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샤넬展] 오바진의 수도원·물랭의 기숙학교·파리의 캄봉거리, 그곳에…샤넬이 있다

입력 2014-09-15 07:02   수정 2014-09-16 15:27

[ 김선주 기자 ]
소뮈르, 오바진, 물랭, 파리, 베니스, 비아리츠, 뉴욕… 모두 가브리엘 샤넬의 작품 세계에 영향을 미친 곳들이다. 가브리엘 샤넬은 20세기 패션계에 혁신을 몰고 오면서 패션 제국 ‘샤넬’을 구축한 여성 디자이너. 이 도시들이 샤넬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지난달 29일 시작해 10월5일까지 이어지는 ‘문화 샤넬전:장소의 정신’이 바로 그 전시회다.

이 전시회를 관람하는 것은 91년 역사의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지닌 뿌리를 되짚어보는 여정이다. 샤넬의 대표적 작품은 물론 관련 사진, 책, 예술 작품 등 500점이 망라됐다.

큐레이터 장-루이 프로망이 선택한 첫 번째 장소는 샤넬의 출생지인 프랑스 소뮈르다. 소뮈르는 프랑스 페이드라루아르주 루아르강 연안에 있는 작은 도시. 카드르누아르 기병학교로 유명한 ‘군인의 도시’다. 샤넬이 1960년 가을·겨울(F/W) 컬렉션에서 내놓은 더블버튼 재킷 등은 이 기병학교의 장교복에서 따온 것이다. 소뮈르 농민들이 풍요의 상징으로 여겼던 밀 이삭은 샤넬 작품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샤넬 수석 디자이너인 칼 라거펠트는 1996년 봄·여름(S/S) 컬렉션에서 금사로 수놓은 푸른 망사 원피스, 밀 이삭으로 장식한 2.55백과 안경테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샤넬이 살았던 파리 캄봉거리 아파트에 있던 밀 이삭 장식물도 이번에 전시됐다.

샤넬이 유년기를 보냈던 프랑스 오바진도 눈여겨볼 만하다. 샤넬은 어머니가 숨진 뒤 부친에 의해 오바진의 한 수도원에 맡겨졌다. 오바진 수도원의 12세기풍 스테인드 글라스 속 문양은 샤넬의 로고인 겹쳐진 영문자 C의 모델로 지목됐다. 수녀복의 검은색과 흰색은 화이트칼라와 커프스를 단 리틀 블랙 드레스, 트위드 투피스, 향수병 등에 지속적으로 사용됐다. 수도원 내 포석이 깔린 복도의 해, 달, 별 문양은 샤넬이 1932년 발표한 보석 컬렉션 ‘비쥬 드 디아망’에 영향을 미쳤다.

영화 ‘물랭 루즈’로 유명한 물랭은 샤넬이 청소년기를 보낸 곳이다. 샤넬은 18세이던 1901년 이곳의 한 기숙학교에 들어갔다. 여성복 전문 의상실에 처음 취직한 곳도, ‘코코 샤넬’이란 별칭을 얻으며 잠시 가수로 활동한 곳도 모두 물랭이었다. 기병들이 많았던 물랭에서 샤넬은 단추 구멍 장식끈 등 다양한 군복 요소를 포착했다.

장-루이 프로망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샤넬이 당시 시대상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받으면서 작업했는지를 포착했다”며 “‘여성 샤넬’로서의 삶보다 ‘창조자 샤넬’로서의 삶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DDP를 전시회 장소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DDP가 불러일으킨 여러 가지 논란이 자극이 됐다”며 “DDP를 설계한 건축가 자하 하디드보다 100년 앞서 살았던 샤넬이 어떤 의미에서 혁신적인 여성이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답했다.

프로망은 “나는 샤넬의 창조적인 여정을 따라갈 수 있도록 돕는 해석가, 통역자일 뿐”이라며 “관람객들이 샤넬이란 꿈을 꿀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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