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질주하는 차두리, 풀 죽은 2세 기업인

입력 2015-04-09 20:44  

대기업 경영권 승계에 반감 큰 사회
능력 검증된 2세 기업인 의욕 돋워
투자·일자리창출 위해 뛰도록 해야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



차두리 선수는 말도 재미있게 잘한다. 2002년 월드컵 대표였으나 2006년에는 탈락했고, 독일 현지에서 부친 차범근 감독과 함께 방송해설을 맡았다. 아나운서가 2002년 월드컵 하프타임 때 히딩크 감독이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물었을 때였다. “저는 후보였기 때문에 라커룸에 들어가지 못하고 운동장에서 연습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예상치 못한 답변에 아나운서가 “죄송할 것까지는 없고요”라며 머뭇거리자 옆자리 차 감독이 한마디 던졌다. “제가 다 땀이 나는군요.”

부자의 솔직하고 따뜻한 입담은 ‘차두리 굴욕’이라는 타이틀로 인터넷을 누볐다. 국가대표 은퇴 고별사에서 아들은 “축구 잘하는 아버지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피지컬은 아빠 닮았는데 발은 엄마가 물려 준 것 같다”며 아버지 ‘발 솜씨’를 슬쩍 띄운다. “차두리 선수 저러면 안돼요.” 아버지로서의 간절함이 묻어났던 해설도 흥겨웠다.

사실 청?차범근은 눌변이었다. 필자는 대학시절 고대신문 학생기자로 1년 선배인 차 선수를 인터뷰한 일이 있었다. 너무 말이 없어 원고 분량 채우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차두리는 아버지로부터 최상의 신체조건을 물려받았고 ‘발 솜씨’보다 ‘말솜씨’가 모계 유전일 것 같다.

손흥민 선수로 이어지는 한국 축구 2세에 대한 독일인의 관심은 매우 높다. 2세 기업인이 이끄는 한국 제품과 함께 열풍이 뜨겁다. 비교적 짧은 기간에 등장한 2세 대통령에 대해서도 놀란다. 미국 사회에서는 한국인 의사들이 엄격한 가정교육을 통해 많은 자녀를 의사로 육성하는 것을 부러워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매번 한국 부모의 교육열을 칭송하는 것도 유년시절 하와이에서 한국인 가정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업을 자녀에게 가르치려는 욕구는 한국인 특유의 에너지다. 성공적 2세 승계는 자랑거리다. 그러나 대기업 경영권 승계에 대해서는 반감이 크다. 상속세와 증여세 최고세율은 50%로 유례없이 높다. 경영권과 연결된 주식의 경우 30%까지 할증 평가함으로써 부담세율은 65%까지 치솟는다. 인수합병이나 기업공개 등 통상적 경영활동도 증여로 의제해 미리 세금을 매긴다. 증여받은 측에 증여세를 부담시킴으로써 증여자 부담인 미국 등 일반적 국제 관례보다 실제 부담은 훨씬 가중된다.

창업주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아 크게 확장한 2세 기업인은 그리 많지 않다. 이건희 삼성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들 국가대표 기업은 세계 각국에서 입간판을 내걸고 언론매체에 막대한 광고물량을 퍼부어 대한민국 위상까지 끌어올린다.

픗槿?2세 기업인도 많은데 대부분 교도소에 수감된다. 형벌을 피해 해외를 떠돌기도 하고 지분 없이 경영을 맡아 뛰어다니기도 한다. 2세 기업인이 흥청망청 제멋대로 사는 TV 드라마는 공상이다. 기업경영에 성공하려면 피땀 흘리며 뛰어야 하고 실패하면 숨어 살기 바쁘다. 유능한 인재를 찾기도 어렵다. 인사권 전횡을 뜻하는 소위 ‘황제경영’은 물정 모르는 학자의 상상에서 나온 허구다. 정권이 바뀌면 어김없이 먼지 털리는 포스코 난맥상이 오너 부재 대기업의 슬픈 자화상이다.

치열한 국제경쟁에서는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이 사활을 가른다. 최상의 지식과 정보를 확보하고 인재를 활용하고 경영능력을 엄밀히 따져 후계를 정해야 한다. 실패하면 후손에 불행을 안기고 패가망신과 함께 국가 경제의 해악으로 전락한다. 고율의 상속세와 규제로 경영권 승계를 억누르면 주인 없는 대기업 범람으로 엉망이 된다. 철저한 경영수업과 주주그룹 견제를 가동해야 한다. 경영 책임은 시장 평가에 맡기고 경영 성과는 공정하게 분배해야 한다.

대기업 경영 승계에 대한 지나친 규제로 인한 투자와 고용 위축이 심각하다.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어 청년실업은 갈수록 악화된다. 경영 능력을 갖춘 2세 기업인의 투자 의욕을 북돋아 주어야 한다. 장기간 수감 중인 기업인도 일자리 창출로 보답할 수 있도록 화합조치를 앞당겨야 한다.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leemm@korea.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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