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입법부에 로비하는 사법부

입력 2014-11-16 20:47   수정 2014-11-17 04:27

양병훈 < 지식사회부 기자 hun@hankyung.com >


[ 양병훈 기자 ] 대법원이 상고법원 설치를 속전속결로 끝내려는 모양이다. 국회를 상대로 전방위 입법 로비에 나섰다는 얘기가 솔솔 들린다. 상고법원 설치에 필요한 법률 개정안을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100명 이상 의원이 공동 발의하도록 한다는 게 대법원의 복안이다. 이를 위해 법원행정처 주요 보직자는 물론 일부 지방법원장까지 나서 의원들에게 “법안 처리에 협조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고법원 설치는 대법관 한 명당 처리해야 하는 사건 수가 연간 3000건에 이르는 등 업무가 과중하다는 이유로 대법원이 추진하고 있다. 상고법원이 생기면 3심에 올라온 사건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분류해 대법원과 상고법원이 나눠 맡게 된다.

재야 법조계에선 대법원의 입법 로비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나승철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벌써 입법 로비를 한다는 건 더 이상 여론 수렴을 안 하겠다는 의미”라며 “전 조직이 나서서 ‘청부 입법’을 하는 모습이 국민들 눈에 어떻게 비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상고법원 설치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본격 논의된 지 아직 반년도 안 됐다는 점에서 이 같은 지적에 수긍이 간다. 대법원이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거론한 건 지난 6월이 처음이고 9월 공청회를 한 번 거쳤을 뿐이다. 대법원 스스로도 법 개정안을 아직 내놓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사안의 중요성은 결코 가볍지 않다.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개정해야 하는 법만 해도 법원조직법, 법원설치법, 형사소송법, 민사소송법 등 모두 4개에 이른다. 첫 단추를 제대로 못 끼우면 나중에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해당 지역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아 선거 관리를 엄정하게 해야 할 지방법원장이 지역구 의원을 만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많은 사회 갈등이 ‘속도전’에서 비롯됐다. 밀양 송전탑 문제 등도 서둘러 일을 처리하느라 지역 주민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게 갈등을 키운 면이 있다. 더군다나 법원은 사회 갈등을 해결하고 구성원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하는 기관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생각은 곤란하다.

양병훈 < 지식사회부 기자 hun@hanky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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