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자유주의와 그 敵들

입력 2014-10-10 00:44  

대리기사 폭행사건 빚은 특권의식
변화와 성장 가로막는 규제도 양산
개인주의·시장경제 더욱 확대해야

민경국 < 강원대 명예교수·경제학 >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세월호 유가족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의 대리운전기사 폭행사건 보도를 보면 자유주의 정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된다. 대리운전기사를 호출한 김 의원과 기사가 각자 대리운전 서비스의 대등한 거래파트너로 인정했다면 아무 일도 없었을 터였다. 그러나 어처구니없게도 국회의원은 우월하고 운전기사는 열등하기 때문에 대리기사는 선량(選良)에게 각별한 예우를 해야 한다는 특권의식이 개입하면서 폭력사태로 비화된 것이다.

귀족·엘리트주의는 인간이라고 해서 모두 다 같은 게 아니라 우열이 있다는, 인간에 대한 위계적 해석의 무서운 결과다. 세비는 물론 비행기 탑승에서부터 면책특권에 이르기까지 보통사람은 향유할 수 없는, 그러나 국회의원이기에 누리는 온갖 법적 특혜도 그런 해석의 치명적 결과다.

인간의 다름을 철학적으로 정당화한 인물이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아니던가! 노예와 주인처럼 인간을 우열에 따라 서열을 정해 놓고는 인간은 원래부터 불평등하다고 인식한 게 그의 유명한 ‘자연적 불평등론’이다. 사회발전은 귀족, 지식인, 학자, 정치가 등 엘리트의 덕택이라는 이유로 귀족·엘리트주의와 이를 바탕으로 한 특권의식은 도덕적으로 정당하다는 게 사회와 정치를 보는 플라톤의 시각이었다. 그런 귀족·엘리트·특권론을 아무 거리낌 없이 수용해 제도화한 게 보수주의 철학이라는 자유주의자 뷰캐넌의 비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그런 불평등론을 배격하고, 철학자도 짐꾼과 근본적 차이가 없다는 ‘자연적 평등론’을 선언하면서 자유주의 경제학을 창시한 위대한 인물이 애덤 스미스가 아니던가. 인간은 서로 다를 수 없다는 평등론에서 도출된 게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는 의미의 개인주의에 대한 숭고한 믿음, ‘나도 너를 지배하지 않을 테니 너도 나를 지배하지 말라’는 도덕적 호소, ‘인간은 그 자체가 목적이지 수단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칸트의 정언명령이다.

그런 자유주의의 얼을 제도적으로 구현한 게 시장이고, 따라서 시장의 거래관계에서는 엘리트·특권의식은 설 자리가 없다. 모두가 서로를 인정하는 보통사람이고 평등하다. 법은 편들기, 편가르기 같은 특혜나 차별을 내용으로 해서는 안 된다거나 집단적 목표를 위한 수단이 돼서도 안 된다는 등 법의 참된 성격도 그런 평등론을 반영한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엘리트주의의 불평등론은 참혹한 빈곤에서 우리를 구출하고 전대미문(前代未聞)의 번영을 가져다 준 시장의 진화를 이해하기는 고사하고 대리운전 서비스시장의 생성과 진화조차도 전혀 설명할 수 없다. 다른 시장과 마찬가지로 그런 시장도 ‘박식한’ 엘리트가 계획해 만든 게 아니라 보통사람들의 대리운전 서비스의 수요·공급을 통해서 자생적으로 형성된 것이다. 본래 시장은 ‘아래로부터’ 형성되는 자생적 질서라는 걸 직시해야 한다. 시장경제가 복잡한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해 실업, 빈곤, 저성장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보통사람들이 가진 지식의 자유로운 이용과 축적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통사람들의 지식에 좌우된다는 이유로 시장의 통제되지 않은 자생적 힘은 믿을 수 없기에 전문가, 엘리트의 시장통제를 기다리는 불평등론의 보수철학은 쳐다보기가 민망하다. 그것은 가부장처럼 온정적 국가를 불러들여 사회주의와 경쟁적으로 기업과 개인의 자유를 유린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 철학은 인류문명의 원동력은 전문가, 엘리트의 지식이 아니라 각처에서 생업에 종사하는 보통사람의 갈고 닦은 현장지식이라는 자유주의의 거성 하이에크의 탁월한 인식을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자생적 변화와 성장을 질식시키는 규제들을 개혁해 시장을 확대하는 게 자유주의의 의무라는 것도 그런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간을 우열로 분류하는 엘리트·특권의식은 자유의 적이다. 그런 의식의 소유자는 그가 누구든 자유를 누릴 자격도, 시장이 안겨주는 번영을 향유할 권리도 없다.

민경국 < 강원대 명예교수·경제학 kwumin@hanmail.net >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