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硏이 지적한 성과주의 5대 적폐…"우리에게 실패란 없다"

입력 2014-12-30 12:15  


프로 스포츠는 하나의 ‘가정’을 밑바탕에 깔고 있습니다. 요컨대 ‘1등과 2등의 상금 차이가 클수록 모든 선수가 우승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이런 과정에서 선수의 기량이 발전하며 치열하고 흥미로운 경기 결과를 도출한다’는 게 그것입니다.

때문에 2014년 윔블던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에서 로저 페더러와 명승부를 펼치며 우승한 노박 조코비치는 176만 파운드의 상금을 받았습니다. 반면 2 대 3의 박빙의 스코어차로 아깝게 져 준우승에 머문 페더러의 상금액수는 조코비치 상금의 딱 절반인 88만 파운드에 그쳤지요.

사정이 그랬지만 페더러는 “기량이나 경기에 쏟은 노력에서 조코비치에 뒤지지 않았는데 내 상금이 왜 이렇게 적냐”고 불만을 제기하지 않습니다. 그 가정을 수긍하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가정은 기업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로 응용되고 있습니다. 조직 또는 구성원의 업무성과와 보상을 연계한 성과주의 인사가 대표적입니다.

LG경제연구원 김범열 수석연구위원에 따르면 기업 성과주의 인사의 이론 기반 가운데 하나가 레이지어와 로젠 Lazear &Rosen의 ‘토너먼트 접근법 Tournament Approach’이 꼽힙니다.

이는 앞서 언급한 프로 스포츠의 가정처럼 조직 내 구성원 간 임금차이가 크면 다른 사람 보다 더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 노력을 경주하게 되고 이 경쟁 과정에서 이긴 자는 더 많은 임금을 받기 위해서 한층 더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같은 성과주의 인사에 대해 세계적 기업의 경영자들도 강력한 지지를 보냈습니다. GE의 전 CEO 잭 웰치는 “기업이 승리하려면 관리자의 경우 실적이 우수한 사업과 그렇지 못한 사업 혹은 우수한 직원과 그렇지 못한 직원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며 “모든 사업 부문과 직원들을 똑같이 대접한다면 기업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내 기업의 경우 1990년대 후반 이 제도를 앞 다투어 도입했습니다. 당시 인사의 대세인 연공서열주의 인사 관행의 단점을 보완한다는 취지였지요. 또 임직원에 대한 동기부여 와 우수 인재 확보·유지를 통한 기업 성과 제고를 도모한다는 게 큰 목적으로 제시됐습니다.

그로부터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습니다. “성과주의 인사의 실현을 위해 설계된 제도들은 구성원들에게 제대로 된 방향과 동기부여를 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경쟁력 강화를 하고 있는가?”

김범열 LG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 ‘도전정신과 팀워크 위협하는 성과주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를 통해 “그렇다고 답하기 쉽지 않다”고 설파합니다. 특히 성과주의 인사로 인한 부정적 효과로 ‘중압감에 의한 경직현상 Choking underPressure’을 그는 들었습니다. 높은 동기수준이 심리적 부담이나 강박감을 일으켜 오히려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한다는 얘깁니다.

다음은 김범열 수석 연구위원이 제시한 성과주의 인사의 5대 해결 과제입니다.

※“내일 일은 난 몰라요”…단기성과 주의=성과주의 인사와 관련되어 가장 많이 지적되는 문제는 평가 결과와 보상을 강력하게 연계할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한 결과나 지속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구성원이 단기성과에 매몰되고 개인적 이득을 보기위해 시스템이 가진 결함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예컨대 A기업은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배송 상품의 정시 도착률 관리를 엄격히 하고 결과를 보상과 연계했다.

그 결과, 정시 도착률은 거의 완벽하게 달성됐다고 기록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고객의 50%가 불만을 토로하는 등 고객만족도가 크게 떨어졌다. 출고가 제시간에 되었는가만 측정하고 그 이후는 관리를 하지 않은 탓이다.

마찬가지로 헬프 데스크 직원의 전화 응대 숫자와 고객문제 해결에 걸린 시간을 보상과 연계시키자 많은 상담원이 상담 중간에 전화를 끊어버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또 뉴욕 택시기사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일일 목표소득을 채운 경우 동기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사람들에게 목표 소득이 존재하고 또 그것을 달성했을 때 성과주의 보상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이와 함께 평가 결과와 연계되는 보상의 크기가 클수록 구성원들은 장기성과에 문제가 있더라도 이를 애써 무시하고 단기성과에 몰입하는 경향을 보인다.

※“적은 경쟁사가 아닌 내부에”… 개인·부문 이기주의의 발현= 저명한 노동경제학자이자 인사경제학을 창시한 에드워드 레이지어는 상대 평가를 바탕으로 한 개인 성과급 제도의 도입은 협업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낳는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증명했다.

승자와 패자에 대한 보상의 차이가 클수록 구성원은 협업 대신 각자의 업무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 이처럼 성과주의 인사가 불러일으키는 조직·개인 간 경쟁이 낳는 가장 큰 문제는 업무에 있어 서로 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간과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협업하는 것이 되레 자신 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인식이 지적된다.

각 조직 또는 개인의 목표만 달성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상호 협업이 되지 않고 조직 전체 성과가 아닌 부분 최적화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타사와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에서 경쟁하는 옆의 동료 또는 부서를 적으로 간주하고 의사결정과 행동이 이루어지게 된다는 얘기다.

GM의 캐딜락사업부는 1980~90년대 매출을 늘리기 위해 생산량을 증대하고 출혈판매에 나섰다. 가격은 급락했으며 그동안 값이 비싸 구매를 하지 못했던 소비자가 캐딜락을 사기 시작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캐딜락의 과거 명성은 사라졌다. 부유한 계층은 벤츠 아우디 재규어 등 흔치 않아 상류층의 상징인 다른 브랜드를 찾기 시작했다. 이는 동시 GM의 다른 사업부 시장을 갉아먹는 현상도 초래했다.

사업부별 성과 강조는 이처럼 단기간엔 캐딜락사업부 매출을 늘리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사업부 간 경쟁을 부추기고 서로 시장을 잠식함으로써 GM이 구제금융을 받을 수밖에 없는 위기를 자초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우리에게 실패란 없다”…도전정신의 상실= 행동경제학은 손실회피 Loss Aversion의 개념으로 사람들의 선택적 행동을 설명한다. 현재의 수익이 높다고 판단할 땐 위험 회피를 통해 기존 수익을 보호하려 한다는 얘기다. 반대로 기대보다 수익이 낮다고 판단되는 상황일 때 손익분기점 Breakeven Point에 맞추기 위해 더 높은 위험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급여가 많지 않다고 생각할 땐 과감한 혁신과 도전을 통해 성과를 높이려는 성향을 보이지만 일정 수준이상의 보상을 받게 되면 도전과 혁신보다 현상유지 성향 Status quo Bias을 보이게 된다.

하버드대 교수인 가드너 Heidi K. Gardner는 성과주의가 양날의 검 Doubleedged Sword이라고 말한다. 우선 성과주의의 긍정적인 측면을 보면 성과압력이 증가함에 따라 업무기획, 사기진작 등 조직 내 조정활동을 통해 성과가 증가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성과압력은 팀원들의 위험회피 성향을 증가시켜 상식적이고 손쉬운 특정 유형의 지식만을 공유하고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부분 최적화된 성과에 머무르도록 유도하는 부정적인 측면도 가진다는 것이다.

※“보기 좋은 것이 평가도 좋다”…실제 성과가 아닌 내부 보여주기 활동= 1940년대 미국 정부는 공무원을 뽑기 위해 채용 에이전시를 고용했다. 채용 에이전시 면접관들은 역량있는 지원자를 판별하기 위해 심층 면접 같은 방법을 적극 활용했다.

그런데 면접관들을 평가 방법이 인터뷰 횟수 외 다른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닫자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든 심층적인 것보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지원자와 인터뷰하는데 치중했다. 좋은 후보자를 뽑는다는 본질 달성엔 문제가 있지만 면접관들은 자신 실적을 돋보이게 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성과주의를 통해 평가와 보상이 강조되다 보면 실질적인 성과 창출보다 좋은 평가를 받기에 효과적이고 성공적으로 보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무의식 중에 생각한다. 실제 기업 의사결정에의 활용 및 개선, 고객가치 제고가 아닌 내부 보여주기식 활용에 중점을 두고 지표를 선정하고 평가를 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러한 보여주기식 환경 하에서는 고용직원수, 교육 프로그램 실시수, 헬프 데스크 콜 횟수, 거래선 방문수 같은 활동에 대한 측정지표의 활용도가 높아진다. 이 경우 열심히 활동하는 것이 성과 개선으로 연계될 것으로 생각하는‘활동의 함정 Activity Trap’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나쁜 소식은 은폐하고 여과되고 왜곡된 측정 정보가 축적된다.

※‘상처뿐인 영광’…기대한 효과의 부재=성과에 의한 차별적 보상을 지향하는 성과주의 인사는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와튼 경영대학원 교수인 바란케이 Iwan Barankay는 동료와 비교해 성과를 평가하면 구성원이 동료를 따라잡거나 추월하기 위해 일에 매진한다고 경영자들이 생각하지만 되레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높은 등급을 받은 직원은 ‘이미 최고인데 더 노력할 필요가 있나?’라고 생각하고 낮은 등급을 받은 직원은 자신의 능력에 좌절해 아예 포기한다는 거다. 때문에 구성원들이 오히려 나태해지거나 의욕을 상실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평가 결과를 공개할 경우 하위권 구성원은 자신이 그 자리에 맞지 않다고 느껴 새로운 자리를 찾아 떠나고 최고 직원은 로열티를 갖고 계속 일한다고 생각하나 실제 그렇지 않다. 유능한 직원은 새로운 도전을 찾아 떠나는 반면 성과가 낮은 직원은 달리 갈 데가 없기 때문에 계속 자리에 머문다는 얘기다.

전망 이론 Prospect Theory에서는 보유효과 Endowment Effect로 인해 반복된 성과급은 기본급처럼 당연하게 인식되고 기대와 달리 지급받지 못할 경우 구성원이 오히려 불만을 제기한다고 말한다. 결과적으로 급여 격차가 커질수록 평가 결과나 보상이 공평하지 않다는 감정을 일으키며 불만족을 촉진하고 조직을 떠나고자 하는 경향이 증가되고 성과를 감소시킨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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