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반 1대로 출발해 호이스트 외길 40년…세계를 들어올린 '작은 거인'

입력 2014-07-04 07:00  

산업단지, 혁신의 현장
24개국에 '호이스트' 수출하는 송근상 현대호이스트 사장

"기술만이 살길" 승부수, 獨·핀란드와 잇단 제휴

연구소 설립 독자기술 개발 1천t급 중량물용 제품 내놔

까다로운 정밀도 요구하는 원전용 호이스트도 공급



[ 김낙훈 기자 ]
충남 당진 부곡공단의 현대호이스트(사장 송근상·58). 얼핏보면 종업원 85명에 연매출 240억원 정도 올리는 평범한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고도의 정밀도가 요구되는 원자력발전소용 호이스트를 비롯해 난도가 높은 호이스트를 속속 개발해 24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비결이 뭘까.

서울 기계공업의 메카 문래동. 작은 공장에서 먹고자며 쇠를 깎던 청년이 있었다.

1983년 문을 연 현대호이스트의 송근상 사장이다. 당시 나이 27세. 1인 회사에 선반 한 대로 출범했다. 그는 공장에서 하루 14시간 이상 일하고 공장 바닥에 골판지 상자를 깔고 자면서 기계와 자동차부품을 깎았다.

이 회사는 지금 당진에 3만3000㎡(1만평) 공장에 각종 호이스트와 크레인 200여종을 생산하는 굴지의 호이스트 전문업체로 성장했다. 본사 사무동은 크레인을 형상화한 기하학적 디자인으로 설계했다. 이 회사가 납품하는 곳은 당진 현대제철을 비롯해 국내 기업 수십곳에 이른다. 수출지역은 미국 캐나다 멕시코 칠레 페루 콜롬비아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 24개국이다.

최근에는 아랍에미리트 원자력 발전소에 호이스트를 납품하기 위해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국내 원전 10여기에도 이 회사의 호이스트가 들어가 있다.

호이스트는 중량물을 집어서 옮기는 설비다. 500㎏에서 최대 1000t의 중량물을 정확히 이송하는 제품이다. 1000t이면 5t짜리 어른 코끼리 200마리를 동시에 옮길 수 있는 거대한 제품이다.

이 호이스트는 크레인에 부착돼 이동하는데, 현대호이스트는 호이스트를 제작해 팔기도 하고 호이스트 및 크레인을 턴키로 제작 공급하기도 한다. 여기서 말하는 크레인은 공장이나 선박에 설치되는 거대한 철제 구조물로 수평 운반 기능을 맡는다.

이 회사가 호이스트 분야의 ‘작은 거인’으로 성장한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40년간 외길을 걸으며 쌓은 노하우다. 송 사장은 10대 후반부터 이 분야에 몸담았다. 충남 천안의 부농 집안 9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난 그는 열한 살 때 부친을 여의면서 가세가 급속히 기울자 10대 후반부터 기술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70년대 중반부터 문래동 공장에서 선반 기술을 익혔다.

그는 “하루 최대 18시간을 일한 적도 있다”고 회고했다. 기술 습득 속도가 빨랐던 그는 선반에 이어 밀링 드릴 용접 ‘빠우’(표면광택내기) 등 현장 기술을 배웠다. 20대 초반에 공장장을 맡았고 27세에 독립했다. 창업 2년 뒤부터 기계나 자동차부품 가공을 중단하고 집중적으로 호이스트 개발에 나섰다. 호이스트는 공장에선 없어서는 안 될 제품이고 선박 플랜트 등에서도 쓰이는 기술집약제품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뒤 줄곧 외길을 걸었다.

둘째, 해외 선진기업과 과감한 기술 제휴다. 처음엔 충분한 기술이 없어 타사 제품 모방 수준에 그쳤으나 그래선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 선진 기업과 기술 제휴에 적극 나섰다. 송 사장은 “세계 굴지의 호이스트 업체 중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발품을 팔며 기술 파악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독일의 쿨리와 기술 제휴를 맺어 ‘크랩(crab) 타입’ 호이스트를 국산화했다. 크랩 타입은 호이스트 구동부가 크레인 위에 있어 게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핀란드 코네와의 기술 제휴로 체인호이스트 개발에도 나섰다. 이어 100t과 60t짜리 중량물을 동시에 운반할 수 있는 와이어형 호이스트를 국산화했다. 정교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원자력발전소용 호이스트도 만들었다.

단순히 해외 기술을 도입한 게 아니라 본사에도 연구소를 만들어 기술을 내것으로 소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전념했다. 현재 연구소 인원은 7명이다. 서울대 출신의 김욱 이사(52)가 소장을 맡고 있다. 김 이사는 “그동안 국내 원전 10여기에 호이스트를 납품했는데 일반 공장용 호이스트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정밀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말

다. “원전의 핵연료나 폐기물을 집어서 운반할때 ‘㎜ 단위’의 정밀도가 요구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 소장은 “아랍에미리트에 한국이 건설하는 원전에도 우리가 납품하기로 하고 막바지 제작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셋째, 과감한 글로벌 마케팅이다. 송 사장은 국내 시장에만 의존해서는 발전이 힘들다고 판단해 초기부터 독일 미국 등 해외 전시회에 출품했고 KOTRA를 통해 바이어를 발굴해 거래처를 만들었다. 그는 “이제는 20여개국에 판매상을 둘 정도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들 판매상은 단지 현대호이스트 제품을 팔 뿐만 아니라 유지 보수 기술을 갖고 있어 본사와 한몸처럼 움직인다.

송 사장은 사업을 하면서 ‘승부수’를 던지는 스타일이다. 그는 번돈을 모두 설비투자나 연구개발에 쏟아부었다. 송 사장은 당진 공장에만 모두 2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이를 통해 일관화 작업을 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호이스트의 핵심 부품은 모터와 기어다. 모터는 동력원이고 기어는 중량물을 들어올릴 수 있는 부품이다. 이를 모두 자체 생산한다.

송 사장은 “모터 중 권선작업(코일을 감는 공정)만 외주를 주고 나머지는 자체 생산한다”며 “이를 통해 일관성 있는 제품,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나 베트남 등지에서 부품을 들여올 경우 원가를 절감할 수 있지만 이를 국산화함으로써 ‘메이드 인 코리아’로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기어 가공 시설은 물론 모터 테스트장비까지 갖춰야 해 이들 설비 도입에만 5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그는 “이로써 제품의 가공 테스트 설치 유지 보수에 이르는 모든 공정을 자체적으로 완료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제 세계 최초로 호이스트용 ‘블랙박스’도 개발 중이다. 산업단지공단의 ‘현장맞춤형 기술개발사업’의 하나로 유한대학 및 국내 기업과 컨소시엄 형태로 연구해 특허도 출원했다. 호이스트의 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장치다. 호이스트가 고장이 났을 경우 왜 고장이 났는지 파악해 원인과 책임 소재를 가릴 수 있는 제품이다.

송 사장은 “호이스트는 다품종 소량생산 제품이고 기술과 품질로 자웅을 겨룰 수밖에 없다”며 “제품은 결국 기술자들의 손끝에서 완성되기 때문에 직원들의 의식 개조에도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송 사장은 “30년 이상 사업을 해오면서 외환위기 등 수많은 장벽을 만났지만 이를 뛰어넘었다”며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우리는 기술과 품질로 세계시장에서 인정받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ung.com



[한경스타워즈] 증권사를 대표하는 상위권 수익률의 합이 110%돌파!! 그 비결은?
[한경닷컴 스탁론] 최저금리 3.5% 대출기간 6개월 금리 이벤트!
[한경컨센서스] 국내 증권사의 리포트를 한 곳에서 확인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