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양성이 능력을 이긴다

입력 2015-05-22 20:36  

조직의 성과 결정하는 요소는 '다양성'
여성의 잠재력 발휘할 기회 이어지길

정재훈 <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 >



얼마 전 국내 개봉한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은 영국의 천재 수학자이자 초기 컴퓨터 학자인 앨런 튜링에 관한 이야기다. 영국은 독일군의 암호를 풀어내지 못해 수세에 몰리자 ‘블레츨리파크’에 암호해독기관을 설립했다. 수학자, 체스챔피언, 언어학자 등 각 분야 엘리트뿐만 아니라 백화점 간부, 체스게임 중독자까지 총 9000여명에 이르는 각양각색의 사람이 비밀리에 이 암호해독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다양한 직업과 학문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힘을 보탠 덕분에 연합군은 세계 최초의 연산컴퓨터인 콜로서스를 개발해 독일군의 암호를 풀어냈다.

스콧 페이지 미국 미시간대 교수는 블레츨리파크의 성공 요인을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페이지 교수는 블레츨리의 사례뿐 아니라 20여년간 수많은 사례 연구와 실험을 거쳐 ‘다양성이 능력을 이긴다’는 이론을 발표했다. 비슷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보다는 개별 역량이 다소 부족해도 학문, 성별 등이 다양한 사람으로 구성된 조직이 더 나은 성과를 낸다는 것이다.

페이지 교수의 이론에 비춰볼 때 한국 산업현장의 다양성 확보 문제는 심각하다. 현재 국내 공학계열 여학생 비율은 15.4%에 그치며, 과학기술인력 중 여성 비율도 19%에 불과하다. 이 중 공학계열을 전공한 여성 과학기술 인력은 7.7%뿐이다. 여성의 산업현장 진출을 위해 여학생에게 공학계열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시급한 시점이다.

이런 필요성과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국에서는 ‘K-걸스데이(K-Girls’ Day)’라는 여학생들의 기술체험 행사를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다. 전국의 기업, 대학, 연구소 등 치열한 산업기술 연구개발 현장이 이날 하루만큼은 미래 이공계 여성 인재를 위해 문을 활짝 개방한다. 여학생들은 막연하고 멀게만 느꼈던 산업기술 현장의 최전선에서 직접 체험해봄으로써 이공계에 대한 편견을 조금이라도 깰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페이지 교수가 말한 다양성이라는 렌즈를 통해 볼 때 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중요한 축은 ‘여성’에 있다. 남녀가 어우러져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기업이 더 높은 성과를 내고, 장기적으로 살아남게 될 것이다. 다양성에 창조와 혁신의 원동력이 있다. K-걸스데이를 통해 열린 마음으로 이공계에 도전하는 여학생과 다양성에 기반한 혁신을 기대하는 기업의 만남이 계속되길 바란다.

정재훈 <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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