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의 한 수’ 정우성, 구태여 보태지 않아도 좋은 이름

입력 2014-07-16 07:50  


[최송희 기자] 구태여 보태지 않아도 좋다. 정우성이니까.

최근 영화 ‘신의 한 수’(감독 조범구) 개봉 이후 한경닷컴 w스타뉴스와 만난 정우성은 이름이 주는 무게와는 달리 훨씬 더 자유로운 몸짓을 가진 남자였다.

생각과는 다른 얼굴. 배우들의 이면은 늘 만날 때마다 생소하다. 더더군다나 ‘정우성’이라니. 그 자유로운 몸짓이며 얼굴은 더더욱 그렇다.

대개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우성의 모습은, 그저 그들이 만들어낸 하나의 이미지에 불과하다. 말 수도 없고, 우울한 얼굴을 가진 애처로운 분위기의 남자. 하지만 그것은 평소 그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이미지들이다.

시종 장난기 어린 얼굴로 ‘옴마’ ‘앙대요’라고 농을 거는 남자. 다소 굳은 분위기에서도 힘들이지 않고 웃음을 끌어낼 줄 아는 여유는 데뷔 20년 차라는 시간을 가늠하게 한다.

“‘신의 한 수’는 시나리오와 바둑이라는 소재 때문에 택했어요. 바둑을 모르는 상태였는데도 시나리오가 술술 잘 읽혔죠. 내가 봐도 재밌다면 바둑의 특성을 넘어 일반 관객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영화구나 생각했어요. 뒷이야기에 대해서도 궁금했구요. 영화로 잘 전달된 것 같아요.”

영화 ‘트랜스포머’까지 제쳤다. 쏟아지는 외화를 제치고 순식간에 200만을 달성한 영화 ‘신의 한 수’는 프로 바둑기사 태석(정우성)은 내기바둑판에서 살수(이범수)팀의 음모에 의해 형을 잃고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모아 그에게 복수하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라면 그의 첫 등장에 물음표를 띄웠을지도 모르겠다. 덥수룩한 수염, 어수룩한 말투의 태석은 우리가 알고 있는 ‘정우성’의 얼굴과는 달랐으니까.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7년이란 시간이 있고, 초반의 태석과 이후의 태석의 극명한 차이 주려고 뚱뚱한 태석으로 묘사가 됐죠. 프로덕션 기간의 한계가 있고, 살을 찌웠다가 빼기도 어려우니까 특수분장으로 해결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특수 분장에는 한계가 있었다. 더운 여름날 촬영하다 보니 특수 분장과 피부 표면이 벌어지게 되었던 것. 특수 분장 팀이 손사래를 치자 대안으로 수염을 붙이게 되었고, 조금이나마 덩치가 커 보이도록 사이즈가 큰 옷을 입게 되었던 것이다.

“태석의 과거 모습을 보고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새롭잖아요. 배우들은 새로운 모습을 보일 때 쾌감을 느끼거든요. 못생겼다는 것보다는 캐릭터를 우선시 생각했어요. 7년 후의 모습이 주였기 때문에 외모에 대한 걱정은 없었어요.”

거리낄 것 없는 말투. 가진 자의 여유가 물씬 느껴져서 “걱정이 없는 게 당연한 게 아니에요?”라고 했더니 소리 없이 엄치를 치켜든다.

“그래도 캐릭터의 목소리나 순진하고 어수룩한 모습을 보이려고 연기에 더 힘을 썼어요. 외모는 그다음이에요. 프롤로그의 태석을 잘 완성해야 그 이후의 행동들도 이해가 가니까 가장 연기적으로 신경을 쓰기도 했어요.”

생각 외로 ‘신의 한 수’는 심플하다. 바둑과 액션, 두 가지 요소를 어렵지 않게 풀어냈다는 것은 영화의 큰 강점이다. 배우들 역시 입을 모아 “바둑을 몰라도 재밌는 영화”라고 평할 만하다. 하지만 관객들은 몰라도, 배우들은 어느 정도 바둑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바둑에 대해 얼마나 공부했는지 묻자 그는 멋쩍게 “착수 연습을 했죠”라고 답했다.

“바둑 영화니까 용어나 정서, 더 깊은 것들을 알고 싶었어요. 어떻게 배워볼 수 없겠냐고 물었더니 흥미가 있다면 기원에서 두라고 하더라고요. 바둑을 쉽게 가르칠 수가 없고, 배울 수도 없다고요. (웃음) 짧은 기간에 뉘앙스를 보여줘야 하니 착수에 더 몰입했어요.”

단기간에 배울 수 없기에 착수에 많은 공을 들였던 그. 주머니에 바둑알을 두고 시도 때도 없이 착수 연습을 했다. 술자리에서 연습할 정도였다.

“전직 프로바둑 기사 역할이다 보니까. 착수가 중요했죠. 바둑알을 가지고 노는 시간이 엄청날 텐데 어설프면 안 되잖아요. 착수라는 건 배구로 따지면 강력한 스파이크고, 복싱이라면 잽인데 이걸 얼마나 유연하게 던지느냐가 연습의 관건이었어요. 아주 중요한 부분이었구요.”

착수를 두는 방법에서도 각각의 성격이 묻어났다. 캐릭터에 따라 그 폼이나 모양새에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정우성은 태석의 성격, 그가 프로바둑 기사라는 점에 따라 ‘정석’대로 착수를 실행했다.

“다르게 두는 건 살수 정도였을 거예요. 바둑계의 이단이다 보니 네 번 째 손가락으로 착수를 놨죠. 그런 착수 방법은 있을 수가 없으니 말이에요. 반대로 저는 정석적으로 연습했어요. 그런데 그 정석으로 두는 게 난도가 정말 높더라고요.”


착수 말고도 정우성이 ‘마음껏’ 표현했던 것이 있다. 바로 액션이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무술감독 정두홍은 정우성을 두고 “액션을 가장 잘하는 배우”라고 극찬했다. 이에 정우성은 “이제까지의 액션 중 가장 편안했다”고 입을 열었다.

“물론 롱테이크도 많았고 난이도도 높았어요. 그런데 예전보다 운동도 많이 하고 준비해서 그랬는지 체력적인 한계는 덜 느꼈던 것 같아요.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 노하우가 생긴 것 같아요.”

이제야 ‘여유’가 생겼다고 말하는 20년 차 배우. 어째서일까. 이토록 다양한 역할과, 다양한 작품을 만나고 있는 그를 ‘톱스타’라고만 생각했던 것은. 마냥 스타라고 느껴지던 모습을 한 꺼풀 벗겨내고 나니 오롯이 배우 정우성의 모습만 남았다.

연기에 대한 애정과 열정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말 한마디, 한마디 꺼낼 때마다 역할에 대한 애정과 작품에 대한 관심이 뚝뚝 흐를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신의 한 수’ ‘나를 잊지 말아요’ ‘뺑덕’ 등 많은 작품을 오가며 그 애정을 공평하게 나누었을지 의문이었다.

“아니에요. 혼란스럽지 않아요. 오히려 장르가 달라서 용이하거든요. 만약 비슷한 장르라면 헷갈렸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장르가 다 다르기 때문에 도전하는 것에 재미를 느껴요.”

배우의 세계는 넓다.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넓혀가고 있는 정우성은 이제 배우에서 감독까지 넘나들며 자신만의 자리를 넓혀가고 있었다. 연출할 줄 아는 배우. 연출의 시각을 가진 배우는 과연 득일까?

“반대죠. 연기를 하면 연출에 도움이 돼요. 현장의 지휘자는 감독님이니까 감독님의 요구를 최대한으로 표현 하는 게 본분이에요. 제가 다른 의견이 있을 땐, 그게 맞다는 것을 입증해야만 하죠. 내가 하기 싫다고 해서, 내 생각이 맞다고 생각해서 우기는 건 잘못된 거예요.”

차분하면서도 분명한 어조. 정우성과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발견한 그의 이면들은 20년이라는 시간만큼이나 다양한 면면을 가졌다. 하지만 그 다양한 면면들만큼 그 무게 또한 만만치 않았으리라. 누군가의 롤모델로 산다는 것, 정우성으로 산다는 것은 어떠느냐고 물었다.

“제가 선배고, 선배로서 조언을 해주는 입장인 거죠. 사실 전 영화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누구처럼 되고 싶진 않았죠. 그러면서 저를 찾으려고 했어요. 저를 좋아해 주고 영향을 받는 건 좋지만 자기 자신을 찾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사진제공: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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