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여행사 후려치기 '한류 문화'만 멍든다

입력 2015-05-11 20:36  

유재혁 전문기자의 문화산업 리포트

요우커에 쩔쩔매는 공연업계…5만원짜리 공연을 3천~5천원에 덤핑

'헐값' 거부한 제주 '난타' 극장
올들어 객석점유율 50% 밑으로
내국인에도 제값 받기 힘들어



[ 유재혁 기자 ]
중국 단체 관광객이 즐겨보는 한류 공연이 여행사들의 횡포로 턱없이 싼 가격에 손님을 맞고 있다. 공연 자체의 수익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다른 공연에도 악영향을 끼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크로바틱을 앞세운 비언어 퍼포먼스 ‘점프’, 음식 관련 퍼포먼스 ‘비밥’, 힙합 춤을 중심으로 한 ‘비보이 쿵’과 ‘사랑하면 춤을 춰라’, 그림 그리기를 소재로 한 ‘드로잉 쇼’와 ‘페인터스 히어로즈’ 등 서울에서 상연 중인 한류 공연의 관람료는 1인당 3만~6만원 선.

하지만 중국 단체 관광객에게 1인당 1만원도 못 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제주 영상과 타악기를 결합해 제주에서 공연 중인 ‘카붐-와썹’, 몽골인湧?말 타는 재주를 선보이는 ‘마상쇼’ 등은 1인당 3000~5000원만 받고 있다. ‘카붐’의 공식 관람료는 3만~5만원, 마상쇼는 1만~1만5000원이다.

공연업계 관계자는 “제주도의 경우 관람객의 90% 이상이 중국 단체 관광객”이라며 “이들을 데려오는 여행사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 단체 관광객을 데려오는 여행사의 요구를 거절하면 생존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제주의 ‘난타’ 전용극장은 여행사 요구를 거절한 뒤 중국 단체 관광객을 받지 못해 올 들어 객석점유율이 50% 아래로 주저앉았다. 또 다른 비언어 퍼포먼스 ‘판타스틱’ 등은 재정난을 이기지 못해 폐업했다. ‘난타’ 공연 관계자는 “중국 여행사들의 요구를 따르면 객석을 100% 채워도 적자”라며 “개별 여행객을 대상으로 판촉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 후려치기’는 공연업계 전체에 악영향을 준다. 출연자들의 급료는 정체돼 저임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공연 품질을 개선하려는 작업은 시도조차 하기 어렵다. 한류 공연의 품질이 날로 악화되고 결과적으로 한국 공연에 대해 중국인들이 나쁜 이미지를 갖게 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단체 여행객의 가격 후려치기가 넘쳐나면서 제값을 다 주고 보려는 내국인도 줄고 있다.

일이 이렇게 된 건 중국의 한국 단체여행 상품이 너무 싸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3박4일 한국여행 상품은 약 45만원에 판매된다. 한류 공연을 한 편 관람하는 것도 포함된 가격이다. 이 패키지 요금은 전액 중국 여행사들의 몫이다. 45만원 중 항공료 33만원, 세금 7만원을 제한 5만원?중국 내 여행사의 순이익이다.

중국 관광객이 한국에서 내야 하는 숙박과 식사, 공연 관람비, 교통비 등 20만원가량은 국내 여행사(랜드여행사)들이 쇼핑 수수료로 충당해야 한다. 이 때문에 여행사들은 품질보다는 오로지 싼 공연만 찾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한 외국인 관광객 1420만명 중 17개 한류 상설 공연을 관람한 사람은 190만여명(13.4%). 이 가운데 중국인이 100만여명으로 절반을 넘는다.

중국 여행사들의 가격 후려치기에서 벗어나려면 공연업계가 공동으로 노력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류공연 제작사 대표들로 구성된 한국공연관광협회가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제작사마다 입장이 다르고 품질도 달라서다.

협회 관계자는 “헐값 공연이 범람하면 장기적으로 공연업계의 미래가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며 “더 이상 미루지 말고 공론화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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