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무대 잘츠부르크는 '동화속 겨울왕국'…모차르트·카라얀의 발자취 따라가니 오케스트라 향연이

입력 2015-02-16 07:01   수정 2015-02-16 19:22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무대 잘츠부르크는 '동화속 겨울왕국'…모차르트·카라얀의 발자취 따라가니 오케스트라 향연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할슈타트


[ 최명수 기자 ]
오스트리아에 있는 옛 소금성 잘츠부르크.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태어난 이곳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무대이기도 하다. 인구 15만명인 작은 도시이지만 잘츠부르크 음악축제가 열리는 7, 8월엔 세계 78개국 28만여명의 음악애호가들이 몰려온다. ‘사운드 오브 뮤직’ 촬영현장을 둘러보는 투어버스 관광객도 연 4만여명에 이른다. 그런 잘츠부르크의 겨울은 어떨까. 한마디로 ‘살아있는 겨울왕국’이었다. 모차르트와 카라얀의 숨결이 곳곳에 이어졌고, ‘사운드 오브 뮤직’의 현장들은 겨울의 감흥을 더했다. 근교에선 알프스 산맥의 순백색 봉우리를 배경으로 스키와 행글라이더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모차르트의 어머니 생가인 장크트 길겐과 호수마을 할슈타트에 이르면 어느새 동화 속 겨울왕국에 있는 듯한 자신을 발견한다.


‘도레미 송’이 들릴 듯한 도시

인천공항에서 터키항공 비행기를 타고 이스탄불을 거쳐 잘츠부르크 공항에 도착했다. 내리자마자 눈발이 휘날렸다. 낭만적인 분위기다. 자동차로 10분가량 달렸을까. 베스트웨스턴임라우어호텔에 도착했다. 짐을 풀고 향한 곳은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미라벨궁전과 정원.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마리아가 본 트랩 대령의 자녀들과 함께 노래를 불렀던 장소다. 곳곳이 눈에 덮였지만 금방이라도 ‘도레미송’이 어디선가 울려 퍼질 것 같다. 이곳에선 뮌헨베르크 위의 호엔잘츠부르크성이 잘 보인다. 잘츠부르크의 상징인 이 성을 향해 전차를 탔다. 두 정거장을 가니 모차르트 광장에 이른다.

모차르트 동상 바로 옆에 있는 잘츠부르크박물관을 거쳐 케이블카를 타고 호엔잘츠부르크성에 올랐다. 잘츠부르크의 상징인 이 성은 독일 황제와 교황 간의 투쟁기였던 1077년 건축됐다. 중부유럽에서 가장 큰 성이다. 성에 오르니 눈 덮인 잘츠부르크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성 안에는 성채박물관과 중세 무기, 갖가지 고문도구 등을 전시한 라이너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에선 성을 증축한 레온하르트 대주교를 주인공으로 한 동영상이 관람객을 반긴다.

다시 내려와 카피텔광장에 이르니 모차르트를 추모해 세운 조형물이 있다. 둥그런 황금원형 위에 사람이 서 있는 형상이다. 잘츠부르크펀드의 지원을 받아 현대미술가 발켄 홀트가 만든 이 작품은 8년째 이곳에 있다고 한다. 바로 옆에 이탈리아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잘츠부르크 대성당 안에는 모차르트가 연주했던 파鎌?오르간과 유아영세를 받았던 성수함 등 그의 발자취를 찾아볼 수 있는 유물들이 남아 있다.

장크트페터수도원에선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를 매주 금·토요일 오후 7시에 공연한다. 구시가지 곳곳에 바로크건축 양식의 교회와 궁전 등이 많이 보존돼 있다. 중세시대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유럽 사람들이 잘츠부르크를 ‘북쪽의 로마’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광장에서 잘츠부르크대성당을 거쳐 게트라이데 거리로 향하는 길에는 모차르트초콜릿을 처음으로 만들었다는 원조 상점이 보인다. 맞은편 건물은 잘츠부르크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토마셀리다. 1703년 개점해 300년이 넘은 곳으로 모차르트도 자주 찾았다고 한다. 카페 뒤편으로 건물과 건물 사이에 끼어 있는 1평짜리 좁은 집이 눈길을 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집으로 등재됐다고 한다. 게트라이데 거리에 있는 모차르트 생가도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게르하르트거리에는 상점마다 철제 돌출간판이 달려 있는데 중세 때 글을 못 읽는 사람을 위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이곳에 30년째 살고 있다는 유학생 강홍미 씨는 “1997년 호엔잘츠부르크성과 게트라이데 거리 등 구시가지가 모두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지구로 지정됐다”며 “당시 유네스코에서 유산 지정에 매우 적극적이었다”고 말했다.

구시가지는 반나절이면 둘러볼 수 있다. 해가 저물어 미라벨궁전 근처에 있는 숙소까지 밤거리를 걸었다. 잘차흐강을 가로지르는 마카트다리를 건너니 왼쪽에 카라얀의 생가가 보인다. 지휘봉을 든 카라얀 동상이 조명에 비쳐 그림자를 만든다. 카라얀은 1920년 잘츠부르크대성당 앞 광장에서 호프만슈탈의 연극 ‘예더만’ 공연으로 시작한 잘츠부르크 축제를 유럽의 3대 음악축제로 키운 인물이다. 카라얀의 동상을 보니 금방 오케스트라의 향연이 펼쳐질 것만 같다.

카라얀 생가에서 불과 몇십 미터 지났을까. 모차르트가 17세부터 24세까지 살았던 아파트가 자리잡고 있다. 바로 뒤편에 두 블록 지나 잘차흐강변에 있는 자허호텔은 잘츠부르크에서 가장 비싼 호텔이다. 1층에 카페가 있는데 비엔나커피(아인슈펜나)와 자허토르테라는 ‘자허’가문에서 만든 토르테(케이크)가 유명하다. 초콜릿 스펀지 사이에 살구잼을 넣고 초콜릿으로 코팅한 오스트리아 대표 디저트다.

미라벨궁전 앞에 있는 성앤드루교회 옆은 ‘사운드 오브 뮤직’ 투어 버스(40유로)의 출발점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결혼식 장소로 꼽히는 미라벨궁전과 본 트랩 대령 가족이 살았던 레오폴트스크론궁전, 합스부르크가의 금색 벽에 둘러싸인 헬브룬궁전, 본 트랩 가족의 피난처였던 논베르크 수녀원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잘츠부르크 시내뿐 아니라 모차르트의 어머니 생가인 장크트 길겐 마을과 볼프강호수, 마리아와 트랩 대령이 결혼식을 올렸던 몬드 호수 옆 미하엘성당 등까지 4시간 동안 운행한다.

크리스마스 카드를 펼친 듯한 잘츠캄머구트

잘츠부르크의 겨울 날씨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영하 17도까지 떨어진다는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다음날 아침 해가 쨍쨍 뜨기도 한다. 둘째날 잘츠부르크 근교에서 목축업을 하는 농가를 찾았다. 시내에서 동쪽으로 차로 20여분쯤 갔을까. 오버힌테레거농장에 도착했다. 농장 주인인 클라우스호퍼 씨 부부가 반갑게 맞아준다. 클라우스호퍼 씨는 목수이자 소 12마리를 키우는 농장주다. 알프스산에서 약초도 재배하고 벌도 키운다. 이곳에선 빵굽기 체험도 가능하고 소금과 설탕 꿀 등 천연식품도 판매한다.

잘츠부르크에서 158번 국도를 타고 동남쪽으로 가는 길은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다. 장크트 길겐을 거쳐 할슈타트까지 빼어난 경관에 탄성이 절로 난다. 잘츠부르크의 동쪽인 이 호수지대를 잘츠캄머구트라고 한다. 76개의 크고 작은 호수, 전나무로 울창한 산, 가파르게 치솟은 절벽 등이 장관을 이룬다. 눈 덮인 잘츠캄머구트는 마치 크리스마스 카드를 펼쳐 놓은 듯한 모습이다.

모차르트 어머니가 태어난 장크트 길겐에선 ‘사운드 오브 뮤직’의 첫 배경인 샤프베르크산(1783m)과 볼프강호수, 몬트호수 등을 볼 수 있다. 샤프베르크산 위에 있는 산장에서 해 뜰 때와 해 질 때 모습이 아름답다고 한다. 5~10월엔 볼프강 마을에서 샤프베르크 정상 근처까지 협궤열차가 다닌다. 날이 좋을 땐 볼프강호수의 유람선도 타 볼 만하다.

1500m를 넘는 호른산의 열두 봉우리로 향하는 케이블카도 볼프강호수 옆 노란 건물에 자리잡고 있다. 할슈타트에 다다를 즈음에는 오른쪽 인공호수 안에 황소 다섯 마리가 금방이라도 뛰어들 것 같은 모습으로 물을 뿜어내는 형상이 눈길을 끈다. 그 뒤 건물이 오스트리아의 에너지음료 기업인 레드불 본사다.

소금광산, 성당과 교회가 공존하다

잘츠부르크를 출발해 1시간20분쯤 달렸을까. 잘츠부르크 근처 5개 소금광산 가운데 하나인 할슈타트에 도착했다. 잘츠(salz)가 독일어로 소금이라는 뜻이고 할(hal)은 켈트어로 흰 소금이란 뜻이란다. 소금성에서 출발해 소금마을에 도착한 셈이다. 기다란 터널에서 나오자마자 마을 입구가 시작된다. 소금광산부터 찾아갔지만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잘츠부르크 주변 5개 광산 가운데 할슈타트 등 3곳을 관광지로만 운영하는데 겨울에는 문을 닫는다. 대부분 4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관광객들에게 개방해 옛 소금광산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알프스산맥이 병풍처럼 드리워진 이 마을 입구에는 원조 소금가게가 있고, 카페와 식당이 줄지어 서 있다. 집집마다 나무와 함께 커나간다는 의미로 벽에 나무를 바짝 붙여 키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할슈타트에는 가톨릭과 개신교가 공존한다. 합스부르크 왕가가 프로테스탄트들을 외국으로 추방했지만 소금광부들을 중심으로 루터교가 퍼지자 1800년께부터 개신교 신앙을 묵인했다고 한다. 그 결과 마을 중턱에 있는 성당 이외에 호숫가에 교회가 들어섰다.

마을이 매우 아름답다. 좁다란 골목과 넓은 호수, 소금광산으로 이어지는 비탈길이 예쁘장한 집들과 함께 어울린다. 오죽하면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가 1조1000억원을 들여 광둥성에 ‘짝퉁 할슈타트’를 만들었을까. 짝퉁에 감동받은 중국인들이 오리지널 할늚맥??보러 이곳에 많이 온다고 한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차창 밖으로 아름다운 호수와 설산을 다시 보니 귓가에 맴도는 노래가 있다.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 첫 노래다. ‘The hills are alive with the sound of music….’ 잘츠부르크는 겨울에도 음악과 함께 살아있었다.

여행팁

잘츠부르크로 가는 길은 여러 가지다. 인천~빈을 비행기로 간 뒤 기차나 차로 이동할 수 있다. 중간 경유지로는 터키 이스탄불이 적당하다. 터키항공을 이용해 인천에서 이스탄불(아타투르크)을 경유하면 된다. 인천~이스탄불(11시간) 주 11회, 이스탄불~잘츠부르크(2시간30분) 주 7회 운항 중이다. 터키항공을 타면 오스트리아와 인접한 발칸반도의 류블랴나(슬로베니아), 자그레브(크로아티아) 등도 연계해 편리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잘츠부르크 시내에선 카드 하나로 대중교통과 입장료가 해결된다. 1일권 24유로, 2일권 32유로, 3일권 37유로다. 어린이는 반값이고 성수기엔 3~5유로 더 오른다. 잘츠부르크에선 꼭 맛봐야 할 ‘3s’가 있다. 얇은 송아지 고기에 달걀옷을 입혀 튀긴 전통 음식 슈니첼(schnitzel), 모차르트가 즐겨 마셨던 맥주 스티글(stiegl), 과실주 슈냅스(schnapps)다.

글·사진/잘츠부르크·할슈타트=최명수 문화스포츠 부장 m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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