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간 전자상거래 브랜딩, 선택 아닌 필수

입력 2014-08-08 07:00  

LGERI 경영노트

김나경 <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kimnakyung@lgeri.com >



“IBM 제품을 구매해서 해고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

IBM이 정보기술(IT) 산업의 리더로 큰 활약을 하던 1980년대에 업계에서 통용되던 말이다. 당시 IBM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안정적인 결정으로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기업 간 전자상거래(B2B) 브랜드의 대명사는 IBM뿐만이 아니다. MS, GE, Intel, CISCO, Accenture, Caterpillar 등도 높은 브랜드 가치를 자랑한다.

브랜드는 남이 쉽게 모방하기 어려운 차별적 경쟁 우위다. 과거엔 B2B 영역의 대부분 기업들이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거의 기울이지 않았다. B2B의 구매 의사 결정은 최종 소비자에 의해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B2C와 달리 브랜드의 영향을 받지 않는 조직 차원의 의사 결정 과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엔 B2B 기업들에도 브랜드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제품이 동질화되고 인터넷 사용이 확산되면서다. 최근 많은 영역에서 주요 공급자들이 만들어내는 제품은 품질과 가격, 납기 등에 큰 차이가 없다. 제조의 세계화, 역량의 공유, 자원 접근성 확장 등으로 제품 품질과 제조 원가가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수렴했기 때문이다. 또 B2B 거래에서의 인터넷 사용 확산은 기업이 고객사와 긴밀한 유대 관계를 쌓을 기회를 줄이고 전자상거래를 확대시켰다. 이로 인해 다수 신규 진입자들의 시장 참여 기회가 열렸고, 구매자들의 선택 폭은 크게 확대됐다. 제품과 관계에 의한 차별화가 어려운 환경이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수의 기업은 브랜드를 차별화 방안으로 활용하고 있다. 맥킨지의 B2B 브랜딩 보고서(2013)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브랜드는 가격과 제품 다음으로, 독일과 인도의 경우 가격과 제품, 판매 다음으로 중요한 구매 요인으로 조사됐다. 경쟁사 제품 간 성능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을 고려하면 브랜드는 경쟁사와 차별화된 구매요인이 된다.

그럼에도 소수 선두 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B2B 기업은 브랜드 도입에 소극적이다. 영향력 있는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서 이런 장기적인 헌신은 종종 단기적 이익에 대한 포기로 이어질 수 있어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B2B 브랜딩은 B2C와는 다르다. B2C 브랜드는 기능적 측면과 함께 감성적인 측면을 비중 있게 전달한다. 반면 B2B 브랜드는 기능적인 연상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코닝의 강화유리 브랜드인 고릴라 글라스는 제품의 기능을 드러내는 B2B 브랜딩 사례다. 코닝은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등에 사용되는 자사의 커버 유리에 고릴라 글라스라는 브랜드를 붙였다. 제품 개발 단계에서 사용하던 이름인 고릴라 글라스는 이름 자체로 유인원과 같은 강인함을 연상시키고 부딪히고 떨어지고 긁히는 것에도 상하지 않는다는 제품의 특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코닝은 고릴라 글라스를 2011년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선보였다. CES 참가자들에게 제품을 만져보고 스크래치를 내보고 발로 차는 기회를 제공해 제품의 내구성을 증명했다.

국내 B2B 기업들은 무섭게 추격해오는 신흥 국가 업체들의 위협을 물리치고 차별화된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이런 B2B 기업들에 브랜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브랜드는 견고한 제품력과 품질력에 기반해 만들어진다. 후발 기업들이 제품력과 품질력 향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과의 경쟁 격차를 넓히고 나아가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우수한 제품력과 품질력을 토대로 브랜드를 적극 구축할 필요가 있다.

김나경 <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kimnakyung@lger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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