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시진핑은 왜 박 대통령을 '퍄오진휘'라 불렀나

입력 2014-07-13 14:01  


(정치부 전예진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 수석의 이름을 한국식으로 읽으면 '습근평(習近平)'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중국인들이 발음하는대로 시진핑(Xi Jinping)이라고 부르죠.

고유명사인 사람 이름은 현지식대로 읽는 게 맞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안배진삼(安倍晋三)이라고 하지 않는 것도 같은 논리입니다.

일본도 한국이나 중국 이름을 일본식대로 부르지 않습니다. 최대한 해당국가의 발음과 가까운 가타가나로 바꿔서 읽습니다.

그런데 예외가 있습니다. 중국입니다.

중국은 박근혜 대통령을 ‘퍄오진휘(Piao Jinhui)’라고 부릅니다.

지난 3일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 수석도 한중 공동기자회견에서 여러차례 박 대통령을 이렇게 불렀습니다

박근혜(朴槿惠)를 중국식으로 읽은 것이죠. 이름이 어려우면 성이라도 제대로 부를 수 있을 텐데도 끝까지 "퍄오죵동"(박 총통)이라고 합니다.

이를 두고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중국식 발음을 존중해 줬으면 다른 나라의 방식도 인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한자에 대한 자부심 때문인지 중국은 여전히 고집불통입니다.

중국은 알파벳 이름마저도 중국식으로 바꿉니다

버락 오바마는 ‘베이라커 아오빠마’(貝拉克 奧巴馬)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푸징(普京)’, 독일 메르켈 총리는 ‘모커얼(默克爾)’이라고 부릅니다. 중국 발음에 맞춰 한자를 만들었습니다.

이 정도는 자국 언어를 쓰려는 노력으로 이해한다고 해도 문제는 또 있습니다.

국제회의에서도 중국어를 공용어로 쓰자고 밀어붙이는 겁니다. 지난 9~1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전략대화에서 중국은 미국 고위 관계자의 명패를 모두 한자로 표기했다고 합니다. 외국사람들도 많이 참석했을 텐데 참 배려심 없는 중국입니다.

여기에는 언어를 통해 세계를 장악하겠다는 중국의 야심이 숨어 있습니다. 중국은 이를 ‘국제화어권(國際話語權)’이라고 부릅니다. 국제적인 말과 언어의 권리라는 뜻이지만 사실 권리(right)라기보다 권력(power)이라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전세계인의 생각이나 행동을 비폭력적이고 비강압적인 방식으로 변화시키려면 언어를 활용해야한다는 겁니다.

신상진 광운대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은 전세계가 미국이 만든 규칙에 끌려다니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영어로 된 국제기준을 중국어로 바꾸고 중국이 주도적으로 룰을 설정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은 지금도 전세계 곳곳에서 중국어를 전파하고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화어권이 중국의 국제적 위상을 보여준다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 제주포럼에 참석한 리자오싱 중국 공공외교협회장이 유창한 영어 실력에도 불구하고 참석자 중 유일하게 중국어 연설을 고집했던 이유를 이제 알 것 같습니다. 300여명의 청중이 통역기 신세를 지게 만들면서도 당당했던 그의 모습을 떠올리니 중국이 더 무서워집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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