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도 없는 과도한 '공무원 재량권'…삼성R&D센터 지하통로 허가에 18개월

입력 2014-11-27 21:28   수정 2014-11-28 03:47

지하통로 조성 법적 문제 없는데
담당 공무원 재량권 내세워 거부…감사 때 문제 될까봐 몸 사려
서울시 담당도 '확대해석' 잘못…18개월 만에 서초구에 허가 공문



[ 강경민 기자 ] 내년 5월 완공 예정인 서울 우면동 ‘삼성전자 우면 연구개발(R&D)센터’ 지하연결통로 조성 사업이 18개월 만에 승인을 받아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관련법에도 없는 공무원 재량권을 내세운 서초구와 서울시 규제에 막혀 해당 사업은 시작조차 못했다.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대표적 지방규제 사례라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그동안 지하연결통로 조성을 반대했던 기존 지침을 바꿔 허가를 내주도록 관할구청인 서초구에 공문을 보냈다”고 27일 밝혔다. 삼성전자 우면 R&D센터는 서초동 삼성타운의 두 배인 5만9822㎡ 부지에 지상 10층, 지하 5층 6개 동의 건물로 구성된다. 이곳은 지역 주민들의 출입이 제한된 경기 수원·화성·기흥 등 다른 사업장과 달리 전면 개방 공간으로 조성된다.

이 때문에 시공사인 삼성물산 측은 지난 해 중순 단지 내 도로로 양분된 각 연구동의 지하를 연결하는 통로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 임직원들의 편리한 이동뿐 아니라 R&D센터에서 개발한 시제품 등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삼성 측의 이 같은 요청은 공식 접수도 하기 전에 서울시와 서초구의 반대에 부딪혔다. 단지 내 조성되는 지하연결통로가 상업적 목적의 도로점용이라는 이유에서다. 서초구 소유의 이 도로에 지하연결통로를 만들기 위해선 관할구청의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도로법상엔 지하연결통로 조성을 금지하는 어떤 조항도 없지만 서울시는 지난 2월 ‘상업적 목적의 도로점용 허가를 내주지 말라’고 각 구청에 공문을 보냈다. 당시 담당 팀장은 “법에는 없지만 담당 공무원의 재량권으로 허가를 결정할 수 있다”며 “내가 가장 전문가이기 때문에 각 구청은 내 말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국토교통부와 법제처는 해당 사항은 관할구청이 결정할 사안이라는 유권 해석을 내렸지만 서초구는 서울시 지침을 핑계로 삼성 측 요청을 거부했다. 당시 진익철 서초구청장은 삼성 측 요청을 받아들여 공사 허가를 내주라고 지시했지만 담당부서인 도로관리과는 구청장 지시를 거부했다.

서초구의 한 관계자는 “당시 진 구청장이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못해 재선이 힘든 상황이었다”며 “레임덕에 빠진 구청장의 지시를 따르려 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담당 공무원들이 사업 승인을 내줬다가 나중에 감사를 받아 혹시라도 문제 될 것을 우려해 몸을 사리면서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와 서초구의 이 같은 입장은 불과 1년 만에 바뀌었다. 지난 7월 인사에서 서울시 담당 과장과 팀장이 교체되면서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최동필 서울시 보도환경개선과장은 “지하연결통로 조성을 막기 위해 법에도 없는 이런 규제를 들이댔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힘들다”며 “담당 공무원의 재량권이 지나쳤다”고 지적했다. 당시 지하연결통로 조성을 반대했던 서울시 담당 주무관은 “당시엔 관련 지침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것 같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7월 취임한 조은희 서초구청장도 실무진에 공사 허가를 지시했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앞장서는 조 구청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서초구 관계자는 “서울시 지침이 바뀌면서 반대할 명분이 없다”며 “삼성 측이 공식 요청을 하면 즉시 허가를 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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