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강원랜드 사장 자리

입력 2014-07-21 20:30   수정 2014-07-22 04:54

직장인들은 휴가 다녀온 뒤 약간 멋쩍은 느낌이 든다. 자신이 없는 동안에도 회사는 별일 없이 잘 돌아가니까. 하지만 CEO가 휴가도 아니고 아예 공석이라면 어떨까. 어떤 조직이건 사령탑이 없으면 현상유지도 어려워야 정상이다. 그런데 사장·부사장도 없는 회사가 오히려 경영실적이 나아졌다면 어떻게 봐야 할까.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인 강원랜드 얘기다. 사장은 지난 2월 도지사에 출마한다며 갑자기 그만뒀고, 부사장도 감사원 감사 끝에 4월 사표를 냈다. 그럼에도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137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6.3%, 전분기에 비해선 232.3%나 급증했다. 주가도 21일 3만3050원까지 회복돼 사상 최고치(작년 5월31일 3만7000원)에 근접했다. 증권사들은 올해 실적호전을 들어 ‘매수’ 의견을 쏟아내고, 목표주가로 4만원은 보통이고 5만원을 제시한 곳까지 있다. 노조가 ‘관피아’ 인사와 복지축소 반대를 이유로 1주일 전 파업에 돌입했어도 별 영향이 없다.

회사 측은 경영시스템이 잘 갖춰진 결과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딴 데 있다. 작년 6월부터 게임테이블 68대, 슬롯머신 400대를 늘리고 입장료를 5000원에서 7500원으로 인상한 덕이다. 최근 1년간 302만여명이 내장해 고작 0.6% 늘었어도 매출은 10% 이상 증가했다. 좌판이 늘고 구경만 하던 ‘불량’ 고객이 줄었다는 얘기다.

강원랜드의 사장·부사장 선임이 늦어지는 것은 물론 관피아 논란의 여파다. 회사는 주무부처(산업부)의 사인을 기다리고, 주무부처는 청와대 눈치만 본다. 사장에 민간 출신 경영인과 전직 국회의원이 거명되지만 빨라야 9월에나 선임이 가능하다. CEO 빈자리가 여기뿐인가.

CEO 부재에도 걱정 없는 강원랜드는 공기업 개혁의 필요성을 극명하게 증명한다. 공기업은 대개 대규모 장치·설비를 갖추고 독점 영업권을 부여받아 앉아서 돈 버는 구조다. 정부가 밥그릇 숫자까지 일일이 정해주니 CEO가 할 일이 별로 없다. 낙하산과 비리 백화점은 필연적이다. 1998년 설립 이래 강원랜드의 역대 사장 7명 중 6명이 전관(前官)이다. 지금 경영진은 힘센 기관들을 총망라하고 있으니 가히 ‘전(全)피아’의 표본이다.

해법은 자명하다. 불필요한 자리를 가려내 경영진을 슬림화하고, 성과 책임을 분명하게 묻는 것이다. 그러려면 공기업이 정권의 전리품, 관료의 기득권이란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고위관료 80여 자리, 공기업 CEO 10자리가 비어 있다. 세금 갉아먹는 불필요한 자리가 이렇게 많은가.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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