십번의 판단이 옳았는지 돌아보기 위해서다.
그는 “15명의 가족 같은 직원들과 지금처럼 즐겁게 일하면서 어려운 사람을 도와줄 수 있을 만큼만 회사가 컸으면 좋겠다”며 “올해는 20억원의 매출 목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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