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세월호 교훈'을 자산으로 축적하려면

입력 2014-06-03 20:34  

"대형 참사 끊이지 않는 불안한 사회
경험을 쉬 잊고 실수 반복하기 때문
원인·대책 기록관리 철저히 해야"

조송암 < (주)딤스 대표이사·한국기록관리학회 이사 songahm.cho@dims.co.kr >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통령 담화 이후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문제의 근본원인을 찾아 뿌리 뽑을 수 있는 시정 대책을 수립하고 끈기 있게 시행할 때다.

현재 제시된 ‘관피아’ 척결, 김영란법 통과, 내각 총사퇴 및 책임총리 임명 등 대책들은 사고에 대한 초기 보고와 단편적 보도를 기초로 수립된 단기 해결책으로, 모두 집행된다 하더라도 재발방지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는 해경 해체와 같은 강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결국 정부조직 신설과 조정, 법령개정 및 총리, 장관 교체라는 과거의 후속 대책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발방지를 위한 시정 대책의 수립은 근본원인을 찾아내는 데서 시작하는데 이는 사고의 진상에 대한 정확한 기록이 있을 때 가능하다. 또 시정 대책을 성공시키려면 잊지 않고 꾸준히 감시할 수 있는 사회적 경각심과 기억 능력이 필요하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국정조사 등을 거쳐 1~2년 후에야 만들어질 것 같다. 이번에도 국민들이 쉽게 흥분하고 쉽게 잊는 습관을 버리고 오랫동안 기억할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이번에는 기록의 확보와 기억의 망각 방지를 제도화할 수 있는 대책 한 가지를 추가할 것을 제안한다.

그 대책은 문서관리와 기록보존 제도의 올바른 정착이다. 우리는 정부나 민간을 막론하고 이 일에 소홀했다. 남겨야 할 사실을 문서로 작성하지 않고 말로 처리해 기록을 남기지 않거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문서를 위조하거나 파기하는 등의 관리부실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최근에도 대통령기록인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실종이나 원전 성적서 위변조, 간첩 증거문서 조작 같은 사례들이 있었다. 이번도 예외없이 공공기관과 해운협회, 한국선급, 청해진해운 등에서 문서 위조와 파기 사례가 등장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최고 관리자에게 문서관리와 기록보존 제도의 수립과 효과적 실행에 대한 확인을 책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 상태라면 진상조사가 마무리되더라도 참사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지 염려된다.

문서에는 본질상 국가와 사회를 선진화하고 민주화하는 데 필요한 기본 바탕이 되는 역할이 있다. 첫째, 문서는 ‘증거로서의 역할’을 통해 시비를 가리고 바른 판단을 하도록 돕는다. 지능 범죄의 피해가 큰 현대 사회에서 남겨야 할 문서를 필히 남기는 것은 사회 안전과 정의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문서를 파기해 증거를 없애는 것이 유리한 사법 제도는 개선해야 한다. 둘째, 문서는 ‘지적 자산의 역할’을 한다. 문서의 내용은 증거인 동시에 기억이고 정보이기 때문이다. 선진사회는 이런 지적 자산을 활용해 경험을 축적하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음으로써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낸다.

셋째, 문서를 통해 누가 어떻게 업무를 수행했는지 알 수 있기에 ‘업무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담보하는 역할’을 한다. 정부뿐 아니라 세금을 사용하는 정당, 시민단체, 공익단체와 민간부문에 이르기까지 문서의 투명한 관리와 공개 제도를 통해 사회의 신뢰수준을 높일 수 있다. 특히 공공기록을 국민에게 공개, 활용하는 제도는 민주주의를 감시하는 기능을 한다.

이번 참사를 겪으며 21년 전 서해훼리호 사고에서 하나도 배운 게 없다는 점이 많이 지적됐다. 이와 관련, 국가기록원이 보유한 기록 중에 사고 이후 조치나 감사 등 활용할 정보가 담긴 기록이 대부분 비공개인 것이 경험 축적을 어렵게 하지 않았는지 재고가 필요하다.

문서관리와 기록보존 제도를 정착시켜 사회적 건망증을 치유하고 성공적인 국가개조의 첫발을 내딛기를 희망한다.

조송암 < (주)딤스 대표이사·한국기록관리학회 이사 songahm.cho@dim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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