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밀레니엄포럼] "지방축제 비용 등 지자체 재정 낭비, 시끄럽더라도 다 공개할 것"

입력 2015-06-24 21:44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 강경민/박상용 기자 ]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24일 서울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지방재정 개혁 및 지방규제 철폐, 정부 3.0 확산 등 지방자치 현안에 관해 소신을 밝혔다. 정 장관은 “민선 지방자치 20년을 맞아 지방자치를 선거와 동일시하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만 중앙대 교수=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국가 브랜드 이미지에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정부의 유연성과 소통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정부 부처가 서울과 세종시로 나뉘어 있는 ‘세종시 비효율’이 메르스 사태에 악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가.

▷정 장관=국가 브랜드가 크게 손상된 것은 맞다. 후진국에서 발생하는 질병에 개입하는 세계보건기구(WHO)가 한국에 왔다는 사실부터 자존심이 상한다. 뭐라고 말씀드릴 수 없을 정도로 죄송하다. 세종시 비효율이 메르스 사태를 촉발했다고 언론이 분석하는 것 같다. 愎?결과가 나오는 대로 해결책을 생각해 보겠다.

▷오종남 서울대 교수=외국인 투자자들을 만나면 정부에서 얘기한 장밋빛 약속만 믿고 지방에서 사업하려고 하면 걸림돌이 너무 많다고 한다. KOTRA에 외국인투자 옴부즈만이 있지만 지자체 규제 개선을 위해 행자부에 지자체를 총괄하는 옴부즈만이 있어야 한다.

▷정 장관=외국인투자 옴부즈만을 행자부에 설치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지금은 부처별로 할당량을 주고 규제개혁을 하라고 하는데, 이렇게 하면 성공하기 힘들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주재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규제개혁의 중요성을 표현할 때 ‘사냥개처럼 물어뜯어라’고 강조했다. 나중에는 ‘규제를 기요틴(단두대)으로 올리라’고까지 했지만 지방에선 여전히 잘 안 되고 있다. 감사원에서 공무원이 소극적 행정을 하면 문책하겠다고 했음에도 지방은 변하지 않는다. 행자부가 규제개혁의 야전사령관이 되는 수밖에 없다.

▷이 교수=올해 민선 지방자치 20년을 맞는다. 지자체에 여전히 전시성 사업이 많고 부채도 많다.

▷정 장관=과거 지방자치는 권위주의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로 가기 위한 도구였다. ‘지방자치=민주주의’라는 담론이었다. 지방자치를 20년간 시행한 결과 제도적으로는 더 이상 개선할 게 없다. 민주주의 기반을 공고히 하고, 지자체 간 경쟁을 통해 지역 발전에 기여한 건 지방자치의 명확한 성과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 방식으로 계속 갈 것인지는 고민해야 한다. 지자체 선거에 따른 폐해가 드러났듯이 지방자치를 선거로만 보면 안 홱? 임명직이더라도 자체적인 인사권과 재정 권한을 주는 것도 지방자치다. 지자체장으로 우수한 민간 인재를 모시고 오는 방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오 교수=정부에 대통령이 있고 광역단체에는 중통령, 기초 지자체엔 소통령이 있다고 한다. 국민 행복은 누가 책임지나.

▷정 장관=지자체장은 지방정부의 대통령으로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은 과거 지방자치가 출발할 때의 틀에 갇힌 생각이다. 지방자치를 하는 이유는 주민 행복을 위한 것이다. 일각에선 지자체가 중앙정부의 권한을 갖고와 나중에는 연방제 방식의 독립된 국가처럼 가야 한다는 논쟁도 있다. 이렇게 가면 과연 우리나라가 행복해질까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국민행복지수를 개발해 국민이 행복한지 객관적으로 평가하도록 하겠다.

▷이인실 서강대 교수=행자부는 정부 조직에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 제가 과거 통계청장을 할 때 행자부에 들어갈 때는 기어들어가야 한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행정 효율을 통해 어떤 성과를 얻은 것인가.

▷정 장관=행자부가 조직 권한을 그렇게 행사하면 안 된다고 본다. 각 부처에서 조직 하나 늘리려고 애원해야 한다는 건 갑질이다. 정부 3.0과 통계는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래서 이번 조직개편 작업에서 통계청을 모델로 삼았다. 통계청에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발전안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 그림을 보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늘릴 것이다.

▷백만기 김앤장 변리사=특허청은 중앙부처 중 유일한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그럼에도 조직이나 예산 측면에서 자율성이 거의 없다. 수익성도 좋은 기관인데, 좀 더 권한을 줄 필요가 있다.

▷정 장관=특허청은 혁신 개념으로 들여다보겠다. 책임운영기관에는 우수한 인재가 와야 한다. 예를 들어 경찰병원도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돼 있는데, 장관급 월급을 준다고 해도 대한민국 최고의 의사가 이곳 원장으로 오지 않을 것이다. 우수한 인재를 오게 할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

▷윤대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우리나라는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해 원조하는 나라가 됐다.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외교부 등 다양한 부처와 기관에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하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ODA 사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총괄 조직이나 기구가 필요한 시기가 됐다.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해외 진출에 있어 정부 조직도 다양한 분야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는 매트릭스 조직으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

▷정 장관=각 부처는 ODA 사업도 자신들의 권한이라고 생각한다. 해외를 나가봤더니 우리 정부가 사준 장비를 비닐도 안 뜯은 채 그대로 쌓아두고 있었다. 엉뚱한 데 돈을 쓴 것이다. 그럼에도 각 부처에선 행자부에 ODA 사업을 뺏기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부처별로 맡고 있는 업무를 조율하고 관리할 수 있는 국가전략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송종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컨트롤타워라는 조직이 정부에 존재해야 할 필요성이 있나.

▷정 장관=컨트롤타워는 기본적으로 각 부처 장관이 맡아야 한다. 다만 부처를 넘어서는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고민이다.

▷권기찬 웨어펀인터내셔널 회장=지난해 세월호 참사와 최근 메르스 사태를 보면서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위기에 대처하는 매뉴얼과 제도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걱정이 든다.

▷정 장관=위기관리는 지난해 세월호를 겪으면서 인식하게 됐는데 이것보다 더 큰 개념이 국가안보다. 국가안보는 무력뿐 아니라 자연재난으로도 무너질 수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국가안보에 대한 큰 그림이 그려지지 않고 있다. 메르스 사태가 끝나고 전체적인 국가안보 시스템을 바꾸는 작업을 할 것이다.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금융위원회에선 핀테크(기술+금융)에 매진하고 있는데, 본인 확인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행자부가 갖고 있는 지문 정보를 활용하면 본인 확인 절차가 쉬워지지만 정보 유출을 이유로 행자부가 반대하고 있어 신분증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다. 지문 정보를 코딩하면 유출 우려도 없다.

▷정 장관=금융위와 협의하고 있다. 정보 유출 문제가 없는지 점검해 보겠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정보 공개도 공개를 위한 공개가 많다. 예를 들어 수능 관련 데이터는 왜 공개하지 않나. 축적된 수능 관련 데이터가 없으니 깜깜이 교육정책이 나오는 것이다. 정부가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정 장관=수능 관련 데이터는 오늘 처음 듣는 얘기다. 우선 국민에게 당장 필요한 정보부터 공개하고 있다. 만약 수능 관련 데이터의 활용도가 높다면 공개를 검토하겠다.

▷황영기 한국금융투자협회장=모바일 투표는 어디까지 준비돼 있나.

▷정 장관=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여러 가지 검토가 필요하다. 모바일 투표는 직접 민주주의 방식이다. 투표하는 사람이 국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 선택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각기 충돌하는 문제에서는 모바일 투표로 하는 건 리스크가 크다.

▷이승훈 서울대 명예교수=세종시뿐 아니라 공공기관도 지방으로 이전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활용해 화상회의를 활용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세종시에 있는 부처들은 국회 대정부 질문을 할 때도 화상회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 장관=행정부에서는 화상회의가 이미 일상화돼 있다. 국회도 하면 좋은데 말을 꺼내긴 쉽지 않다.

강경민/박상용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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