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로 변한 수도권 규제] 녹지·수정法 '릴레이 규제'에 녹초…10년만에 증설한 현대리바트

입력 2015-01-12 20:42   수정 2015-01-13 03:59

대기업만 묶는 성장관리구역

성장기 '투자 골든타임' 놓치고
현대백화점에 인수된 후에도 창고 못늘려 야외에 가구 보관



[ 정인설 기자 ]
국내 상위 가구업체 리바트가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된 것은 2011년 12월. 이름을 현대리바트로 바꿔 대규모 증설투자에 나설 즈음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본사 및 공장부지가 있는 경기 용인시 남사면 일대가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상 성장관리구역에 묶여 신·증설 투자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성장관리권역에선 자연보전권역에 비해 규제 강도가 약해 규모와 업종에 관계없이 증설할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얘기다. 대기업인 현대리바트는 불가능하다. 성장관리권역에서 첨단업종에 속하지 않은 대기업은 신·증설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현대리바트 임직원들은 현대백화점그룹에 편입되기 전만 해도 이런 규제가 있는지조차 몰랐다. 당시만 해도 연 매출 3000억원대여서 대기업군에 속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선기 현대리바트 관리부장은 “2011년 이전에는 자금 여력이 없어 투자 엄두를 내지 못했고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된 뒤에는 규제 때문에 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옛 리바트는 그 전에도 각종 규제에 묶여 역량에 걸맞은 사세를 키울 수가 없었다. 1982년 2월 용인에 14만㎡의 부지를 매입해 8만8000㎡ 규모의 공장을 지었다가 그해 말 수도권에 연면적 500㎡ 이상 공장의 신·증설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제정되면서 나머지 5만2000㎡의 부지를 놀리게 된 것. 게다가 공장 부지가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상 자연녹지로도 묶이는 바람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신·증설이 시급했던 이유는 회사의 급성장 때문이었다. 리바트는 부동산 경기 활황으로 2000년대 들어 고속 성장을 질주했다. 2002년 2211억원이었던 매출은 2008년 3512억원으로 58.8% 늘어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국내 가구업계 2위를 유지하며 2010년까지 3893억원의 매출로 성장세를 유지했다.

2010년 10월 리바트의 숙원이었던 자연녹지가 10여년 만에 해제됐지만 이번엔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문제였다. 연접개발을 제한하고 있는 규정 때문이었다. 연접개발제한은 난개발을 막기 위해 녹지지역 등을 개발할 때 주변 지역까지 동시에 개발할 수 있도록 개발행위 면적을 일정 규모 이상으로 정하는 규제다. 당시 리바트엔 그만한 자금 여력이 없었다.

용인시는 2012년 연접개발 제한을 완화해 리바트가 증설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되면서 또다시 신·증설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나마 현대리바트는 용인시가 지난해 7월 창고에 한정해 현대리바트의 부지 개발 계획을 승인한 것에 안도하고 있다. 기존 공장부지 외에 창고 부지로 2만2520㎡를 추가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한 것. 이 창고시설은 앞으로 1년쯤 뒤에 완공된다. 그동안 현대리바트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모든 빌트인가구와 상당수의 일반가구 완제품을 야외에 보관해야 한다. 방수 포장을 하고는 있지만 다른 기업들에 비해 가구 품질 유지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결과적으로 옛 리바트와 지금의 현대리바트는 도처에 얽혀 있는 수도권의 그물망 같은 규제에 치여 단 한 번도 성장을 위한 투자를 해본 적이 없다. 고용이 전국경제인연합회 규제개혁팀장은 “현대리바트 같은 사연을 갖고 있는 회사는 수도권 내에 부지기수”라며 “수도권 규제가 제대로 풀리면 눌려 있던 투자가 봇물처럼 터져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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