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블, CFO도 모르는 인수 계약?…닷새 간 무슨일이

입력 2014-09-23 10:57  

[ 이지현 기자 ] 네이블커뮤니케이션즈가 불과 닷새 만에 인수 대상을 바꾸며 공시를 번복하자 뒷말이 무성하다. 인수 과정에서 생긴 '마찰음'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최대주주의 '먹튀'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네이블은 엔텔스와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최대주주 김대영씨 외 8명이 보통주 118만1488주(24.33%)를 총 145억2553만원에 엔텔스에 양도하는 내용이다. 엔텔스는 통신 관련 소프트웨어 솔루션 및 서비스 플랫폼 공급업체다.

그러나 불과 5일 전인 지난 17일 네이블은 레저용 텐트와 게임 사업을 하는 라이브플렉스와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이틀 뒤인 19일 이 계약을 철회하며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받았다.

네이블 관계자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조차도 모르던 사항이었다"며 "김 대표가 독단적으로 처리하면서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라이브플렉스로의 인수가 발표되자 거래처를 비롯한 주주들과 임직원들의 반대도 거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라이브플렉스와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김 대표의 결정에 반발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각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은 맞다"며 "어떤 과정을 통해 엔텔스와 주주양수도 계약을 맺게 된 것인지는 파악되지 않지만 엔텔스와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선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네이블은 KT를, 엔텔스는 SK텔레콤을 주 고객으로 갖고 있어 향후 고객처 확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엔텔스가 갖고 있는 사물인터넷 기술에 대한 기대도 나타냈다.

반면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받은 라이브플렉스 측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라이브플렉스 관계자는 "추석 연휴 직후부터 급하게 인수가 진행됐는데 하루 아침에 해지를 통보받아 회사 전체가 허망한 분위기"라며 "네이블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인수를 진행했는데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네이블은 라이브플렉스에 계약금 13억 원의 1배수를 포함한 총 26억 원의 '위약금'을 물어주게 됐다.

최대주주들의 먹튀 가능성도 나온다. 최대주주 김대영 대표의 특수관계자인 새한창업투자주식회사와, 새한인베스트먼트, 대원 등은 지난 8월 25일과, 27일 이틀에 걸쳐 네이블 주식 총 8만3000여주를 장내매도 했다. 새한창업투자와 새한인베스트먼트, 대원은 김 대표 동서의 회사다.

당시 네이블은 삼성전자가 이동통신사들의 메신저 서비스 '조인'의 최신 버전을 탑재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고공질주 중이었다. 네이블은 조인에 필요한 서버를 통신사에 공급하고 있어 대표 수혜주로 꼽혔기 때문이다.

이같은 호재에도 최대주주들이 대량 매도에 나서자 당시 투자자들 사이에선 회사 전망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2012년 하반기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네이블은 결국 2년 만에 경영권을 넘겨주게 됐다. 앞으로 엔텔스와 경영 계획이나 경영진, 임직원들의 처우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네이블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3.2% 줄어든 219억원, 영업이익은 99% 넘게 줄어든 3900만원이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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