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엘리엇, 장기전 태세 돌입…합병 발표부터 소송까지

입력 2015-06-12 14:11   수정 2015-06-12 22:08

[ 이민하 기자 ]
삼성그룹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안을 둘러싸고 장기전 태세에 돌입했다.

삼성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이번 합병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엘리엇은 삼성 지배구조의 취약점을 정확히 파고 들면서 주주가치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삼성그룹의 이번 지배구조 변경 계획은 이달 초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지배구조 변화와 관련한 그룹 계열사에 대해서는 증권사들의 우호적인 평가가 쏟아졌다.

지난달 26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합병안을 발표했다. 다음 달 17일 합병안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를 거쳐 오는 9월 새로운 '삼성물산'(합병 후 사명)이 탄생할 예정이었다.

증권가에서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안을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였다. 오랫동안 불확실한 요인으로 남아있던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안정화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연이어 나왔다. 특히 제일모직에 대해서는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 날인 27일에는 노무라증권에서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 가능성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급물살을 타 듯 그룹의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빠르게 생길 것이라는 전망과 기대감들이 반영됐다.

불과 일주일 만에 그러나 상황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급선회 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은 공시를 통해 지난 4일 오전 남몰래 준비해왔던 '카드'를 빼들었다.

이날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지분 7.12%를 경영참여를 목적으로 신규 취득했다고 밝히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안에 반기들었다. 합병비율이 두 회사의 순자산과 비교할 경우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손실을 끼치는 수준으로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이 꼬집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은 1대 0.3500885이었다. 삼성물산 주식 3주가 제일모직 주식 1주로 교환되는 셈이다. 엘리엇은 현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순자산은 각각 13조4000억원, 4조7000억원으로 이대로 합병이 되면 제일모직의 가치는 12조5000억원이 늘어나지만, 삼성물산의 가치는 5조6000억원이 줄어든다고 비난했다.

엘리엇의 반기가 이미 몇 개월 전부터 철저하게 짜여진 계획이라는 것은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아서 시장에 알려졌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지분을 이날 처음으로 취득했던 것이 아니었다.

같은 날 장 마감 후 엘리엇은 정정공시를 통해 삼성물산 주식 773만2779주(4.95%)를 이전부터 보유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 헤지펀드는 지난 2월께부터 5% 미만의 삼성물산 지분을 꾸준히 보유해 왔다. 그리고 합병 발표 이후 절묘한 시점에 339만3148주를 추가 취득, 총 보유 주식수가 1112만5927주(7.12%)로 늘린 것이다.

엘리엇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10일에는 주주총회 결의 금지 가처분 소송이라는 법적 카드도 꺼내들었다.

그러나 삼성 측도 얌전히 지켜만 망測?않았다. 같은 날 삼성물산은 합병가결 추진 등을 위해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 자사주 899만557주(5.76%)를 KCC에 처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엔 다시 엘리엇이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각에 딴지를 걸며 자사주 매각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11일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자사주 처분을 불법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이를 막기 위한 법적 조치에 들어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엘리엇은 이날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보통주 5.76%를 KCC에 매각키로 제안한 것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불법적인 합병과 관련해 절박한 상황에 처한 삼성물산과 이사진 및 관계자들의 우호지분 확보를 위한 불법적인 시도"라고 주장했다.

삼성과 엘리엇의 힘 대결은 합병안이 통과되거나 폐기될 때까지 시시각각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삼성과 엘리엇의 입장에 대한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어서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자문기구인 서스틴베스트는 지난 10일 국내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사 8곳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담은 권고안을 발송했다.

서스틴베스트는 "(합병을 통한) 제3세로의 경영 승계는 그룹 내 계열사들의 안정적인 운영 및 그룹 시너지 차원에서 용인할 수 있다"면서도 "삼성물산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역사적 최저 수준인 시점에 합병비율이 산정됐다는 점은 삼성물산 일반주주의 지분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또 다른 기관투자자 의결권 자문기구인 대신경제연구소는 '찬성' 의견을 내놓았다. 대신연구소는 "합병과정에서 법규 ㏏?사항이 없을 뿐 아니라 일부 논란에도 합병시점 및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문제가 크지 않아 이번 합병 건에 대해서 찬성 의견을 표한다"고 설명했다.

대신연구소는 두 회사의 PBR 쟁점에 대해서도 "삼성물산 0.7배, 제일모직 3.5배로 상대적인 저평가 논란이 있다"면서 "그러나 PBR과 밀접한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삼성물산이 2.2%로 제일모직 9.9%에 비해 낮은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삼성물산 PBR이 현저히 저평가됐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민하 한경닷컴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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