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CEO 열전⑬]'인생은 의리' 홍성한 비씨월드제약 대표…"제약사는 돈 못번다는 말은 핑계"

입력 2014-12-03 13:43  


기업을 제대로 알고 싶으면 그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성공한 기업은 CEO의 역량과 혁신의 자세, 영속기업을 만들기 위한 열정 등이 그대로 투영된 결과물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주식시장에 입성하는 신규 상장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공모주 투자부터 상장 이후 주식투자에 이르기까지 투자자들은 알짜 기업 정보에 목말라 하고 있습니다. [한경닷컴]은 주식시장에 갓 데뷔한 신규 상장기업부터 상장승인 심사를 마친 기업들의 CEO들을 집중 탐구하는 시리즈물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편집자 주]


홍성한 비씨월드제약 대표(사진·57)는 빈틈이 없어 보였다. 오는 15일 상장을 눈앞에 두고 있는 기업의 대표가 되기까지 그의 이력과 학력, 전문성, 경험, 리더십 등 대부분이 준비돼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 마디로 모든 것이 풍부하고 빼곡했다.

하지만 그의 어린 시절은 달랐다. 강원도 삼척의 어느 시골마을에서 태어났고 가정은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당장의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게 매일 같이 닥치는 고민이었다. '무장공비'가 친구들과 유일한 얘기거리였고, 이 같은 경험은 그가 장교로 입대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됐다.

"밑바닥에서 시작해 '의리'와 '부지런함'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주저 없이 말하는 홍 대표를 [한경닷컴]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모 중식당에서 만났다. '은혜 갚은 제비' 이야기가 꼭 그의 삶과 같다며 그 이야기부터 꺼냈다.

◆ 17년전 맺은 '사소한' 인연…큰 '기회'가 돼 돌아오다

1989년 동화약품에서 개발부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홍 대표의 지인은 그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어려울 것이 없다고 판단해 그의 요청을 흔쾌히 수락한 홍 대표는 "아주 간단한" 도움을 줬고 그것이 훗날 큰 '기회'로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당시 그가 하던 일은 상품성 있는 의약품을 찾아 국내로 수입하는 '라이센스 개발' 일이었다. 의약품 시장이 선진화돼 있는 일부 해외 국가에서 수입해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을 찾는 일이었다. 자연스럽게 해외 네트워킹이 형성됐고, 그의 지인은 홍 대표의 '네트워크'가 필요했다.

"아주 간단한 도움이었어요. 이 분야에서 사업을 원활히 해나갈 수 있을만한 조언 수준이었죠.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그 분이 그때의 일을 기억하고 저한테 제안을 했죠. '당신이라면 충분히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죠. 무슨 제안이었냐고요? 제약사를 맡아보라는 것이었죠."

2006년 홍 대표가 아주약품 부사장으로 재임하고 있었을 당시 그 지인은 그에게 실적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던 자신의 제약사를 맡아볼 것을 권했다. 처음에는 지분을 투자하는 것쯤으로 여겼지만 지인의 제안은 그것 이상이었다. 그때의 회사가 지금의 비씨월드제약(前 극동제약)이다.

홍 대표 주변에선 이 일이 그의 성품을 나타내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당장 자신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자기 일처럼 도와준다는 것이다. 본인 스스로도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의리가 없다"였다.

"저는 같은 업계 외에도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인간관계가 많아요. 대학 때부터 제 전공이었던 약학 외에도 법학 경영학 응용과학 등 다른 학문을 공부하고 있는 친구들과 교류도 잦았고요. 그때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사람을 진솔하게 사귄 것, 그것이 제일 큰 자산이죠."

◆ '패배의식' 젖어 있던 기업, 수출 이뤄내자 직원들 생각 달라져

2006년 홍 대표가 비씨월드제약을 인수하고 가장 처음한 일은 직원들에게 뚜렷한 '목표'를 심어주는 일이었다. 회사의 임원들만이 아니라 생산라인에 있던 젊은직원들에게까지도 일일이 만나고 다니며 회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자신이 직접 브리핑했다.

"가장 필요한 게 소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업은 단순히 노력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결과물을 내야 하고 그것은 혼자 이뤄낼 수 없잖아요. 직원들이 각자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해주지 않으면 회사는 문을 닫아야죠. 소통을 위해 그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경영자들을 신뢰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했어요."

그가 직원들에게 가장 먼저 한 약속은 '수출'이었다. 당시만 해도 비씨월드제약은 해외는 고사하고 국내서도 실적 부진에 시달리던 회사였다. 직원들이 그의 말을 쉽게 믿을리 없었다.

"제가 회사를 맡은지 2년 만인 2008년 베트남에 처음 수출을 했어요. 그 전까지만 해도 직원들은 수출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 이후에도 2011년 100만달러, 2012년 300만달러 등 그 규모가 계속 늘어나면서 직원들의 인식이 달라졌어요. 회사 안에서 직원들과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입니다."

그의 이 같은 리더십은 학군장교(ROTC) 시절부터 키운 것이라는 게 홍 대표의 회상이다. 서울대학교 입학 당시부터 그는 장교로 군(軍) 생활을 하겠다는 마음을 정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이 사회에서 큰 사람이 되겠다는 목표를 놓지 않았기 때문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어린시절 너무 가난했기 때문에 더 높은 월급을 받고 군 생활을 하고 싶기도 했지만 단체 생활을 통해 리더십을 기르고 싶었어요. 소대장 경험을 하면서 상하관계, 역할, 조직의 목표 등이 왜 중요하고, 리더가 어떻게 해야 조직원들이 의식을 바꾸는지 배울 수 있었죠."

◆ "제약사는 돈 못번다는 말은 핑계…안정적 수익 내겠다"

"글로벌 제네릭 제약사인 이스라엘의 '테바' 처럼 회사를 키우고 싶다." 그가 기업공개를 준비하면서 입에 달고 다닌 말이다. 그가 이 회사를 롤모델로 내세운 건 단 하나다. 기술력과 상업성을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제약사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요. 신약을 개발해서 그 제품이 큰 성공을 거둔다면 엄청난 돈을 벌겠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지요. 하지만 그것을 핑계로 기업이 실질적으로 돈을 벌지 못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수익을 만들어내야 해요."

그가 이 같은 자신감을 내비치는 건 약물전달시스템(DDS)과 관련한 핵심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DDS란 약물의 생체 내 흡수를 조절하거나 원하는 조직으로 약물을 전달시키는 제재 기술로 이를 이용해 기존 약물의 투여 횟수나 부작용 등을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이다.

현재 이 시장은 매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급성장하는 산업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오는 2017년까지 시장 규모가 약 4620억달러(한화 약 51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비씨월드제약의 미래 성장 동력도 당연히 DDS 분야에서 찾는다는 계획이다.

"이 기술은 환자의 편의는 물론이고 경제적인 부담까지 낮춰 높은 시장성을 갖추고 있어요.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개량신약에도 방점을 두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나갈 생각입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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