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 양강구도 깬 '빅 콜라'…게릴라 마케팅으로 동남아 점령

입력 2014-08-08 07:00  

Best Practice

페루 콜라업체 AJE

그룹팹시가 코카콜라 무너뜨린 2004년부터 해외시장 개척

가격 크게 낮추고 용기 다양화, 구멍가게와 손잡고 윈윈전략

브랜드 인지도 높이기 위해 英 축구팀과 스폰서 계약

빅2와 정면승부 피하고 틈새시장 게릴라식 공략 주효

25주년 - 탄산음료 시장서 25년간 한우물
7개 브랜드 - 빅콜라·주스 등 7개 브랜드 보유
초당 100리터 - AJE그룹의 음료 판매량



[ 김보라 기자 ]
콜라업계에서 2004년은 ‘역사적인 해’로 기억된다. 100년 넘게 만년 2위에 머물렀던 펩시콜라가 코카콜라를 보란 듯이 눌렀기 때문이다. 펩시는 그해 연매출(292억달러)에서 코카콜라(219억달러)를 큰 차이로 제쳤다.

2004년이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모든 이가 콜라업계 양강구도 변화에 주목할 때 뒤에서 조용히 칼날을 가는 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페루 혁신 기업의 대표로 꼽히는 아제(AJE)그룹은 ‘콜라 공룡’들이 건강한 음료 만들기에 고심하고 있는 틈을 타 양 많고, 더 싸고, 맛있는 ‘빅 콜라’로 신흥국에 승부수를 던졌다. 당시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콜라가 ‘비만과 당뇨를 유발하는, 몸에 해로운 음료’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었다. 빅 콜라는 선진국 시장은 과감히 버리고 동남아와 남미 시장에 집중했다.

빅 콜라는 2004년을 해외 진출의 원년으로 삼아 현재 남미 전역과 동남아 등 세계 20여개국에 진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은 “페루산 빅 콜라는 게릴라 마케팅으로 신흥시장을 선점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제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아성을 넘보는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고 전했다. 펩시와 코카콜라는 빅 콜라의 기세에 밀려 동남아 등 일부 국가에서 가격을 10% 이상 내리기도 했다.

○펩시도, 코카콜라도 아닌 ‘나만의 맛’

빅 콜라의 모회사인 AJE그룹은 1988년 페루의 한 시골 마을에서 탄생했다. 작은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던 카를로스 아냐뇨스 집안에서 ‘콜라 레알’을 출시한 게 시초였다. 이미 코카콜라와 펩시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1990년대, AJE그룹은 콜라 레알로 페루의 주요 지방 소도시를 공략했다. 마케팅과 유통 비용을 줄이는 대신 용량은 키우고 콜라 가격은 낮췄다. 1997년 페루 수도 리마에 진출한 콜라 레알은 1999년 이름을 빅 콜라로 바꾸고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등 남미 주요 시장에 진출했다. 2002년 세계 최대 탄산음료 시장인 멕시코까지 진출한 뒤 2004년 펩시와 코카콜라가 방심한 틈을 타 동남아 시장으로 보폭을 넓혔다.

빅 콜라는 단맛과 톡 쏘는 맛을 가진 코카콜라, 펩시콜라의 중간 맛을 찾아 차별화했다. 소비자 선호도에 따라 정기적으로 맛을 조절해갔다. 또 카페인을 포함하지 않은 소프트 드링크라는 점도 부각시켰다. 기존 콜라 브랜드가 18~25세를 주요 소비층으로 삼았다면 빅 콜라는 15~18세로 낮췄다. 용기도 다양화했다. 535mL의 페트병 제품, 3.1L의 대용량 사이즈도 내놨다. 2006년 소프트 드링크 시장에서 유리병이 차지하는 비중은 60~70%였으나 현재 40%로 줄었다.

빅 콜라의 가장 큰 경쟁력은 저렴한 가격이다. 빅 콜라는 535mL 1병에 25~35센트 수준으로 코카콜라의 4분의 3이 채 되지 않는다.

○‘페루 출신’이라는 국적을 숨겨라

빅 콜라를 마셔본 많은 사람들은 이 브랜드의 국적을 영국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낮은 브랜드 인지도를 극복하기 위해 영국 축구팀의 스폰서로 투자하는 등 과감한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다른 글로벌 브랜드처럼 스포츠와 음악을 마케팅 도구로 활용했지만 방식은 차별화했다. 한국 아이돌그룹이자 한류스타인 B1A4를 모델로 영입하는 등 현지 정서에 맞게 마케팅을 펼친 게 대표적이다. AJE그룹 관계자는 “동남아에서는 할리우드 스타보다 한류스타가 더 인기 있고, 영국프리미어리그(EPL) 팬은 영국보다 아시아에 더 많다”며 “많은 다국적 기업이 무조건 자본으로만 승부하려다 현지화에 실패하는 사례를 보고 역발상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빅 콜라의 성장세가 두드러진 곳은 신흥국이다. 빅 콜라는 2006년 태국에 4000만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세웠다. 지금도 회사 매출의 70%가 남미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인구가 많고 중산층이 빠르게 증가하는 등 미래가 밝은 동남아 시장은 빅 콜라의 1순위 시장이 됐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가 양분하던 태국 시장에서 빅 콜라는 불과 6년 만에 점유율을 23%까지 높였다. 현재 태국 내 브랜드별 점유율은 펩시(41%), 코카콜라(36%), 빅 콜라(23%) 순이다. 태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토대로 AJE그룹은 현재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에 공장을 세우고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앞으로 5년 내 회사 매출의 50%를 아시아에서 올린다는 계획이다.

신흥국에서의 약진에 힘입어 AJE그룹의 연매출은 2000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22%씩 성장했다. 지난해 총 매출은 20억달러(약 2조원)로 남미 탄산음료 기업 전체에서 5위를 기록했다. 신흥국 확장 전략도 페루에서 했던 방식을 그대로 적용했다. 각 나라의 수도는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라고 판단, 지역 소도시와 농촌에서 먼저 인지도를 높였다.

○구멍가게와 손 잡고 ‘적과의 동침’

AJE그룹은 빅 콜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할 때 코카콜라나 펩시 등과 직접 경쟁하는 것은 피했다. 대신 틈새 시장을 찾아 공략하는 게릴라 마케팅 전략을 썼다. 시장 리더가 있는데 같은 방식으로 접근했다간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외부 유통망 또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을 쓰지 않고 자체 공장, 포장, 유통망 방식을 고집했다. 동네 작은 가게들과 함께 이익을 나누는 ‘윈-윈 전략’은 지역 상인들의 지지를 얻었다. AJE그룹이 직접 생산한 제품을 중간 상인 없이 배달해 최종 소매 판매업자와 나눠가질 수 있는 수익은 더 많았다.

유행에 발빠르게 대응한 것도 신흥국에서의 성공을 이끌었다. AJE그룹은 처음부터 신흥국 소비자들이 선진국에 비해 유행에 민감하고 취향이 금방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했다. 인도 진출에 열을 올리던 2010년에는 당시 한창 유행했던 영화 ‘스파이더맨’ 모양으로 페트병을 디자인해 화제를 모았다.

AJE그룹의 성공을 만든 비결은 “생각은 작게, 몸집은 크게”라는 유연한 사고방식이다. AJE그룹은 펩시의 전 사장인 안토니오 소토를 아시아 지역 부문 대표로 영입하는 등 같은 업종에서 인재 수혈을 마다하지 않았다. 소토 AJE그룹 아시아 부문 대표는 “콜라는 여전히 가장 경쟁력 있는 부문”이라며 “5년 전 펩시코에 재직했을 당시 빅 콜라는 전혀 경쟁 상대가 아니었지만 이 회사는 짧은 시간에 콜라업계의 혜성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작아보이는 틈새시장에서도 상생의 전략을 펼치다 보면 장기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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