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바꾸는 청년 상인들] 퓨전 메뉴·수제 의류에 2030 '발길'…청년 상인, 전통시장 웃게 하다

입력 2015-04-24 20:48  

(1) 전주남부시장 매출 20% 늘린 '청년몰'

기존 상인 떠난 공터에 창업…3년 만에 9개 점포 33개로
주말에는 관광객들로 '북적'
"1000만원이면 창업" 입점 경쟁…월세도 5만~10만원으로 저렴



[ 강창동 기자 ]
지난 23일 오전 전북 전주시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인 남부시장. 모두 10개동의 건물로 이뤄진 이 시장의 6동 2층에는 33개 소규모 점포가 빽빽이 들어서 있다. 기존의 상인들이 장사가 안돼 떠나는 바람에 공터로 남아 있던 자리에 청년 상인들이 하나둘씩 들어서면서 ‘청년몰’로 이름 붙은 곳이다. 평일 오전인데도 다른 지역에서 견학 온 50~60대 상인 20여명이 이곳 상인회장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10여명의 여대생이 청년몰 한쪽의 액세서리 가게들로 몰려갔다. 점심을 먹은 20대 커플들은 전통찻집의 좌석을 가득 메웠다.

청년 상인들이 이곳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2012년 5월. 상인회가 시장 활성화를 위해 청년 상인을 모집하면서 9개 점포로 출발해 3년 만에 33개 점포로 공터를 꽉 메울 정도가 됐다. 업종은 수제 액세서리점, 빈티지 의류점, 보드게임방, 멕시칸요리점, 칵테일바 등으로, 기존 전통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유형의 점포들이다. 주말이면 평일의 2~3배에 이르는 관광객이 몰려들어 매출도 개점 초기보다 점포별로 5~10배 올랐다. 월세 5만~10만원, 창업비 1000만원 이하로 가게를 차릴 수 있어 빈자리가 생길 경우 입점 경쟁률이 수십 대 1에 이른다.

‘송옥여관’은 전북대 동문인 김채람(27)·고혜경(26)·이란(26) 씨 등 세 사람이 꾸려가는 빈티지 의류 편집숍이다. 매장의 키워드인 빈티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드라마 ‘야인시대’에 나오는 여관 간판을 구해다가 그대로 걸었다. 1970~1980년대에 출시된 구제의류들을 수선해 파는 곳으로, 청년몰 가운데 가장 단골손님이 많은 점포 중 하나다. 고혜경 씨는 “20~30대 젊은 여성들은 희소성 때문에 즐겨 찾고, 50대 엄마들은 향수를 느낄 수 있다며 찾아 단골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고씨는 “세 사람이 매달 똑같은 액수의 월급을 가져가는데, 2년 전 개점 초기 월 20만원에서 지금은 200만원가량 된다”며 “미래 신규사업 투자를 위해 한 달 매출 1000여만원 중 일정비율을 잉여금으로 남겨 놓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찻집 ‘차와’를 운영하는 임영규 씨(31)는 대형 건축자재 기업 출신이다. “남들이 가는 길을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고 있구나 하는 고민을 거듭하다 결단을 내렸습니다. 회사 그만둔 걸 부모님한테 1년간은 비밀로 했죠.” 임씨는 3년 전 처음 문을 열었을 때 10개 테이블이 텅텅 비어 후회도 했지만, 지금은 하루에 60개팀의 손님이 들러 직원 한 명만으로 운영하기가 벅차다고 했다. 청년몰에서 가장 늦게 불이 꺼지는 칵테일 바 ‘차가운 새벽’의 주인 강명지 씨(30·여)는 국회의원 비서관 출신이다.

청년몰은 과일, 생선, 고기 등 신선식품에 국한돼있던 전통시장의 판매 패턴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현수 전주남부시장 상인회장은 “퓨전 메뉴를 내세운 외식점과 기성품이 아닌 수제 의류·잡화점이 시장에 발길을 끊은 1020세대를 다시 불러들이고 있다”며 “청년몰이 고객몰이를 하면서 기존 점포의 매출도 덩달아 20% 이상 늘어났다”고 말했다.

도심상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멕시칸요리점도 자리잡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하얏트호텔 주방의 요리사였던 김형철 씨(34)가 운영하는 ‘카사델타코’는 전주 지역의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명소가 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입소문 덕도 톡톡히 보고 있다. 김씨는 “모든 요리사가 자신의 점포를 차리는 꿈을 갖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카사델타코를 체인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수제 액세서리점 ‘바이제이’의 조민선 씨(30)는 세 살배기 아기 엄마다. 서울에서 대학을 마치고 의상 디자이너와 레스토랑 매니저로 일하다 어릴 때부터 장기였던 액세서리 만들기 재주를 살려 고향 전주에서 ‘내 가게’를 차렸다. 조씨는 “취미와 특기를 사업으로 연결했기에 일하는 시간이 즐겁다”며 “대학 때 전공인 의류로도 확대해 가족기업으로 키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주=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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