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가자지구

입력 2014-07-13 21:30   수정 2014-07-14 05:43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정삼각형 두 개가 맞물린 다윗의 별, 이스라엘 장교 임관식이 열리는 맹세의 유적지 마사다, 최첨단 IT 방어체계를 기반으로 한 막강한 화력…. 이런 이미지로 연결되는 이스라엘의 국방력은 강고하다. 다윗의 별을 내흔드는 탱크부대는 무력 그 자체다. 그 대척점, 팔레스타인엔 4색 깃발이 저항의 상징으로 휘날린다. PLO와 아라파트, 인티파다와 하마스, 황폐하고 거친 삶…. 빈곤의 땅에서 울부짖는 어린 생명들은 철이 들기도 전에 성전(聖戰)부터 배운다. 고통받는 외곽의 이슬람이다.

평화의 노력이 없지 않았다. 네 차례 중동전쟁 이후 국제사회의 조력도 다양했다. 특히 1993년 노르웨이 협정은 중동평화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란 기대가 컸다. 오슬로 외곽 노르웨이 외무장관의 농가 별장에서 극비리에 진행된 이스라엘과 PLO의 협상은 당시로선 놀라운 성과를 냈다. 이른바 ‘땅과 평화의 교환’이었다. 미국의 배서 아래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위한 로드맵도 그때 수립됐다. 라빈 총리와 페레스 외무장관, 아라파트 의장은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다. 이스라엘에 적대적 행위를 포기하는 대가로 팔레스타인 측이 받은 땅이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다. 가자지구는 구약성서의 삼손 고사가 나오는 4000년 고도 가자를 중심으로 한 지중해변 50㎞의 좁은 띠 같은 지역이다. 372㎢의 작은 땅이다. 남쪽으로는 이집트 시나이반도와 이어진다.

하지만 어디서나 비둘기도 많지만 매도 있다. 소수일지라도 매파의 목소리가 더 클 수 있다. 명분론, 당위론, 강경론은 언제나 크게 들린다. 1999년 5월까지로 예정됐던 팔레스타인의 독립선포는 여태 이뤄지지 않았다. 양쪽의 매파들 때문이었다. 대신 무수한 테러와 침공, 유혈 보복전이 이어졌다. 10대 소년 상호납치 살해로 비롯된 또 한 번의 대규모 무력충돌이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말이 충돌이지,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쥐어패기다.

며칠새 가자지구는 쑥대밭이 됐다. 벌써 사상자가 수천명이다. ‘아이언돔’이라는 이스라엘의 미사일방어시스템은 기당 800달러짜리 하마스의 낡은 로켓을 90% 명중률로 떨어뜨려 버린다. 대당 5만달러라는 요격미사일 덕에 이스라엘 측은 인명피해가 없다고 한다.

국제사회도 다시 움직인다. 하지만 분개는 늘 후행한다. 실제 중재는 한발 더 늦곤 한다. 미국도, 유엔도 이스라엘이 막강 화력으로 정신없이 팬 다음에야 움직이는 것 같다. 보이는 국방력의 차이보다 보이지 않는 외교력에서 차이가 더 크기 때문일까. 인권도, 평화도 늘 주먹질 다음이었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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