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향기] 독일 여행가방 리모와, 116년의 '혁신'

입력 2014-09-28 15:00  

가장 튼튼한 가장 가벼운

디터 모르첵 리모와 회장



[ 임현우 기자 ]
여행가방 때문에 애먹어본 사람들은 안다. 아무리 멋진 풍경과 맛있는 음식과 즐거운 추억을 가득 채웠더라도, 캐리어 하나가 말썽을 부리는 순간 그 여행길은 ‘고생길’로 변한다는 것을. 여행이나 출장이 잦은 사람들이 굳이 비싼 가격을 감수하며 튼튼하고 편리하고 가벼운 여행가방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행가방 시장에서 품질로 인정받는 고급 브랜드로 독일 ‘리모와’를 빼놓을 수 없다. 리모와는 1898년 독일 쾰른에서 창업한 여행가방 전문업체로 100만원대 제품이 가장 많이 팔린다. 가벼운 알루미늄(1937년)과 항공기에 쓰는 폴리카보네이트(2000년) 소재의 여행가방을 세계 최초로 만든 곳이다. 2010년에는 1.9㎏짜리 캐리어를 출시해 여행가방 무게의 한계로 여겨지던 ‘2㎏ 벽’을 깼다.

한국을 찾은 이 회사의 디터 모르첵 회장(61)을 지난 20일 서울 명동에서 만났다.

“우리가 여행가방의 기술 선도자가 된 비결은 간단합니다. 생산원가를 낮추거나 매출 늘리는 데 집착하지 않았어요. 116년 동안 ‘어떻게 하면 편리하고 튼튼한 가방을 만들까’ 그 하나만 고민한 겁니다.”

모르첵 회장은 “최고의 독일 기술로 최고의 소재를 활용해 최고 품질의 제품을 만든다는 게 리모와의 경영철학”이라고 강조했다. 리모와는 65개국에 진출해 지난해 매출 2억6000만유로(약 3500억원)를 올렸다. 품질 최우선의 원칙을 고수하는 데는 3대에 걸친 가족경영 기업이란 점이 밑바탕이 됐다. 모르첵 회장은 창업자 폴 모르첵의 손자로 1982년부터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그는 “알루미늄과 폴리카보네이트는 지금은 모든 경쟁사가 다 도입했지만 당시엔 ‘이걸로 어떻게 여행가방을 만드냐’고들 했다”며 “소재 혁신을 통해 캐리어 무게를 줄이고 다채로운 색상을 불어넣어 1950년대부터 여행가방의 패션화를 선도한 것도 리모와”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리모와는 여행가방 겉면에 좁고 긴 홈이 파인 이른바 그루브(groove) 스타일을 처음 도입한 브랜드다. 포르쉐, 몽클레르, 루프트한자 등 유명 글로벌 기업과 컬래버레이션(공동 작업)을 통해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리모와는 최근 국내에서도 유명 기업인과 연예인들이 많이 들면서 인기가 부쩍 높아졌다. 김연아 이상화 박인비 진종오 등 스포츠 스타도 리모와 여행가방을 쓰고 있다. 한국에는 2006년 진출해 연평균 48%의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첫해 2억원에 불과하던 한국 매출은 올해 180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다.

모르첵 회장은 “한국은 실적을 보고받을 때마다 깜짝 놀랄 정도로 아시아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라며 “해외 여행객 증가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 힘입어 향후 성장 전망이 더욱 밝다”고 자신했다. 현재 청담·신사·명동 등과 주요 백화점에 1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개장을 앞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에비뉴엘에도 입점을 확정지었다. 내년에는 제주에도 매장을 연다.

여객선으로 여행하던 1800년대 말 창업한 리모와는 스마트기기 시대에 맞춰 한층 진화된 여행가방 연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모르첵 회장은 “집에서 수하물 체크인을 마친 뒤 가방 위치를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추적할 수 있고, 도착지에서는 호텔 객실에서 짐을 배달받는 혁신적인 고객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백투고(Bag2Go)’라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그의 머릿속 청사진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공동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다. 리모와는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 항공기 업체 보잉, 통신사 티모바일과 백투고 개발에 착수해 테스트까지 마쳤다. 모르첵 회장은 “내년 말께 시범 운영을 시작하고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로 점차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가방이 아닌 다른 패션 분야로 영역을 넓힐 계획은 없냐고 묻자 모르첵 회장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회사 덩치부터 키우려는 생각이었다면 방법은 많았겠죠. 하지만 여행가방 한우물 파기에도 바쁩니다. 우린 다른 여행가방 회사와는 달라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품질입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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