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 DNA 원상복구…'유전병 대물림' 막는다

입력 2015-05-10 21:37  

김진수의 유전자이야기 (2) 유전자 수술시대 '성큼'

면역세포서 문제 유전자 제거
암·에이즈 등에도 활용 가능



미국인 티머시 브라운은 불행이 겹쳤으나 엄청 운이 좋은 사람이다. 8년 전 그는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에서 백혈병에 걸렸다. 일단 백혈병을 치료하기 위해 조혈모세포 이식 수술을 받았는데 신기하게 에이즈 바이러스까지 없어졌다. 기증자의 혈액세포는 에이즈 바이러스와 결합하는 유전자(CCR5)에 돌연변이가 있었다. 선천적으로 에이즈에 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 같은 면역성이 브라운에게 전달되면서 에이즈까지 치료된 것이다.

미국 생명공학 회사인 상가모(Sangamo Biosciences)는 이에 착안해 1세대 징크핑거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에이즈 환자의 면역세포에서 CCR5 유전자를 잘라 제거하면 바이러스가 더 이상 감염하지 못해 에이즈가 치료된다는 것이다. 만일 이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는다면 인간의 유전자를 수술해 질병을 치료하는 최초의 사례가 된다.


하지만 1섦?유전자가위는 활성이 낮고 비슷한 유전자들도 자르는 문제가 있다. 특히 상가모가 임상시험에 사용하고 있는 1세대 유전자가위는 CCR5 유전자 바로 옆에 있는 CCR2 유전자도 자른다. 그 결과 일부 세포에서는 두 유전자 사이에 있는 DNA 부분이 통째로 삭제되기도 하고 뒤집히기도 한다. 이런 사실을 최초로 확인한 필자의 연구팀은 혈우병 환자 세포로 만든 분화만능 줄기세포에서 2, 3세대 유전자가위를 사용해 뒤집혀진 유전자를 원상복구하는 데 성공했다.

혈우병 이외에도 유전병은 매우 다양하다. 유전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는 1만개에 달하고 신생아의 1%는 유전질환을 가지고 태어난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수많은 유전질환에 대한 근본적 치료를 가능하게 해준다. 더욱이 유전병이 아닌 암, 에이즈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일부 세포의 유전자 수술로 치료 가능한 에이즈나 혈우병과 달리 어떤 유전병은 환자 몸의 거의 모든 세포를 교정해야 한다. 그래서 나온 개념이 생식세포 유전자 수술이다. 즉, 수정란이 착상되기 전 유전자가위로 돌연변이 등을 원천 치료하자는 것이다.

최근 중국 연구진이 인간 배아의 유전자 수술 사례를 발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치명적 유전자 결함이 있는 부모의 입장에서 그 돌연변이를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이 허용되면 유전병이 아닌 외모와 지능, 성격의 개선 등 다른 용도로 남용될 우려도 있다. 그 결과 미래에는 영화 ‘가타카’처럼 유전적으로 개량된 인간과 평범한 인간이 갈등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다. 늦기 전에 생식세포 유전자 수술을 어느 선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 김진수 서울대 교수는

1999년 생명공학 벤처기업 툴젠을 공동 설립했다. 2013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에 대한 논문을 처음 발표해 세계 과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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