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창의 데스크 시각] 김영란도 갸우뚱할 '김영란법'

입력 2015-01-19 20:41   수정 2015-01-20 04:30

이재창 지식사회부장 leejc@hankyung.com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이 입법 예고된 것은 2012년 8월이다. 법안이 준비된 지 14개월 만이다. 공무원 사회의 반발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혈연 지연 학연을 이용한 청탁의 고리를 끊어 공무원 사회를 정화하겠다”는 김영란 당시 권익위원장의 의지는 확고했다.

2010년을 전후해 우리 사회는 공직 비리로 시끄러웠다. ‘벤츠 검사’ ‘스폰서 검사’ 등 공직자 비리사건이 잇따라 터졌다. 국민은 분노했다. 국민은 단죄를 원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국민 정서와는 거리가 먼 무죄판결이 잦았다. ‘대가성이나 직무연관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공무원이 100만원 이상 금품을 받으면 직무연관성이나 대가성과 관계없이 처벌이 가능토록 한 ‘김영란법’이 등장한 배경이다. 국가와 지방 공무원, 그 가족이 대상이었다. 말 그대로 ‘김영란법’의 출발점은 순수한 공무원 비리 차단이 목적이었다.

공무원 비리 차단이 첫 출발점

법안이 입법 예고된 직후 김 위원장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당시 김 위원장은 “대부분의 공무원은 이 법에서 자유롭다”며 “이런 법이 생기면 공무원들이 부담스러운 선물이나 청탁을 거절할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부하기 힘든 명분을 앞세운 김영란법은 국민의 커다란 지지를 받았지만 강한 공직쇄신 여론을 담다 보니 초반부터 위헌소지 등의 논란에 휩싸였다. 국회는 논란을 정리하기는커녕 오히려 개악(改惡)을 통해 논란을 키웠다. 이렇다 보니 법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조건인 안정성과 실효성, 통합성, 사회적 파장의 최소화 등이 다 흔들리는 상황이다.

당장 직무 관련성과 무관하게 100만원 이상 금품을 수수한 공직자를 일률적으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것도 정부 내에서다. 법조계 일각선 “배우자의 부모 형제를 포함한 가족이 금품을 수수하는 경우에도 해당 공직자가 처벌받는 것은 헌법이 금지한 연좌제에 해당될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해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 13조3항에 정면 위배된다는 것이다.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논란도 있다. 법의 안정성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입법 취지와 법의 실효성 상실

실효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공무원 전부를 대상으로 한 게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 터에 국회는 한술 더 떴다. 대상을 사립학교, 유치원, 언론사 등 민간영역으로 확대한 것이다. 당초 150여만명의 공무원과 가족에 국한됐던 대상은 2000여만명까지 늘어났다. 국민 절반 가까이를 ‘잠재적 범법자’ 대상에 올려놓고 실효성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알코올 중독과 범죄를 줄인다는 명분으로 밀어붙였다가 술 밀거래 급증 등 숱한 부작용으로 14년 만에 사라진 미국의 금주법을 연상케 한다.

김영란법 논의는 국민적 공감대는커녕 무한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국론을 분열시키는 촉매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에 소비심리까지 위축시키고 있다. 벌써부터 백화점이 설 선물세트 중 고가상품 비중을 줄이려 한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당장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당초 입법 취지는 온데간데없고 누더기가 돼 버린 김영란법은 과연 누구를 위한 법인가.

이재창 지식사회부장 lee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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