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가볼 만한 곳, 장인을 찾아서…

입력 2015-04-06 07:00  

[ 김명상 기자 ]
장인(匠人)의 사전적 의미는 ‘손으로 물건을 만드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혼신의 힘을 다해 작품을 완성하는 장인들은 완벽함을 추구한다. 가마에서 나온 그릇이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바로 깨버리는 도자기 장인들이 좋은 예다. 혼을 담은 장인의 결과물은 그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될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장인을 찾아서’라는 주제 아래 4월에 가볼 만한 곳을 선정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나른한 일상에 집념과 열정을 일깨워줄 장인들의 세계로 떠나보자.

부산 감천문화마을의 전통 신발
추억의 풍경 '한국의 산토리니'

‘한국의 산토리니’라 불리는 부산 사하구의 감천문화마을. 이곳에는 전통신전수관(감내1로 155번길)이 있다. 부산시 무형문화재 제17호로 지정된 화혜장 안해표 장인의 공방이다.

화혜란 왕가나 양반층이 신었던 가죽신이다. 화(靴)는 목이 있는 신발이고 혜(鞋)는 목이 없는 신발이다. 예로부터 화와 혜를 만드는 사람을 각각 화장, 혜장이라 불렀다. 순우리말로는 ‘갖바치’라고 한다.

화혜장 안해표 선생은 40년이 넘게 전통 신을 만들어온 장인이다. 할아버지가 경남 합천에서 관청에 납품할 화혜를 만들었고 아버지에 이어 3대째 가업을 물려받았다. 그가 본격적으로 장인의 길을 걸은 것은 19세부터다. 지금은 그의 아들이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전통 신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실로 엄청나다. 우선 명주, 비단, 삼베, 노루 가죽, 산양 가죽, 쇠가죽 등의 천연 재료가 필요하다. 접착제는 오래 지나도 상하지 않도록 멥쌀과 찹쌀을 끓인 뒤 삭힌 풀만 사용하고, 3년 동안 말린 광목은 신나무에서 채취한 발효액으로 검게 염색한다. 쇠가죽 밑창에 송곳으로 구멍을 뚫고, 두 시간 동안 바느질하고, 신의 형태를 잡기 위해 신골을 넣고 나무 망치로 수백 번 두드린다.

전통신전수관에는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든 전통 신이 다양하게 전시돼 있다. 밋밋하지만 단정한 흑혜, 구름 문양이 깃든 운혜와 당초 문양이 들어간 당혜 등을 볼 수 있다. 왕실의 의례용 신, 최고 상류층을 위해 까다롭게 만든 태사혜, 비 올 때 신던 진신까지 아우른다.

전통신전수관과 함께 감천문화마을도 둘러보면 더욱 좋다. 감정초등학교에서 감내2로를 따라 전통신전수관까지 걸으면서 바라보는 마을 풍경은 진한 추억을 선사한다. 특히 전망대 역할을 하는 하늘마루에서 내려다보는 전경은 최고로 꼽힌다.

함께 가볼 만한 곳은 부산삼진어묵체험역사관이다.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삼진어묵은 다양한 모양과 맛을 가진 40여종의 어묵을 판매 중인데, 줄을 서지 않으면 먹기 어려울 만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묵직하면서도 차진 식감이 일품이라는 평을 받는다. 부산 본점 2층에 마련된 체험역사관에서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다. 부산광역시청 문화관광국 문화예술과 (051)888-5062


충남 예산 한국고건축박물관
국보급 전통 건축이 '한 자리에'

나무를 다루는 목수는 궁궐, 사찰, 주택 같은 건축물을 짓는 대목장과 가구나 공예품을 만드는 소목장으로 나뉜다. 대목장은 설계에서 완성까지 건축의 전 과정을 총괄하는 책임자다. 건축의 모든 단계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각 분야 장인들을 지휘하는 자리인 만큼 익혀야 할 지식이 많고, 솜씨도 좋아야 한다.

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 대목장 전흥수 선생은 올해 78세다. 18세 때 목공에 입문한 뒤 남다른 눈썰미와 손재주, 성실함으로 30대 젊은 나이에 주요 문화재와 사찰 공사를 맡아 전국을 누볐다. 법주사 대웅전, 월정사 산신각과 진영각, 창덕궁 가정당, 남한산성 행궁, 수원 화성 팔달문, 도봉산 망월사 대웅전, 관악산 연주암 등에도 그의 손길이 닿았다.

후손들이 우리 건축의 가치와 의미를 잘 이해하고 보존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는 고향인 충남 예산에 한국고건축박물관(덕산면 홍덕서로 543)을 열었다. 전시관 두 곳에는 국보와 보물급 목조건물이 가득하다. 국보 제1호 숭례문을 비롯해 법주사 팔상전, 화엄사 각황전, 도갑사 해탈문, 개심사 대웅전, 무위사 극락전, 봉정사 극락전, 부석사 무량수전, 개암사 대웅전 등 전국의 건축물을 한자리【?만날 수 있다. 실물을 축소해 제작한 모형이지만 자재와 건축 기법을 실제 건물과 똑같이 해 제작 기간과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들었다고 한다.

모든 건축물은 목조 뼈대만으로 이뤄져 안팎이 속속들이 보이기 때문에 건축학도에게는 귀중한 교육의 장이다. 가장 인기 있는 모형은 숭례문. 2008년 숭례문 복원 당시 국립고궁박물관에 차려진 숭례문복구정부합동대책본부로 옮겨져 참고 자료로 활용됐던 작품이다. 학예사의 설명을 들으면 두 배로 재미있다. 고려와 조선 건축의 특징, 궁궐과 사찰, 일반 주택의 건축적 차이 등을 파악할 수 있고, 주심포 양식과 다포 양식, 맞배지붕과 팔작지붕 등 어려운 전통 건축용어도 귀에 쏙쏙 들어온다. 전시관을 둘러보고 체험관에서 맞배지붕 조립하기에 도전해 볼 수 있다. 도면을 보며 순서대로 끼워 맞추는 것인데 난도가 무척 높다.

함께 둘러볼 만한 곳은 추사고택이다. 추사 김정희가 이 집에서 태어났다. 고택에서 600m 떨어진 곳에는 추사가 청나라에서 가져와 고조부의 묘 앞에 심은 백송이 남아 있다. 예산군청 녹색관광과 (041)339-7312, 한국고건축박물관 (041)337-5877


경남 하동 야생차 다원
'왕의 차' 음미하며 봄길을 걷다

차 맛을 위해 평생을 바친 제다 명인들은 경남 하동 화개에서 만날 수 있다.

하동의 야생차는 ‘왕의 차’라고 부른다. 이야기는 신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828년(흥덕왕 3년) 당나라 사신으로 간 김대렴이 차나무 종자를 가져왔고, 왕은 지리산 화개동 일대에 심으라고 명한다. 이후 조선 시대까지 임금에게 진상하는 차는 화개동에서 재배됐다.

화개장터에서 화개천을 거슬러 오르는 지리산 화개동에는 지금도 곳곳에 차나무를 키우는 다원이 있다. 지리산의 정기를 먹고 자란 향 좋은 차가 생산된다. 이곳의 다원은 기업 형태로 운영되는 곳부터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까지 20여개에 이른다. 명인들이 운영하는 다원에서는 부담 없이 차를 마실 수 있는 시음장도 마련돼 있다.

화개면 탑리 639의 화개제다는 화개동 다원의 원조라 할 수 있다. 홍소술 명인은 1950년대 말 우연한 기회에 하동의 야생차를 마신 뒤 부산에서 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화개동으로 들어왔다. 마을 사람들에게서 높은 값으로 찻잎을 사고, 차나무 종자를 산에 심게 했다. 밭농사를 주로 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차나무를 심으며 화개동 일대가 야생차 밭이 됐다. 찻잎을 덖는 100년 넘은 가마솥은 선친이 쓰던 것으로 가보나 다름 없다.

인근의 쌍계제다는 하동 야생차의 명성을 전국에 알리며 다양한 전통차를 만드는 김동곤 명인이 운영하는 다원이다. 화개동 토박이로 1975년 쌍계제다를 설립했다. 차에 대한 책도 여러 권 출간했다. 쌍계제다에서 만든 녹차와 전통차, 다양한 허브티와 한방 차는 티이즘(teaism)이라는 브랜드로 전국 백화점에 매장을 두고 있다.

하동 차문화센터(hadongforum.com)는 하동 차 재배의 역사를 비롯해 차를 우려 마시는 다구(茶具) 등을 전시하는 차문화還챨喚?차 체험관으로 구성돼 있다. 차 체험관에서는 차 달이기를 비롯해 떡차와 다식 만들기, 다례 체험 등이 상시 진행된다.

봄을 맞아 가벼운 산책을 해보는 것도 좋다. 화개장터에서 녹차연구소까지 이어지는 야생차 구간(3.2㎞)은 대숲과 야생차 밭이 어우러진 강변을 따라 있다. 향긋한 차를 마시고 강바람을 맞으면서 걷다 보면 어느새 봄의 제전에 동참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화개제다 (055)883-2233, 쌍계제다 (055)884-8100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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