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중국으로 빼돌린 보이스피싱 범죄수익, 그 뒤엔 환전소가…

입력 2015-05-09 09:05   수정 2015-05-09 11:03

중국 송금 창구된 환전소

환전상, 한·중 계좌 동시 이용…송금 요구땐 중국선 따로 인출
수수료 저렴…자금이동은 없어
변칙수법에 범죄추적 어려워…경찰, 보이스피싱 단속 '속앓이'



[ 김동현 기자 ]
보이스피싱(사기전화)을 전담수사하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1계는 지난해부터 이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보이스피싱으로 올린 범죄수익의 ‘종착역’이 서울 대림동과 경기 안산 등지의 환전소라는 점이었다. 환전소가 한국에서 발생한 범죄수익을 중국으로 빼돌리는 창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혐의가 짙었다. 경찰은 지난 1일 이 같은 혐의로 환전상 6명을 검거했다.

중국인 및 중국동포 밀집 지역에 있는 일부 사설 환전소가 범죄 자금을 해외로 빼돌리는 창구로 악용되고 있다. 환전소를 이용하면 은행을 통한 정상적인 송금과 달리 수취인을 알아내기가 어려워 경찰은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일당을 검거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변칙으로 송금 수수료 낮춰

한국은행의 허가를 받고 설립할 수 있는 사설 환전소는 3월 말 기준으로 서울 시내 624개가 있으며 이 가운데 서울 구로?일대와 대림동 등 중국인 및 중국동포 거주지역에 있는 환전소는 117개다. 이 중 일부가 중국동포들이 한국에서 번 돈을 중국으로 부치는 창구로 이용되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시중은행을 통하면 건당 최소 3만원인 송금 수수료가 환전소에서는 1만원 정도다. 송금에 걸리는 시간도 은행에서는 이틀 이상인 반면 환전소에서는 30분 정도에 불과하다. 김득환 하나은행 대림역출장소장은 “중국으로 송금할 때 중개은행인 중국 쪽 은행에서 요구하는 수수료만 20달러나 되다 보니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건당 수수료 1만원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비밀은 환전상의 변칙적인 수법에 있다. 보이스피싱 등으로 얻은 수익을 한국 내 총책이 환전상에게 송금을 요구하며 원화를 맡기면 환전상은 이 돈을 자신의 국내 은행 계좌에 넣는다. 송금 금액에 해당하는 위안화를 중국 내 은행계좌에서 빼 총책에게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에서 중국으로의 자금 이동은 이뤄지지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에 원화, 중국에 위안화를 쌓아두고 자신의 계좌에서 돈을 빼 지급하는 것”이라며 “중국 내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한국에 돈을 부치려는 상인을 대상으로 불법 송금 업무를 하며 자금 전달에 필요한 위안화를 조달한다”고 설명했다.


○보이스피싱 수사에도 걸림돌

사설 환전소를 통한 송금은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총책 추적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송금자와 수신자 등 관련 정보가 명확하지 않아서다.

은행에서 송금하려면 송금愍?여권과 수취인의 중국 신분증 번호를 제출해야 한다. 건당 2000달러가 넘어가면 관세청에 송금 실적이 자동 통보된다. 하지만 사설 환전소에서는 이 같은 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 경찰은 “검거된 환전상들은 어떤 사람이 얼마의 돈을 부쳤는지 기록도 남기지 않아 보이스피싱으로 중국에 넘긴 돈이 얼마나 되는지도 가늠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환전상의 중국 내 계좌에서 보이스피싱 총책의 계좌로 돈을 보내다 보니 총책을 잡기도 힘들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자금이 전달됐다면 중국 내 수취인이 확인돼 중국 경찰의 수사 협조를 통해 총책을 추적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내 은행을 통해서만 자금이 전달되다 보니 은행 거래내역 전체를 추적하기가 쉽지 않다.

○적극적인 단속 노력은 아직

한국에서 얻은 범죄수익을 중국에 송금하는 방법으로는 환전상을 이용하는 것 외에 보따리상을 통해 현금이나 물건을 전달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중간에 배달사고가 날 위험이 높아 환전상을 통한 송금이 늘고 있다. 경찰은 이 같은 불법 송금거래 규모가 한 해 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일선 경찰서와 환전소 등록 및 감독을 맡은 한국은행은 난처한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1년에 두 번 환전소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있지만 인력난으로 100개소만 표본 조사하는 등 어려움이 있다”며 “인력 확충과 규정 강화를 통해 한은의 조사를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 측은 “한은은 환전 업무에 대한 행정적 제재권만 있을 뿐 불법 송금까지 알아낼 수사권이 없다”며 “일선 경찰서에서 좀 더 나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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