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임금피크제] 은행 임금피크제 '10년 헛바퀴'…대상자 年100명인데 1명 적용도

입력 2014-12-10 21:27  

왜 제도 정착 안되나

은행 인사적체…'웃돈' 주고 희망퇴직 유도
다양한 직무 개발해 임금피크 취지 살려야



[ 김일규/박종서 기자 ]
2016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의 정년이 만 60세로 늘어난다. 공무원 정년을 65세까지 늘리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정년을 늘리는 대신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기업 부담을 줄여준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미 10년 전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은행들을 보면 임금피크제가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선 임금피크 대상자의 직무 개발 등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희망퇴직하면 20% 얹어줘

은행들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은 10년 전인 2004년이다. 우리은행을 비롯해 상당수 은행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대개 만 55세가 되면 임금피크 대상으로 분류해 임금을 전보다 깎는다. 대신 정년을 기존 만 58세에서 60세로 늘려준다. 3년간 받을 급여를 5년간 나눠준다고 보면 된다. 대상자로선 일정 급여를 받으며 60세까지 일할 수 있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아니다. 하나은행에서 임금피크를 적용받고 있는 직원은 단 한 명에 불과하다. 기업은행과 외환은행도 각각 9명과 11명에 그치고 있다. 이들 은행의 임직원이 각각 1만명 안팎이고 매년 임금피크 대상자가 100명가량씩 생기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숫자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은행들이 임금피크제를 귀찮아하고 있어서다. 은행들은 만 55세가 되는 직원들을 후선으로 배치한다. 이들에게 임금피크제와 희망퇴직 중 한 가지를 선택하라고 강요한다. 희망퇴직을 선택하면 임금피크제에 따라 지급할 총임금에 위로금 명목으로 ‘웃돈’을 얹어 준다. 웃돈은 총임금의 20%가량에 이른다. 금전적으로만 보면 희망퇴직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임금피크제에 들어가도 마땅히 하는 일이 없어 ‘주변인’ 신세가 된다는 점도 희망퇴직을 부추기고 있다. 한 은행 임금피크 적용 직원은 “전표 검사 등 후선 업무를 주기는 하지만 단순하고 반복적인 노동”이라며 “‘임피’라는 딱지 때문에 후배 눈치도 봐야 하고, 고객들에게 무시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신한은행 등 일부는 여전히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임금피크 적용 직원이 400명에 달하는 것은 정부가 대주주인 은행으로서 희망퇴직 시 ‘웃돈’을 주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생산성 높일 직무 개발해야

은행들도 할 말이 있다. 은행 업무의 속성상 이미 ‘마음이 떠난’ 임금피크 직원들에게 줄 일이 마땅치 않다. 부서장이나 지점장이 한참 선배인 이들을 통제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알아서 하세요”라며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른 비용이 적지 않다. 사무실과 통신비 등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비용을 감안하면 20%를 더 얹어주며 희망퇴직을 유도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이 은행들의 설명이다.

결국 웃돈을 얹어주는 방법으로 임금피크제의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관계자들은 임금피크제의 취지를 살리려면 대상자에게 걸맞은 직무를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그렇게 되면 대상자들도 눈치보지 않고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어 생산성 증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울러 임금피크 대상자에게도 업무 성과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사회 전체적으로 정년이 늘어나면 임금피크제도 일반화될 수밖에 없다”며 “은행들도 말로만 임금피크제를 외치지 말고 이를 정착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규/박종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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