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인사청문회 통과와 낙마의 차이...야당이 반대하는 진짜 이유

입력 2014-06-16 20:00  


(손성태 정치부 기자, 국회반장) 정홍원 총리가 지난 4월27일 ‘세월호’ 참사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를 한지 51일이 흘렀다. 짐을 싸지 않았다 뿐이지, 국정책임 2인자 자리를 50여일째 비워두고 있는 것이다.

후보자 중 한 명인 안대희 전 대법관은 지명 엿새만에 ‘셀프낙마’했고, 2번째 후보자인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은 일제 식민지배 미화발언과 과거 우편향적 칼럼 등으로 청문회 통과를 낙관할 수 없게 됐다. 앞으로 문 후보자의 총리직 인계 여부와 상관없이 이 정도면 박근혜 정부의 최대 인사참사이다.

총리 후보 2명의 임명에 ‘제동’이 걸리면서 청와대의 ‘인력풀(pool)’과 인사검증시스템도 논란을 빚고 있다.

이와 관련, DJ(김대중)정부 때 비서실장을 지냈던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6일 기자를 만나 “이런 식으로 흐르면 박근혜 정부가 끝나도록 총리 자리를 비워놔야 할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중도 낙마를 비롯해 국회 청문회의 인사보고서 채택 실패 후 인사강행을 포함한 현 정부의 잇딴 인사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높아진 ‘검증문턱’ 탓이다. 처자식을 포함한 직계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방계가족까지 샅샅이 ?는 ‘현미경 검증’을 흠결없이 통과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여기에 문 총리 지명자처럼 과거 강연과 칼럼을 비롯해 사적 영역에서 주고받은 트윗 글이나 블로그 등도 모두 검증 대상이 된다면 대한민국 국민 중 과연 몇 명이나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을까. 문 후보자에 대한 야당측 인사청문회 위원장을 맡은 박 의원은 이 같은 검증잣대로 인한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당사자이다.

그는 DJ정부 때 비서실장으로 인사를 챙겼을 때의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대통령 비서실에서는 총리, 장관 등 후보명단을 만듭니다. 온갖 자료를 취합해 걸르고 걸러 인물 후보군을 추려냅니다. 총리 지명을 앞두고 비서실에서 후보명단을 놓고 본인 및 자식 병역문제, 부동산투기 문제,위장전입 문제 등 굵직한 것 몇개만으로 사전 검증을 해 본 적이 있어요. 72명 후보자 중 몇명이 살아남았는지 아세요. 딱 1명 살아남았습니다. 인터넷 발달 등으로 지금은 더 하겠죠.”

박 의원 스스로 현재의 검증시스템을 통과할 공직후보자를 찾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기자가 물었다. “그렇게 잘 아시면서 대통령 인사에 번번이 ’딴지'만 걸면 국정운영에 무슨 도움이 될까요."

그는 망설임 없이 “이명박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7명의 고위 공직자를 낙마시켰습니다. 인간적으로 그분들에게 미안하고, 어떨 때는 후임자가 낙마시킨 사람보다 못해 후회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을 위해 바람직한 일을 했다고 자부합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부가적인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지만, 고위 공직자는 일반인과 다른 엄중한 도덕적 잣대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이해했다. 또 이러한 검증시스템은 공직과 전체 사회에 엄중한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부정적인 효과보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추정된다.

박 의원은 현 정부 들어 잇딴 인사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을 일부에서 지적하는 ‘수첩인사’가 아니라 야당 및 국민과의 ‘불통' 문제를 꼽았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MB)과 인사담판을 벌였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사례로 들었다. 박 의원이 원대대표를 맡았던 2010년 G20정상회의를 앞두고 있을 때. MB는 청와대로 박 의원을 불러 “G20정상회의를 잘 할려면 공석 중인 외무부장관을 임명해야 하는데, 1주일 안에 국회 청문회를 통과시켜달라”고 요청했다.

MB는 당시 김성환 외교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부동산매매 의혹 등 청와대 사전검증단에 걸린 문제를 가감없이 털어놓고 협조를 요?했다. 박 의원은 “그러마"고 했지만, 청와대 기대와는 달리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의 부동산 매매 의혹 등을 끈질기게 물고늘어지면서 MB의 애를 태웠다. 하지만, 청문회가 끝나자 인사보고서 채택에 동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MB의 협조요청에 응했다.

박 의원은 “정치란 야당엔 명분을 주고, 여당은 실리를 챙기는 것이다. 지금 박근혜 정부는 이것을 못한다. 안하는 것인지...”라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50여일의 총리공백 사태는 말할 것도 없고, 현 정부 들어 청와대 및 여당과 극한대치로 인한 정치실종이 남긴 폐해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박 의원은 사견임을 전제로 “식민사관에 젖은 사람은 절대 총리가 돼선 안된다"고 강조한 뒤, “이럴 것 같았으면 안대희 전 대법관이 백배 나았을 텐데..”라고 말끝을 흐렸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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