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Movie] 약자는 늘 옳고, 강자는 늘 비난받아야 하나

입력 2015-01-23 17:41  

길잃은 내가 만난 운명의 Book (10) 언더도그마-강자가 말하는 약자의 본심



이른바 사회적 약자와 사회적 강자 사이에 다툼이 있을 때 우리는 누구의 편을 드는가? 다툼의 이유나 원인 등을 자세히 알아보기도 전에 무조건 약자의 편을 들고 있지는 않은가?

이런저런 물음에 대한 한 가지 답을 주는 책이 바로 ‘언더도그마(마이클 프렐)’이다. 언더도그마란 힘이 약한 사람이나 집단은 힘이 약하다는 이유로 선하고 고결하며, 힘이 강한 사람이나 집단은 힘이 강하다는 이유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무조건적인 믿음을 말한다.

이 책은 이 언더도그마가 전통적인 좌파와 우파 개념을 대체해 버렸고, 세상을 가진 자(오버도그)와 못 가진 자 (언더도그)로 구분하면서 이 양자 사이의 힘의 축이 어떻게 우리 시대의 쟁점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무조건적으로 약자를 옹호하고 강자를 헐뜯으며, 실패는 보상해주고 성공은 처벌하는 이상한 행태에 대한 현실 진단이자 고발이다.

예를 들어 살인사건도 누가 저질렀는가에 따라 사람들의 태도가 극도로 달라진다. 2008년 2월 팔레스타인 자살폭파범에 의해 무고한 여성이 목숨을 잃었고, 같은 해 4월 이스라엘이 이슬람 지하드 테러리스트의 은신처를 수색하다 뜻하지 않게 여성을 죽였다. 이 사건 후 이스라엘은 즉각 사과하고 자체 조사에 들어간 반면, 팔레스타인에서는 여성을 살해한 ‘순교자’를 기리며 축하를 했다. 시민사회의 이성이나 규범을 따른다면 최소한 양측이 똑같이 비난받거나 고의로 테러를 저지르고도 축하를 했던 팔레스타인이 더 큰 비난을 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유엔에서 언더도그인 팔레스타인의 자살폭파범을 기리는 묵념 시간을 가질 정도로 언더도그마적인 태도를 취했다. 언더도그마주의자들이 보는 관점에서는 언더도그는 무슨 일을 해도 정당하고 착하다.

또 다른 예로 9·11테러에 대한 반응을 보자. 절반에 가까운 미국인들이 9·11 테러 문제로 테러리스트가 아닌 부시 대통령을 맹렬히 비난했다. 미국은 오버도그 중 오버도그다. 반면에 언더도그에 대한 태도는 정반대다. 언론들은 테러리스트들의 자백을 반증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며, 그들의 행위가 정당하고 숭고하다고 옹호했다. 수천 킬로미터 밖에서 미사일이나 쏴대는 미국은 겁쟁이지만, 기꺼이 목숨을 희생하면서 자신의 신념에 따른 용기를 보여준 테러리스트들은 비겁하지 않았다고 칭송한다. 또한 테러를 기획했다고 실토한 자에 대해서는 ‘대의명분이 있고 자기 일에 생각이 깊을 뿐만 아니라 격의 없는 인물’로 묘사했다.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은 오버도그를 비난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른바 포퓰리즘 정치가 그것이다. 정치인들은 크고 힘센 오버도그가 언더도그에게 고통이 된다고 생각하면 그 고통에 공감한다고 하면서 오버도그에 대항한 전투에 앞장선다.

편을 갈라 시기하고 분노하게 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돈뿐 아니라 자유까지도 포기한다는 것이 히틀러, 스탈린, 마오쩌둥 등 ‘성공적’인 독재자들이 따랐던 공식이며,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돈과 자유를 빼앗고 통제하려 하는 사람들이 발견한 마술 공식이라고 한다.

책은 언더도그마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와 관련하여 힘의 불균형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도전 혹은 동기부여로 받아들이고, 그렇게 할 때 누구나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말로 끝을 맺는다.

이 책 이래서 권합니다 사회현상에 숨어있는 속살을 볼 수 있는 힘을 키웠으면…

1970년대, 80년대 일본과의 감정이 매우 좋지 않았다. 대학가에서는 창경궁에 있는 벚나무를 모두 베어버려야 한다는 요구가 들끓기도 했다. 일본의 상징인 벚꽃 구경을 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1990년대 이후 이런 요구는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지금은 매년 봄 여의도 벚꽃 축제로 인산인해를 이루어도 우리 민족이 ‘사쿠라’를 즐기는 통탄할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이상했다.

몇 년 전 우리나라가 외국의 여러 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을 때의 일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맺을 때 이 협정의 폐기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지속적이고도 폭력적으로 펼쳐졌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서는 그 혼란이 극에 달했다. 그런데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들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을 때에는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간단히 반미감정 때문이라고 설명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했다. 이런 반미감정은 왜 생긴 것일까? 궁금했다.

중소기업은 선이고 대기업은 악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반(反)기업정서는 정확히 말하면 반(反)대기업 정서다.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대기업의 손발을 묶어야 하고,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서는 대형마트의 영업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소기업이 발전하여 중견기업, 대기업이 되면 수백 가지의 규제가 둘러싼다. 당연히 ‘피터팬 신드롬’이 나타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궁금했다.

이에 대한 설명을 줄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언더도그마’다. 1970~80년대 일본은 승승장구하던 오버도그였지만 1990년대 이후 ‘잃어버린 20년’의 일본은 언더도그에 불과했다.

미국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오버도그이다.

대기업과 대형마트 등 번성하는 기업은 오버도그이고, 중소기업은 언더도그이다.

‘언더도그마’를 추천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이상한 행태들 속에 감추어져 있는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눈을 제공한다는 점에 있다.

권혁철 <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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