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군 국방기술 협력] 전파차단기술로 시험부정 막고…적외선 탐지로 아이 돌본다

입력 2014-05-29 07:01  

우리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어 줄 군사기술

전파차단기술 '재밍'
주파수 교란방법 이용…도청기 등 부정 막을 수 있어

해안구명포로 조난자 구조…풍향·풍속 맞춰 튜브탄 발사



[ 김대훈 기자 ]
전자레인지, 인터넷, 위성항법장치(GPS)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군사적 목적의 연구로 개발한 기술이 민간영역에서 주목을 받게 된 스핀오프(spin off)의 대표 사례라는 점이다.

전자레인지는 미국 방산업체 레이시온의 한 연구원이 레이더를 개발하던 중 고주파가 호주머니 속 초콜릿을 녹인 현상을 발견한 것에서 시작됐다. 최초의 전자레인지(레이더)는 방 한 칸 크기만 했다는 후문이다.

인터넷의 시초도 미 국방부가 핵공격을 받아도 끊어지지 않는 네트워크를 만든 데서 찾을 수 있다. 통신망 기술인 TCP/IP과 월드와이드웹(www)이 추가로 발명되면서 인터넷은 전 세계를 연결시켰다.

GPS의 등장은 더욱 극적이다. 미 국방부는 1978년 포격을 정밀하게 유도할 목적으로 세계 최초의 GPS 위성을 쏘아 올렸다. 미국은 이 기술이 테러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전략적 금수(SA)’ 품목에 넣어 위치 정밀도를 제한했다. 그러나 1983년 구소련의 KAL기 격추사건을 계기로 기술을 민간에 개방했고 현재는 자동차 내비게이션에 사용되는 필수 기기가 됐다.

국방과학연구소(ADD)도 이같이 군사용으로 개발한 기술을 민간에 제공, 경제발전에 활용하기 위해 적극 노력 중이다. 작년에는 우수한 석·박사급 연구원들의 아이디어를 사장(死藏)시키지 않고 민간에 활용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창조국방 아이디어 100선’이라는 책자를 만들었다. 그중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소개한다.

#군용 전파차단기로 수업시간에는 휴대폰 그만

군은 적의 통신 전파를 교란해 아군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전파 차단 기술(재밍·jamming)을 연구하고 있다. 재밍은 이제 우리 군이 통신하는 주파수는 차단하지 않으면서 적이 사용하는 주파수만 봉쇄하는 ‘선별적 차단’과 민간 영역에서는 영향을 주지 않으며 적 군사 지역에서만 전파를 교란할 수 있는 ‘지역 차단’ 수준으로 발전했다.

만일 소형 전파차단기를 학생들이 수업받는 교실에 설치해 휴대폰이 송·수신하는 특정 주파수를 차단한다면 어떤 효과가 나타날까. 수업시간에 시도때도없이 울리는 휴대폰 알림 소리를 이제 듣지 않아도 된다. 선생님들도 ‘수업시간에 휴대폰 쓰지 마라’고 잔소리할 필요가 없어진다. 수능, TOEIC 등 시험장에 이 장비를 설치하면 도청기 등 전자기기를 이용한 최신 부정행각을 막을 수 있게 된다.

#적외선 탐지 기술로 아이를 본다

유아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는 폐쇄회로(CCTV)는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그런데 천안함 사건 당시 일반에 알려진 열상감지장치(TOD) 등 군용 적외선 열감지 기술을 CCTV에 덧붙인다면 어떻게 될까. 부모가 잠시 자리를 비우더라도 아이의 체온을 측정, 이상행동이 있으면 부모에게 바로 알려줄 수 있게 된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U-헬스케어와 연동하면 효과가 배가 된다. 주삿바늘이나 체온계를 싫어하는 영아들의 체온을 측정할 때도 이용할 수 있다.

#안전요원 없는 해수욕장

해수욕장에서 입수자가 발생한 긴급한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선글라스를 낀 구릿빛 몸매의 구조대원이 멋지게 입수해 조난자를 구해냈다. 그런데 사람이 수영해서 현장까지 도착해야 하는 일이라 시간이 꽤 걸린다. 막상 훈련된 구조대원이라고 해도 물속에 들어가면 조난자의 위치를 찾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군용 ‘포’ 안에 구명튜브탄을 넣은 ‘해안 구명포’를 만들어 봄직한 이유다. 조난자가 발생하면 풍향과 풍속에 맞춰 튜브가 담긴 탄을 쏜다. 포탄은 물에 도착할 즈음 펴져 조난자에게 전달된다. 이 모든 게 조난자가 물속에서 허우적댄 지 수초 내에 벌어지는 상황이다. 앞서 소개한 적외선 탐지기술을 적용해 조난자를 탐지한다면 입수자를 특히 파악하기 힘든 야간 시간대나 구조대원이 바로 입수할 수 없는 선박 조난자 구조에서 특히 유용할 것 같다.

#유도탄 기술을 건물 설계에 활용

유도탄은 적의 미사일을 잡아낼 수 있는 이지스함에서 쓰인다. 대개 수직으로 발사돼 상공 혹은 수중을 음속 이상으로 가르며 날아가기 때문에 엄청난 압력이 걸린다. 이때 압력을 못 이긴 탄두가 터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탄피 바로 아랫면에 스프링으로 만들어진 완충장치가 장착돼 있다. 뇌(탄두)를 보호하기 위해 두개골(탄피) 내에 수많은 스프링이 있는 셈이다. 이 기술을 스포츠 스타디움 등 대형 건물을 지을 때 내진·내풍 설계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기존 건물용 완충기는 유압을 이용해 압력을 줄여주는 감쇄형(damper)이라 수명이 짧은 데 반해, 접시 스프링이나 고리 스프링을 금속형이라 수명이 30년 이상으로 길다.

이 외에도 방사청이 운영하는 국방기술거래센터 홈페이지(dtims.dtaq.re.kr:8092/techmart/)에는 제한품목에서 해제돼 민간에서 활용되길 기다리고 있는 수천건의 국방기술이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아직까지 홍보가 미흡해 국내기업들이 우수한 국방연구 성과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술력이 뛰어난 중소기업이 국방기술거래 절차를 잘 이용해 회사 발전과 국가 경제 성장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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