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번홀 '두 번의 기적'…김세영, 연장전 샷이글 大역전극

입력 2015-04-19 21:38  

LPGA 롯데챔피언십 우승

마지막홀 5m 칩샷 파세이브로 기사회생
연장 첫홀서 박인비 제치고 첫 시즌 2승
한국 1~4위 독식…'코리안 파티' 재시동



[ 이관우 기자 ] 연장 18번홀(파4). ‘빨간바지’ 김세영(22·미래에셋)은 세컨드 샷을 친 뒤 날아가는 공의 궤적을 추적하기 위해 손 우산을 펴 햇빛을 가렸다. 손에 전해진 샷감이 예사롭지 않을 때 나오는 골퍼들의 습관. 높은 포물선을 그리며 그린 앞 둔덕에 툭 떨어진 공은 한 번을 더 튄 뒤 홀컵 안에 그대로 꽂혔다. 그린 주변 갤러리들이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거대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샷이글. 지루한 공방전을 벌일 것 같았던 ‘침묵의 암살자’ 박인비(27·KB금융그룹)와의 연장전이 첫 홀 두 번째 샷 만에 싱겁게 끝나는 순간이었다.

◆‘선두 역전패’ 징크스는 없다

‘역전의 여왕’ 김세영이 역전 드라마를 다시 썼다. 19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 오아후 코올리나GC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롯데챔피언십 마지막날 경기에서다. 그는 이날 종합성적 11언더파로 동타를 친 박인비와 연장전 ×?우승컵을 안았다. 지난 2월 바하마 퓨어실크클래식 우승 이후 2개월여 만에 따낸 두 번째 LPGA투어 우승이자, 한국 선수 중 올 시즌 첫 다승이다.

김세영은 이날 열린 4라운드 초반 더블보기와 보기를 잇달아 범하며 부진했다. 김인경(27·한화)과 박인비에게 잇달아 선두자리를 내줬다. 엎치락뒤치락하며 도착한 18번홀에선 하이브리드 티샷까지 해저드에 빠뜨렸다. 패색을 짙게 한 것은 샷 문제가 아니었다. 장타자인 그가 샷을 하는 순간 하필 강한 뒷바람이 분 탓이다.

하지만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1벌타를 받고 친 5m짜리 그린 옆 칩샷이 그대로 홀컵에 빨려들어가며 박인비와 동타를 만든 것. 이어진 연장 첫 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두 번째 기적, 샷이글이 나왔다. 154야드 밖에서 8번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샷이 홀컵으로 들어간 것이다. 3타 차 선두로 달리다 마지막날 스테이시 루이스(30·미국)에게 역전패한 이달 초 ANA인스퍼레이션컵 대회의 악몽을 말끔히 씻어내는 순간이었다.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섰다 또 역전패했을 경우 생길 수 있는 징크스도 시원하게 날려버린 짜릿한 우승이었다.

박원 모델골프 아카데미 원장은 “소름 돋는 결과다. 포기하지 않는 김세영의 자신감이 통한 것 같다”고 평했다. 김세영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믿기지 않는다. 대회 주최사인 롯데와 가족들, 캐디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며 감격해했다.

김세영은 대회 우승 상금 27만달러(약 2억9000만원)를 보태 올 시즌 총 상금(69만9735달러)에서도 선두로 올라섰다. 신恝?포인트도 626점으로 뛰어 2위 김효주(461)와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코리안 파티 재시동

박인비는 승부를 일찍 결정지을 수 있었다. 13번홀(파5)과 14번홀(파5)의 퍼팅 실수가 뼈아팠다. 이 홀들 모두 세 번째 샷을 홀컵에 바짝 붙여놓고도 짧은 버디 퍼팅을 놓쳤다. 짧은 퍼팅이 자꾸만 오른쪽으로 흘러가는 ‘퍼터 페이스 열림 현상’은 경기를 마칠 때까지 고쳐지지 않았다. 2010년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우승 이후 4년 반 만에 우승에 도전한 김인경도 17번홀 파 퍼팅에서 스트로크 실수를 범하며 우승 경쟁에서 멀어졌다.

한국(계) 선수들은 올 들어 6연승을 질주했다가 크리스티 커(38·미국)와 브리타니 린시컴(30·미국) 등 미국 선수에게 덜미를 잡혀 휴식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시즌 9번째 LPGA투어 롯데챔피언십을 다시 평정함으로써 ‘코리안 파티’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한국 선수들은 외국인 선수들에게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란 얘기를 이번 대회에도 실감하게 했다. 대회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리더 보드 상단에 5~6명을 빼곡히 채우며 외국 선수들의 선두권 진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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