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는 '배설의 場'? 호통치면 문제가 해결될까

입력 2014-11-14 07:00  

경영학 카페

피감기관 문제해결 보다는
국회의원 권위세우기 급급
매년 같은 잘못 지적만 반복

경영자의 일방적 배설행위에
직원들은 시간 보내기 돌입
기업 현장에서도 종종 발생



21일간의 국정감사가 끝났다. 매년 국정감사가 종료되면 나오는 얘기가 있다.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면서 왜 이런 비생산적인 행태를 매년 벌이느냐는 국정감사 무용론이 그것이다.

올해도 예외 없이 다수의 매체는 물론 국민도 국정감사를 성토하면서 이를 언급한다. 실제로 국정감사를 밀착 모니터링한 ‘국정감사 NGO모니터링단’은 이번 국정감사는 평점 C로 형편없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무용론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다.

국정감사 대상은 국민생활의 안정과 윤택을 존재 목적으로 가진 기관들이다.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신해 이들 기관이 본연의 목적대로 운영되는지 살피는 것이다. 정책 결정상의 오류나 운영상 하자는 없는지, 국민생활에 불이익을 초래하지는 않는지를 감시한다. 감시는 사후 평가에 국한되지 않는다. 문제의 원인을 찾아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일시적인 국정감사로 상시적 문제 해결이라는 궁극의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두 주체는 각각 구분된 역할을 맡는다. 치밀한 사전 조사를 통한 질문으로 실질적인 대안을 도출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역할이다. 반면 그 질문에 따라 문제점을 깨닫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 실행하는 역할은 피감기관이다. 국회의원의 ‘적절한 질문’과 피감기관의 ‘실행을 전제로 한 실질적인 대답’이 국정감사의 요체인 것이다.

그러나 국정감사는 매번 국회의원의 존재를 확인하는 장에 그친다. 피감기관이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보다는 호통으로 국회의원 자신의 권위 세우기에만 급급하다. 피감기관이 행한 잘못의 원인이 무엇인지,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향후 어떤 해결책을 어떻게 실행할지 형식적인 지적만 할 뿐 대답을 기다리지 않는다. 대답을 할라치면 자신이 누군지 아느냐는 고압적인 언성과 어디 감히 무례를 범하느냐는 압박이 되돌아온다. 그러다 보니 피감기관은 일시적인 소나기를 피하자는 심산으로 잘못에 대한 수긍만 일삼는다. 매년 이렇게 반복되니 늘 동일한 잘못이 지적되고 그에 대한 인정 역시 녹음기를 틀어놓은 것 같다.

국정감사는 국회의원이 한 건 하는 영웅놀음의 장이 아니다. 자신보다 낮다고 여기는 기관의 장에게 알량한 권위를 내세우는 생색의 장이 아니다. 기관을 대상으로 자신이 가졌던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배설의 장 역시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배설만 한다. 대답 따위는 아예 듣지도 않는다. 호통을 통해 얻어낸 무성의한 반성에 자족한다. 이런 국정감사에 익숙한 피감기관들은 시간이 해결한다는 일념으로 그들의 배설을 견뎌낸다.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은 없고 배설물과의 사투만 남게 된다. 그러니 매년 같은 잘못이 지적되고 같은 대안 없는 수긍이 속절없이 반복될 뿐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국정감사에서만 일어날까. 기업 현장에서는 어떨까. 문제가 발생하면 경영자는 실행의 주체인 직원을 참여하게 하고 그들이 스스로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모색하도록 실질적인 질문을 하고 있을까. 자신이 가진 신분상의 우위를 내세워 자신의 감정을 일방적으로 배설만 하고 있지는 않을까.

배설하는 당사자는 시원함을 느낄지 모르겠다. 거기에 수긍하는 듯한 직원들의 모습에 자신의 논리가 수용되는 것으로 뿌듯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권위가 살아 있다고 좋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직원들은 시간 보내기에 돌입한다. 배설이 얼른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권위자의 배설을 신분적 약자인 그들이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 고약한 냄새가 빨리 가시기를 견뎌내면서 말이다.

국정감사의 국회의원 모습에 국정감사 무용론을 언급하기 전에 기업의 문제점 점검을 통해 우리 경영자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먼저 헤아려보는 것이 어떨지….

박기찬 <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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