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사막에 해가 지는 찰나…中 인촨에 그림이 쏟아진다

입력 2014-11-03 07:02  


사막을 넘으니 어느새 어둠이 깔린다. 중국은 참으로 많은 풍경을 지니고 있다. 사막을 넘으면 바다처럼 넓은 강이 보이고 또 아래로 거대한 땅이 펼쳐진다. 중국 남부의 절경지인 인촨(銀川)은 그런 곳이다. 사막과 강과 대지 속에 수천년을 묵묵하게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땅이다. 인촨은 아직 도시 문명이 도달하지 못했지만 순박하고 순후한 웃음을 지닌 사람들의 땅이기에 어떤 지역보다 가슴에 와 닿는다.

풍경구(風景區)의 초입, 용만촌(龍灣村)

인촨에서 320㎞ 떨어진 황허스린(黃河石林·황하석림) 풍경구는 1982년까지 외부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곳이다. 2005년 국가적인 관광지가 된 황하석림 풍경구의 유일한 마을인 용만촌. 황하석림을 보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다. 마을은 황하석림으로 둘러싸여 있는 분지이고, 황하를 벗 삼아 평지에 눌러앉아 있다. 마을 어귀에 사과나무와 대추나무 과수원이 쭉 펼쳐진다. 땅에 떨어진 대추를 당나귀가 씹어먹고, 주인은 나귀를 다그친다. 곧 마을에 닿자, 검게 그을린 마을 남자 둘이 걸어간다. 북경어인지 방언인지 분간할 수 없는 말로 귀청이 떨어지게 왁자지껄하다. 그 옆 골목 벽에 기대앉은 노인은 멍하니 하늘을 쳐다본다. 용만촌에선 평화로운 시골 분위기가 그대로 읽힌다.

점심 때가 돼 마을 복판에서 농가락(農家樂)이라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 음식은 이곳 사람들이 농가채(農家菜)라고 부르는 향토음식이다. 농가채는 어감이 주는 느낌 그대로 맛도 향도 생김새도 소박하다. 식사를 마치고 황하를 건너기 위해 용만촌의 강변에서 양뗏목을 탄다. 뗏목은 황하의 물살에 기대어 천천히 움직인다.

당나귀와 함께 걷는 음마대협곡

황하를 건너 여차(驢車)를 만난다. 여차는 당나귀가 끌고 다니는 수레다. 미소를 머금은 노(老)주인이 끄는 ‘여차’를 타고 음마대협곡(飮馬大峽谷)으로 들어간다. ‘여차’는 음마대협곡의 사잇길로 달린다.

240만년 전 지형의 변화로 형성된 이곳에는 흙으로 빚어진 높은 기암이 숲을 이룬다. 길 양 옆으로 기암이 꼿꼿이 서 있는 모양새는 하나의 웅장한 교향곡이다. 사람이 지나갈 것을 예견한 듯 길이 바르게 나 있는 모양새는 도심 빌딩숲 사이의 대로(大路)를 보는 듯하다.

황허스린 정상 전망대의 눈부신 풍광

여차를 타고 30분을 걸으니 케이블카가 있는 음마대협곡의 끝자락에서 멈춘다. 4인승 케이블카가 움직이면 케이블카 뒤편으로 음마대협곡이 손바닥만큼 작아지기 시작한다. 음마대협곡의 압도감은 이내 안정감으로 변하고, 안정감은 광활함으로 변해 대자연의 광대함으로 남는다.

케이블카가 정상에 도착하자 황허스린의 정체가 탄로난다. 신이 빚어냈다는 신화적 믿음을 거부할 수 없게 하는 광대함은, 기암의 아름다움과 절묘하게 만나 인간의 나약함과 자연의 광대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광대한 자연은 지평선을 넘어버리고, 수억 광년을 가도 끝을 알 수 없는 우주의 거대함을 이야기한다.


사포터우 사막의 황홀한 석양

인촨으로부터 180㎞ 떨어진 사포터우(沙坡頭·사파두) 풍경구는 중국의 4대 사막 중 하나인 텅거리 사막의 남부에 있다. 풍경구가 특별한 것은 황하와 향산 때문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 앞에 강이 흐르고, 생명이 있다. 그래도 역시 사포터우의 상징은 사막이다. 사포터우 사막은 모래더미가 시야의 한계 끝자락까지 뻗어 있는 모양새다. 그 크기는 인간의 시야와 정신세계에 담을 수 없을 정도다. 사포터우 사막은 황하의 머리 위로 우뚝 솟아 있는데, 사막에 올라서면 황하를 경계로 황색과 녹색으로 갈라진 사포터우 풍경구의 전경을 볼 수 있다. 죽음의 땅으로 여겨진 사막과 수풀로 우거진 숲이 황하를 경계로 갈라진다.

사포터우의 진정한 매력은 노을에 있다. 평평하게 다져진 사막 지평선이 해와 맞닿을 때 해는 좌우로 빛을 분사시키고, 빛을 금색으로 채색하여 사막 사방에 흩뿌린다. 흩뿌려진 빛은 쪼개져 사막과 부딪히고, 둘의 합일은 세상을 황금빛으로 뒤덮는다.

인촨 가는 길

티웨이항공과 진에어가 인천~인촨 직항을 운영 중이다. 중국국제항공과 중국동방항공은 상하이를 거쳐 인촨으로 가는 경유 항공기를 매일 운항한다. 인촨에선 환전할 곳이 마땅히 없다. 한국에서 중국 돈으로 미리 환전해 가는 것이 좋다. 사포터우는 관광지여서 교통편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인촨=우동섭 여행작가 xyu2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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