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타운 떠나 외곽으로…'유턴 변호사' 늘었다

입력 2014-12-28 20:59  

인사이드 스토리 - 변호사 2만명 시대…이들이 사는 법

업계 경쟁 치열·도심 임대료 급등…주거지역·지방서 생활밀착형 수요 개척
서울서 여수로 사무실 옮긴 변호사…"수입 세 배 이상 많아져"



[ 양병훈 기자 ]
전국 최대 변호사 밀집지역인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서 일해온 홍승권 변호사(30·변호사시험 1회)는 다음달 서울 약수동으로 사무실을 옮길 예정이다. 법원과 검찰청이 있는 동네에서 아파트 단지가 많고 중소기업도 더러 있는 곳으로 이사를 결정한 것이다. 법조타운 밖으로 나가 ‘생활밀착형 수요’를 개척하겠다는 생각에서다. 홍 변호사는 “집 또는 회사와 가까운 곳에서 법률 상담을 받고자 하는 수요가 있다고 보고 이전을 결심했다”며 “사무실이 지역주민의 눈에 많이 띄어 인지도가 높아지면 인근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감을 찾아 법원 주변 등 법조타운으로 몰려 들었다가 상가나 주거지역 등으로 빠져 나가는 ‘유턴 변호사’가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변호사들은 법원·검찰청 인근에서 사무실을 여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이런 관행을 깨고 실리를 따라 주거지역이나 오피스지역에서 사무실을 여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전국 변호사 수가 2만명을 넘어서는 등 업계 경쟁이 심해진 게 변호사 유턴 현상의 주된 배경이다. 번화가에 있는 법조타운보다 외곽 지역에 있으면 사무실 임차료 등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홍 변호사는 사무실 이전으로 서초동에서 월 150만원씩 내던 사무실 임차료를 70만원으로 줄일 수 있다.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은 “변호사단체에 등록 신고를 할 때 법조타운이 아닌 곳을 사무실 주소지로 쓰는 변호사가 최근 들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10년차 변호사 A씨는 “소송 의뢰인은 길을 가다 편의점에 들르듯 변호사 사무실에 오는 게 아니라 대부분 소개를 받는 등 미리 알아보고 특정 사무실을 찾아온다”며 “굳이 서초동 법원 앞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점에 다들 공감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A씨는 “선뜻 이전을 결심하지 못하는 사람도 다른 변호사의 이전 경험담에 관심을 기울이며 고민하는 걸 많이 봤다”고 전했다.

서울을 벗어나 아예 지방으로 옮기는 변호사도 있다. 김재윤 변호사(35·사법연수원 42기)는 지난 3월 서초동에서 전남 여수시로 사무실을 옮겼다. 여수는 전남에서 경제 규모가 제일 크고 인구도 29만명으로 많은 편이지만 올해 초까지만 해도 변호사는 3명이 고작이었다. 이 때문에 여수 시민들은 변호사를 찾을 일이 있으면 가장 가까운 법조타운이 있는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앞까지 가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김 변호사가 들어온 뒤 3명이 더 따라들어와 올해 여수지역 변호사 수가 7명으로 늘었다. 김 변호사는 “사무실을 옮긴 뒤 여수 지역주민의 법률 수요를 잡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며 “지금은 서울에 있을 때보다 세 배 이상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위성도시를 공략하는 변호사도 있다. 변호사 B씨는 2012년 서초동에서 개업했다가 그해에 곧바로 동탄신도시의 대형 아파트 단지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상대적으로 취업이 어려운 지방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인 변호사 C씨는 올해 변호사시험을 통과한 뒤 지난 10월 첫 개업지로 역시 동탄신도시를 선택했다. 외곽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나름의 살 길을 찾아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변호사 D씨는 “주로 젊은 변호사를 중심으로 서울 인근에서 개업하는 사람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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