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컨트리 리포트] 금융위기 후 19% 성장…폴란드, 글로벌 기업이 탐내는 '동유럽 巨人'

입력 2014-12-14 22:46   수정 2014-12-16 16:39

시장경제 도입 25년

'충격 요법'으로 경제개혁 …민영화 등 급격한 체제 전환
GDP 5522억弗…25년간 7배↑…내년 성장률도 3%대 전망

유럽 위기 속 나홀로 약진…값싼 노동력에 튼튼한 내수
EU기금으로 稅 혜택 늘려…中·日 등 해외기업 적극 유치



[ 김은정 기자 ]
폴란드의 초대 직선 대통령이었던 레흐 바웬사는 재임 시절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빌 클린턴을 만나 “폴란드에 더 많은 미국의 장군(general)을 보내달라”고 말했다. 폴란드에 대한 미국의 투자를 늘려달라는 말을 미국의 대표적 기업인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와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에 빗대 표현한 것이다.

공산주의 소련의 위성국가였던 폴란드가 1989년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한 지 25년이 흘렀다. 그 사이 822억달러(약 90조5800억원)였던 국내총생산(GDP)은 5522억달러(2013년 기준)로 7배 가까이 뛰었고, 안정된 정치·경제 환경과 서유럽 주요 시장에 대한 접근성, 우수한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과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며 ‘동유럽의 보석’으로 탈바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전하는 동유럽 국가들과 차별화

폴란드의 경제 성과는 헝가리 슬로바키아 우크라이나 등 다른 동유럽 국가가 경기침체와 구조 개혁 부진으로 고전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2008년부터 작년까지 폴란드 경제성장률은 18.6%로,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가장 높다”며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유럽 경제가 침체를 못 벗어나고 있는 가운데 폴란드의 성과가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2004년 EU에 가입한 폴란드에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독일 이탈리아 영국의 GDP는 5%가량 줄었다. 유럽에서 폴란드만 유일하게 1.7% 늘었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 폴란드는 EU 평균 성장률(1.7%)의 두 배를 웃도는 4.5%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폴란드는 내수시장이 GDP의 60%를 차지하기 때문에 수출이 줄어도 다른 국가에 비해 타격이 덜했다. EU 회원국이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에는 가입하지 않아 자체 통화(즈워티)를 쓰는 것도 위기 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경제 현실을 반영한 환율 변동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폴란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른 유럽 국가들이 긴축 재정을 실시하면서 충격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는 동안 오히려 세제 혜택을 늘려 해외 기업을 유치했다. 일정 기간 부동산세와 법인세 등을 면제해주고 현금 지원제도 등을 시행해 해외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했다.

폴란드는 또 양질의 값싼 노동력과 큰 규모의 내수 시장, 유럽 시장 진입이 쉬운 지리적 이점을 내세웠다. 폴란드는 중·동부 유럽 국가 중 국토면적, 인구, 경제 규모가 최대다. 폴란드의 GDP는 주변 국가인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를 합한 것보다 크다. 폴란드는 EU가 회원국 간 경제수준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경제개발 프로젝트에 지원하는 EU기금의 최대 수혜국이기도 하다. 폴란드는 이 기금을 교통 통신 도로 등의 프로젝트와 해외 기업 투자 유치에 활용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글로벌 회계컨설팅업체 언스트앤영이 최근 전 세계 800여곳의 기관투자가와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한 ‘2014 유럽 투자 매력 설문 조사’에서 폴란드는 중·동부유럽 국가 중 투자가 가장 유망한 나라로 선정됐다. 2위 체코(11%)보다 세 배 정도 높은 수치다.

안제이 드하 폴란드 경제부 차관보는 “기업 투자를 이끄는 최고의 장려책은 결국 수익”이라며 “이미 진출한 미국 기업들이 대규모 재투자에 나서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전기전자 업체를 필두로 한 중국과 일본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폴란드 정부와 투자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기 부작용 감수하고 체질 개선

대다수 유럽 국가들이 경기침체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지만 폴란드는 내년에 3%대 성장률을 자신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폴란드가 시장경제로의 전환 후 지속하고 있는 시장 개방과 친기업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폴란드는 시장경제 체제로 빠르게 전환하기 위해 충격 요법을 썼다. 서서히 변하는 게 아니라 한 번에 큰 폭의 변화를 선택했다. 동유럽 국가 중 가장 먼저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한 헝가리와는 다른 행보였다. 헝가리는 급격한 변화에 따른 반발 등을 우려해 체제 전환 후에도 기업과 농가에 대한 정부 지원을 계속했다.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등에선 시장 원리에 따른 것이 아니라 권력자들 간 나눠먹기식의 기업 민영화가 이뤄졌다.

반면 폴란드는 시장경제 체제 도입 후 바로 정부의 가격 통제를 없애고 공무원의 임금 상한을 설정했다. 경영 실패에 빠진 국영 기업은 가차 없이 민영화했다. 은행법을 고쳐 외국인에게도 은행 설립을 허용했고, 상업은행에는 금리 책정 등 경영의 자율성을 줬다. 심각한 재정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 보조금을 대부분 폐지했고, 노동시장에서 불필요한 인력을 해고할 수 있도록 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였다.

안나 바르바작 폴란드 외무부 경제협력국장은 “혹독한 체질 개선 없이는 비효율적인 생산 방식과 낮은 경쟁력을 개선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물가 상승과 생산량 감소를 감수하고 충격 요법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쟁력 없는 기업은 대거 문을 닫았고 살아남은 기업들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쳤다”며 “이런 과정이 결국 폴란드와 다른 동유럽 국가를 구분 짓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바르샤바=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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