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산업이 더 위기다] 처칠 즐겨찾던 영국 '古城호텔' 문화재 지키며 年 수백억원 흑자

입력 2014-12-15 21:03   수정 2014-12-16 04:09

(4) 세계 5위 관광대국 英의 유연한 문화재 정책

영국, 古城 임대해 호텔로…보존·수익 '두 토끼' 잡아
"문화재 민간에 맡기는게 예산 아끼고 효율적 보존"
한국은 고궁호텔 꿈도 못꿔…둘러보는 관광에 머물러



[ 박수진 기자 ]
지난달 20일 영국 런던에서 서남쪽으로 자동차를 한 시간여 달려 도착한 클리브덴성. 1666년 건축된 이래 400년 가까이 장중한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고성(古城)이다. 그러나 이 건물은 역사적 유물로서가 아니라 영국의 윈스턴 처칠, 찰리 채플린, 조지 버나드쇼,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 등 사회 저명인사들이 즐겨 찾았던 럭셔리 호텔로 더 유명하다.

객실당 하루 숙박료가 최소 460파운드(약 78만원)에서 2064파운드(약 350만원)에 달하는 이 호텔의 운영권은 호텔 운영 전문업체인 SRE가 맡고 있다. 영국의 문화재청에 해당하는 내셔널트러스트(National Trust)로부터 2012년 운영권을 매입했다.

‘유물 보존’하면 수익성 확보

수 윌리엄스 지배인은 “내셔널트러스트는 1년에 수천만파운드에 달하는 건물 및 부지 유지보수 비용을 충당할 수 없어 민간업체에 호텔 운영권을 맡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SRE는 매월 내셔널트러스트에 300만~400만파운드의 운영 수수료를 지급하고도 연간 2000만~3000만파운드의 흑자를 내고 있다.

38개의 객실로 연간 1만2800명의 숙박객을 받은 이 호텔의 연평균 객실 점유율은 92%에 이른다. 부대 사업으로 결혼식, 만찬, 비즈니스 콘퍼런스 등도 유치하고 있다.

가족들과 휴가를 맡아 이틀 일정으로 묶고 있다는 관광객 조지 쿨독은 “클리브덴과 같은 고성호텔의 매력은 수백년 역사를 가진 건물에 지내면서 역사적 인물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최고급 서비스에도 대단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윌리엄스 지배인은 “숙박객은 전통과 품격 높은 서비스를 체험하고 호텔 운영업자는 수익을 내고, 내셔널트러스트는 건물을 보존하면서 수수료 수입까지 얻게 되니 모두에게 득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 문화재를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는 데 대한 반감이나 규제는 없느냐는 질문에 “관련 부처에서 정기적으로 관리 상태를 점검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건물을 훼손하지 않는 이상 아무런 규제나 제재가 없다”고 말했다.

런던 남쪽 이든브리지 지역에 있는 히버성 역시 시설을 일반에 개방해 ‘(유물)보존’과 ‘(관광)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케이스다. 히버성은 16세기 초 영국왕 헨리 8세의 두 번째 부인 앤 불린이 나고 자란 곳으로 유명하다. 국가지정 문화재 1급에 해당하는 이곳도 숙박업을 하고 있다.

건물 수익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MRICS의 던컨 리슬리 사장은 “건물을 유지보수하는 데만 연간 300만~400만파운드가 들어가기 때문에 1983년부터 일반에 관광할 수 있도록 시설을 공개하고 2009년부터 숙박업을 시작했다”며 “지금은 연간 27만명의 관광객과 숙박객을 받아 10만파운드 정도의 흑자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 안하는 게 관광대국의 비결”

영국은 전통적인 관광 대국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관광지와 인프라, 인적 자원 등을 종합한 관광 경쟁력에서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스페인에 이어 세계 5위에 랭크돼 있다. 연간 해외 관광객 수는 3120만명. 관광업계 종사자 수도 249만명으로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7.7%를 차지한다. 한국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25위)과 해외 관광객 수(1220만명), 관광업 종사자(154만명) 등에서 크게 앞선다.

문화재나 유물 등에 대한 보호정책이 엄격할 것 같지만 현지에서 확인한 정책방향은 정반대였다. 크리스 베컴 영국 관광청장은 “정부가 관여해 문화재를 보호하는 것은 비용도 많이 들 뿐더러 효율적이지도 않다”며 “민간이 문화재를 활용하면서 보존도 할 수 있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를 장기 임대하는 것이 예산 절약과 문화재 보존에 훨씬 효율적이란 지적이다.

반면 한국은 문화재 활용에 있어 보수적이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국가지정 문화재에 대해 훼손을 최소화하는 선에 한해 관광업을 허용하고 있다. 때문에 성곽이나 고궁 등에 대해서는 숙박 등 수익 목적의 활용을 제한하고 있다. 그냥 둘러보는 관광 대상에만 머물 뿐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유럽과 달리 대부분의 궁이 목조 건물로 돼 있어 활용이 쉽지 않다”며 “때문에 국가지정 중요 문화재에 대한 활용은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다”고 말했다.

관광업계 일각에서는 “목조건물이라 해서 활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며 “궁궐의 일부를 최고급 숙박 상품으로 개발해 궁궐의 보존도 꾀하고, 수익도 올리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스페인도 1910년부터 고성의 숙박시설화를 꾀해 현재 87개의 ‘파라도르’(parador·역사적인 건물을 개조한 국영 호텔)를 운영하고 있다. 운영은 스페인 관광청 산하 국영 파라도르 운영사업소가 담당하고 있다. 스페인 관광청은 해외 22개 대리점을 설치하고 이들 시설에 대한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 특별취재팀=박수진 산업부 차장(팀장), 강현우 산업부 기자, 김정은 중소기업부 기자

런던=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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