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가치 11년 만에 최고…물가·성장률 '비상'…유로화 '수직낙하'에 시험대 오른 美 경제

입력 2015-01-25 22:54  

"달러화 강세 가팔라지면 경제 둔화될 것"


[ 김은정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이 과감한 돈 풀기에 나서면서 미국 경제가 시험대에 올랐다. ECB의 통 큰 경기부양책이 미국 달러화 가치 상승세를 가속화해 물가, 성장률, 금융시장 등 미국 경제 전반에 부담이 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ECB의 양적 완화 결정으로 유로화 가치가 곤두박질치면서 달러화 가치는 1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브루스 캐스먼 JP모간 수석 연구원은 25일 “달러화 강세 기조가 미국 경제를 억누를 수준이 됐다”며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이 높은 파고를 헤쳐나가야 하는 도전에 맞닥뜨렸다”고 진단했다.

◆“유로화 폭락에 발목 잡힐 것”

23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전일 대비 1.43% 떨어진 1.12달러에 거래됐다. 장중에는 1.11달러까지 떨어졌다. 유로화 가치가 1.12달러 밑으로 떨어진 건 2003년 9월 이후 11년4개월 만에 처음이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 역시 이날 94.99로 1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유로화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진 것은 지난 22일 ECB가 2016년 9월까지 매월 600억유로를 채권시장에 투입하는 양적 완화를 결정한 데다 25일 치러진 그리스 총선에 따른 불확실성까지 맞물렸기 때문이다.

ECB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시장 예상치였던 5000억~7000억유로를 훌쩍 뛰어넘는 1조1400억유로(약 1390조원)를 풀기로 했다.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려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에서 벗어나고 수출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로화 가치 폭락에 따른 달러화 강세 심화가 미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유럽의 통화정책이 엇갈리면서 작년 한 해 동안에만 이미 달러화 가치는 유로화 대비 15% 급등한 상태다.

WSJ는 Fed의 물가상승률 목표인 2%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저유가 상황에서 달러화 강세가 심화하면 미국의 수입품 가격이 낮아져 저물가 현상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실제 올 1월 미국의 수입 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7% 떨어질 것으로 추정됐다. 저물가 기조가 계속되면 결국 Fed의 통화정책까지 뒤흔들 것이라는 게 WSJ의 분석이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31개월째 목표치를 밑돌고 있다.

달러화 강세 심화가 미국 기업의 수출에 끼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미국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은 떨어진다. 또 WSJ는 미국 금융자산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져 시장이 과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산 거품이 일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게리 콘 골드만삭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영국 방송 BBC와의 인터뷰에서 “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달러화 강세가 가팔라지면 미국 경제는 더욱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패리티 붕괴 전망까지

유로화 가치가 ‘1달러=1유로’를 의미하는 패리티(동등성)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많아지고 있다. 샤운 오스본 TD증권 외환전략가는 “ECB의 대규모 양적 완화 시행으로 연내 패리티에 도달하기 위한 조건은 모두 충족됐다”고 말했다. 마크 챈들러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 글로벌 통화전략 부문 대표는 “유로화 가치가 1달러 아래로 내려앉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까지 내놨다.

다보스포럼을 찾은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 분기 이후 미국 경제가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며 “이미 강(强)달러로 인한 손해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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