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선거에 임한 서울 유권자의 자세는 '제가'?

입력 2014-06-05 15:48   수정 2014-06-05 16:19


청마의 해 2014년 6월 4일 치러진 6.4 지방선거 결과를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로 여겨집니다. 전체 선거판을 조망하면 여당, 야당 누구에게도 ‘승리’라고 손들어 주기가 애매모호한 까닭입니다.

밤낮의 길이가 같고 추위와 더위가 반반인 절기 ‘춘추분’처럼 승패가 났지요. 때문에 조간 신문들의 1면 머릿기사의 제목을 붙이는데 어려움을 겪은 흔적이 엿보입니다.

‘여도 야도 아닌 전교조 압승’을 제목으로 사용한 한 신문이 이를 방증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하더라도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지역인 서울에선 ‘풀뿌리 민주주의에 임하는 유권자의 자세’가 확연하게 드러났다는 평가입니다.

이들이 후보자를 고르는 기준으로 ‘제가’를 중요하게 판단했다는 얘긴데요. “제가의 힘이고?”라는 의문이 당장 제기될 터입니다.

제가는 사서삼경의 하나인 대학에서 출전하며 선비의 올바른 길이라고 하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 [修身齊家治國平天下=닦을修몸身 (1), 가지런할齊집家 (2), 다스릴治나라國 (3), 평평할平 하늘天아래下 (4)]’에서 2번을 빌린 것입니다.

선비는 모름지기 자기 몸을 바르게 가다듬은 후 (1) 가정을 가지런히 돌보고 (2) 그 뒤 나라를 다스리며 (3) 그런 다음 천하를 경영해야 한다 (4)는 뜻이지요.

사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대표자를 뽑는 지방선거에서 1번 ‘수신’의 경우 후보자 공통의 측면으로 불립니다.

학벌 경력 집안 등 후보자 개인 이력의 면면을 보면 화려하지 않는 이들이 별로 없지요. 또 3번과 4번도 기초단체장을 뽑는 이번 선거와는 거리가 약간 있습니다.

서울시 유권자들은 후보자 선택의 잣대로 이들 보다 2번 ‘제가’에 무게 중심을 뒀다고 말하는 것은 당락의 운명이 엇갈린 몇몇 선거구의 결과가 대변합니다.

예컨대 서울시장에 출마한 여당 후보는 ‘아들’이 SNS에 올린 글 하나로 인해 발목이 잡혀 끝내 승리를 거두는데 실패했다는 지적입니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여당의 한 후보는 제가 실패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됩니다. 국내 최초 고시 3관왕을 달성한 그는 ‘수신’에선 후보자 누구도 따라갈 수가 없다는 평가입니다.

선거에 앞서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려 교육감 선출이 이른바 ‘떼논 당상’으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지배적 이었고요.

그러나 이혼한 전처와 사이에 난 딸은 SNS에 유권자 누구도 알 수 없는 ‘가정사’를 전격 공개했습니다. 엉청난 파문이 일며 낙선의 쓴 잔을 마셨습니다.

반대로 선거에 앞선 여론조사에서 3위에 머물던 야당의 교육감 후보는 자녀들이 인터넷에 올린 ‘아버지의 엄격한 교육’이라는 글 덕에 당선의 영광을 차지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제가’의 변수가 작용한 사례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는 해석입니다. 한 가정에서 자녀 교육 문제 등에서 주체적인 역할을 하는 여성 후보가 주로 남성 후보들과의 대결에서 이기며 대거 당선된 것도 이런 류의 하나란 건데요.

흔히 “서울에서도 교육열이 높다”는 대표적인 지역인 강남 3구와 양천구의 구청장 당선자는 모두 여성입니다.

강남구청장 선거에서 현 구청장인 신연희 새누리당 후보가 재선에 성공했지요. 서초구의 경우 조은희 새누리당 후보가 곽세현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눌렀습니다. 송파구의 박춘희 새누리당 후보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용모 후보를 따돌렸습니다.

양천구청장 선거에서 김수영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47.8%의 득표율로 46.7%의 득표율을 얻은 오경훈 새누리당 후보를 제쳤습니다.

김수영 당선자의 경우 이 지역이 전통적으로 여당 후보 강세지역이라는 점과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출신이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과 맞대결에서 승리했다는 게 이색적입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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